읽기일기

불편한 편의점

은지용 2024. 3. 23. 00:14




금요일 저녁 소파에 앉아 보기 시작했다.

재미가 있다!! 고심하며 썼을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후루룩 읽혔다.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곰 같던 아저씨가 더듬더듬하는 말, 행동이 꼭… 얼마 전 내게 적당히 단호한 위로를 건네던 단호박죽. 속을 채우던 뜨끈한 노랑 같았다. 이야기가 가짜란 걸 알면서도 속이 차올랐다. 눈물이 날 뻔했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왜 그 자본으로 제조업을 하실까
일을 위한 일에 돈도 만져보지 못하는데
언젠가 정리를 하실까 난 넌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요런 생각을 많이 했던 날이었다.

책 속 편의점 사장님의 연금생활이 부러웠고
그녀의 인간적인 여유는 더 부러웠다.




이 와중에 책 속 작가가 이야기를 신나서 써 내려가며 하던 163페이지의 말은. 기억 전달자 4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 <파랑채집가>에 나오는 키라를 떠올렸다. 그녀는 색 바느질을 타고났다. 색 바느질을 하다 보면 자신이 바느질을 하는 게 아니라 바늘과 실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재능이란 그런 것일까?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 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그녀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녀는 그동안 봉인됐던 필력이 풀린 듯 쉼 없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려면 너무 힘들었던 책. 이젠 좀 빌릴 만해졌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추천해 준 친구가 언젠가 권했던 책. 하니가 최근 리뷰를 올려서 ‘맞다 그 책’하면서 손이 갔다. 역시나.

작은 친절에 대해 얘기하는 책들은 참 좋다.
나비 날갯짓만큼 미미한데도 참 좋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중략)…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