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1 <멋진 신세계> 늙어서 그래요 할머니의 주름살을 생각한다. 턱 밑에서부터 목 아래로 늘어져 있던 주름들. 매듭을 묶어 주름진 비단 보자기나 커튼 주름을 닮았었다. 나는 그 피부의 감촉이 좋았다. 빳빳하게 뻗대지 않고 부드러웠다. 할머니는 내가 목주름을 만지도록 허락했지만 썩 좋아하진 않으셨다. 겉 표면에 촘촘히 갈아엎은 밭이랑과 고랑처럼 주름살이 빽빽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늙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기억 속 할머니는 그냥 처음부터 할머니였다. 할머니 이름이 곱디 고운 '순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때의 놀라움을 기억한다. 그녀에게도 마흔이 있었고 스물이 있었고 아이였던 시간이 있었을텐데. 그녀의 젊음은 당연한 나이듦 만큼이나 현실감이 없었다. 조부모의 늙음은 그냥 당연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죽음을 품고 있었다. 내 .. 2023. 9.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