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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38

퇴근 후 책 숫자 계산문제 해결자금 결제버럭 굽신정치 신물인간 인간퇴근하면 다른 세상이 필요하다.저녁을 먹고 아이를 안아보고 책을 펼친다.두세 페이지만 봐도 충분하다. 로드 헨리가 도리언에게 들려주는 염세적이고 날카로운 이야기를 듣는다. 런던 헨리의 서재 벽난로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산문 같은 삶에 너무 과도하게 투자하는 바람에 파산하지. 그러나 시로 인해 파멸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명예로운 일이야.”소크라테스와 케팔로스가 아테네 외곽 항구도시 페이라이에우스에서 늙음에 대해 얘기한다. 중정에 올리브 나무가 있고 오후가 타들어간다. “한번은 시인 소포클레스와 함께 있는데, 어떤 사람이 ‘소포클레스 선생님, 성생활은 어떠신가요? 아직도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시나요?‘라고 묻더이다. 그러자 선생은 ‘이 사람아, 그런 불길.. 2025. 1. 22.
나고야에서 나고야에 왔다.적당히 멀고 적당히 다른 곳.적당히 붐비고 적당히 한적한 도시.한 때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영웅들의 고향.지금을 사는 내겐 그럭저럭 적당한 여행지.할머니- 엄마(나)-딸 여행. 부담 약간. 계획은 대충. 첫날 오스상점가, 세리아, 지브리 카페, 다이소. 그리고 숙소 온천. 둘째 날 다카야마와 시라카와고 버스 여행. 그리고 숙소 온천. 셋째 날 아침 숙소 온천으로 시작. 나고야 시티투어버스인 메구로 버스 타고 나고야성. 오아시스 21로 나와서 해리포터 샵, 회전초밥. 사카에 돈키호테. 후시미 숙소에서 가방 찾고 다시 메구로 버스 타고 나고야 역으로-오후 4시 30쯤 붐비는 버스. 5시 20분 메이테츠 라인 뮤 익스프레스. 무거운 짐 계단에 굴리고 싶고 실성한 듯 웃으니 ‘다이조부?’하며 7.. 2025. 1. 18.
Damien Rice 데미안 라이스 콘서트에 다녀왔다.이런저런 일정으로 압박감이 느껴지는 일정이었지만. 다녀오고 다니 정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데미안 라이스의 조근조근 이야기 따라웃고 노래하고 감상하고. 11~13살 남자아이 입장의 이야기가 참 기억에 남는다.생일날 아침 엄마아빠가 서류가방 - 검정색에 지루한(?) 디자인-을 들고 선물이라고 한다. 가방을 열어보니 백만 달러가 들어있더라. 다 네가 쓰되 나쁘게 쓰진 말고 잘 써라 Use it well. 와우. 이게 웬 떡. 그런데 그다음 날도 백만 달러 가방을 주심. 그다음 날도. 다음날도. 계속. 그렇게 방에 가방이 가득 참. 내 공간이 없어짐. 그 백만 달러가 만약 돈이 아니라 정자라면? 그게 사춘기 남자아이의 상태. 그러면서 부른 노래는  I don't know로.. 2025. 1. 15.
40과 50번째 사이 생일 아침에 40과 50번째 사이 생일 아침이다. 생일 선물로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고 혼자 집을 차지했다. 혼자 조용한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건데. 어쩌다 보니 청소하고 이제 물 끓이고 앉았다. 밥을 스스로 해 먹고 머무는 곳을 스스로 청소한다는 것은 가끔 어떤 의식 같다. 나 자신에 대한 예의랄까. 아주 대단하진 않아도 기본적인 것.  청소하고 빨래 돌리는 와중에 영화 LEO가 자꾸 생각났다. You are not that great이란 평화로운 노래 장면이 특히. 나이 지긋한 LEO라는 도마뱀이 부잣집 여자아이에게 너네 집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힘 빼, 나긋나긋하게 불러주는 그런 노래. 또 다른 생각도 이어졌다: 자녀가 나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된다. 그러면 관계가 좋아진단 얘기도 .. 2025. 1. 11.
헤르만 헤세의 사춘기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뜨인돌. 유영미 옮김.사춘기 헤르만 헤세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실려있다하여. 힘껏 비웃어주려고 빌려봤다. 그런데 앗. 빠져들었다.그가 아주 아주 사랑하는 단 한 가지 미덕이 ‘고집’이라네. 이제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미덕들을 한 가지 이름으로 요약하자면 ‘복종’, 인간들이 만들어낸 법칙에 굴하는 것. 그러나 고집 있는 사람의 법칙은 자신의 감각. 고집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Eigensinn이 Eigen(자신의) + Sinn(감각 혹은 의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지구상의 모든 것이 자신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돌, 풀, 꽃, 덤불, 모든 동물이 자신의 감각에 따라 성장하고, 살고, 행동하고, 느낀다. 소설 의 싱클레어는 독일어 Sinn감각+ 프랑스어 Clair.. 2024. 12. 13.
눈 내리는 39번 국도에서 눈이 내렸다. 출근길부터 심상치 않았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함박눈은 하늘에서 내리꽂는 수많은 창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연걸 나오는 옛날 영화 의 마지막 장면처럼. 회사가 경기도 외곽에 있다. 눈이 내리면 오르막 내리막이 구간이 있고 봉고와 트럭들이 많이 다니는 39번 국도가 아수라장이 된다. 다행히 오늘 출근길은 괜찮았다. 오히려 고속화 도로들의 제설상태가 더 허술했다. 회사에 도착했다. 눈이 그칠 줄을 모른다. 크고 작은 공장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이 회사 저 회사 각자 마당의 눈을 치우느라 바닥을 긁은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다 치우고 20분도 지나지 않아 눈이 다시 리필된다. 치운 흔적을 지운다. 사람이 치우고, 눈이 지우고, 치우고, 지우고. 최근 책 모임을 했던 터라 눈이 예사롭게.. 202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