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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4

<멋진 신세계> 늙어서 그래요 할머니의 주름살을 생각한다. 턱 밑에서부터 목 아래로 늘어져 있던 주름들. 매듭을 묶어 주름진 비단 보자기나 커튼 주름을 닮았었다. 나는 그 피부의 감촉이 좋았다. 빳빳하게 뻗대지 않고 부드러웠다. 할머니는 내가 목주름을 만지도록 허락했지만 썩 좋아하진 않으셨다. 겉 표면에 촘촘히 갈아엎은 밭이랑과 고랑처럼 주름살이 빽빽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늙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기억 속 할머니는 그냥 처음부터 할머니였다. 할머니 이름이 곱디 고운 '순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때의 놀라움을 기억한다. 그녀에게도 마흔이 있었고 스물이 있었고 아이였던 시간이 있었을텐데. 그녀의 젊음은 당연한 나이듦 만큼이나 현실감이 없었다. 조부모의 늙음은 그냥 당연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죽음을 품고 있었다. 내 .. 2023. 9. 27.
<멋진 신세계> 현재의 꽃만 장미처럼 활짝 피었다 유토피아의 무게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45 현재의 꽃만 장미처럼 활짝 피었다 유토피아의 무게 | 이야기는 스마트폰에서 시작된다. 이 글을 시작하기까지 참 많은 스크롤을 내리며 뜸을 들였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이메일, 연락도 하지 않는brunch.co.kr 이야기는 스마트폰에서 시작된다. 이 글을 시작하기까지 참 많은 스크롤을 내리며 뜸을 들였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이메일, 연락도 하지 않는 이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옛날엔 소모적인 멍 때림을 TV로 했다. 그래서 '바보상자'라 했는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을 '똑똑한 전화기'로 하고 있다. 만화책부터 TV, 농담까지 전부 스마트폰을 통해 하고 있으니.. 2023. 9. 27.
멋진 신세계 소마 홀리데이 오늘은 휴일이다. '라테는' 출근 직후 회사 커피 자판기 앞에서 서로의 휴일을 묻는 게 월요일 일상이었다. 그 자리의 위너는 금토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유명한 장소에서 역동적으로 놀고 마신 사람이었다. 집에서 책이나 TV를 봤다거나, 산책을 했다고 하면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쓸수록 주말을 알차고 멋지게 보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요즘 휴일은 어떨까. 지금은 편안함과 행복이 불패 테마 같다. SNS에 업로드되는 사진들은 이 시대 지상과제 중 하나가 쾌적한 카페에서 편안함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그 카페가 멀리 있어도 찾아간다. 집에서 씻지 않고 뒹굴거리는 편안함과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의 편안함은 격이 다르다. 여전히 비용과 멋진 휴일은 비례 관계에 있는 것도 .. 2023. 9. 19.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올더스 헉슬리 를 봤다. 역시나 혼자의 힘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하는 동네책방모임을 통해 완주했다. 다 읽은지 몇 주가 지났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행복에 대해 다시 보고 고통에 대해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에 대해 다시 보고 개인의 고독에 대해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과 고통스럽지만 성취하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강렬했다. -------- 작가가 그린 미래의 영국에서는, 아이를 국가가 인공수정으로 계획적으로 낳고 기른다. 수정 직후부터 각 계급에 따라 키, 외모, 학습태도, 어떤 사물에 대해 갖는 태도 등을 학습시킨다. 이를테면 계급이 낮은 계층의 태아에는 알코올을 노출시켜 지능이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은 행.. 2021.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