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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198412

뒷북 메모 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보려고 한 최초의 책이었다. 나는 7년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는데, 이제 조만간 또 하나의 소설을 쓰고 싶다. . . .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1984 원서 볼 때 곁다리로 본 조지오웰의 다른 책에 있는 내용이다. 제목이 뭐였더라. 였나 였나. 약 1년뒤 수첩에서 오늘 아침 발견. 수첩은 맨날 잃어버리니까 여기에 적어둔다. 조만간 쓰고 싶다던 그 소설이 1984인 셈. 내용은 괴롭고 문장은 눈부신 그 책. 엄지작가 쓰기로 한 꼭지 올린 후 더 내 마음을 후벼파는 저 문장.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2023. 1. 18.
BOOK ONE/ 그 남자, SYME 책에 사임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주인공 윈스턴의 가까운 동료이다. 책에선 동지의 개념이지만, 윈스턴은 동지들 가운데서도 좀 더 같이 있기에 즐거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You did not have friends nowdays, you had comrades; but there were some comrades whose society was more pleasanter than that of others. (Signet, P.48) 그는 땅딸막하고, 안경을 낀 똑똑한 언어학자로, 살짝 변태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도 윈스턴처럼 내부당원이다. 그는 '신어사전' 편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당에 완전히 충성하는 정통파(orthodox)이지만, 타고난 심미안과 그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정통파로 남아있기에 살짝 .. 2022. 3. 13.
BOOK ONE/ 이분증오 일상 1984에서는 2분증오라는 루틴이 나온다. 책 속 사람들은 업무 중간에 반드시 매일 2분씩 다같이 모여, 당이 준비한 어떤 영상을 보며 함께 광분한다. 영상은 조금씩 달라도 큰 맥락은 같아서 공공의 적 골드스타인을 폄하하고, 적국의 군사에 분노하며, 빅브라더에게 구원받는 흐름을 담고 있다. 고대 희생제의 같기도 하고, 얼핏 부흥회 같기도 한 모습이다. 훨씬 짧고 폭력적으로 만들어 일상화했지만 말이다. 주인공 윈스턴은 이 2분 증오를 매우 탐탁치 않게 인식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앉아 있다보면 자기도 같이 광분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The horrible thing about the Two Minutes Hate was not that on.. 2022. 2. 9.
BOOK TWO/ Julia 줄리아 1984의 첫번째 파트(book one)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반해, 두번째 파트(book two)는 갑자기 로맨스로 장르를 바꾼 느낌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에 왠 연애이야기 싶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 없는가보다. 사실 오페라, 각종 이야기, 음악, 미술, 등등의 팔할은 사랑이 주제 아니던가. 사춘기 때에는 그런 현실이 못마땅했던 것도 같은데. 사람은 어쨌거나 사람의 몸을 입고 있으니까. (사랑은 어쩌면, 공감, 배려, 과거, 현재, 승리, 미래가 어우러진 개념인걸까. 그래서 당에 의해 금지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탐닉되는 대상인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랑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하고 강하게도 하고. 증오를 키우게도 할 수 있지만, 그 에너지를 상쇄시키기도 하니까.) B.. 2022. 1. 3.
BOOK THREE/ 마더 빅브라더 They slapped his face, wrung his ears, pulled his hair, made him stand on one leg, refused him leave to urinate, shone glaring lights in his face until his eyes ran with water; but the aim of this was simply to humiliate him and destroy his power of arguing and reasoning. (p.241) 아. 이 부분을 읽을 때 뜨끔했다. 내가 혹시 집에서 가족들에게 논쟁하거나 말대답할 여유를 없애고 있진 않나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바르게 자라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보호자라는 감투에 취해, 혹시 겁박한 적은 .. 2021. 12. 29.
BOOK THREE/ 참회록 1984 스포일러 있슴. --- 윈스턴은 그러나 자신의 비참해진 외모를 보고 무너진다. 모진 고문으로 머리털과 이는 빠지고, 허리는 굽었으며, 피부 사이사이에 때가 잔뜩 끼었을 뿐 아니라, 무릎보다 허벅지가 얇아질 정도로 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고 오열한다. 그 직전까지만해도 오브라이언과 대화하며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이 낫다고 했던 그가 말이다. 공감이 가면서도. 참. 외모가 그리 중한 것이던가. 또 한 번.. 프랑켄슈타인이 떠올랐다. 그래도 난 줄리아는 배신하지 않았다고. 윈스턴이 위안한다. 오브라이언이 그래 그랬지 하니, 그가 역시 아주 똑똑하고 거대한 사람이라며 윈스턴은 감동한다. 결국 책의 가장 마지막에는 그 한 조각 위안마저 반납하게 된다. 그렇게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아처럼 빅브라더의.. 2021.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