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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Hamlet5

햄릿의 연기, 연기, 연기 오랜만에 연극을 보러 갔다. 소극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퀴퀴하고 쿰쿰한 냄새가 났다. 환기 안 되는 지하 공간에, 땀 흘리는 사람들. 내게 각인되어 있는 연극의 냄새다. 대학로 어느 소극장에서 오랜만에 그 냄새를 맡았다. 이 날의 극은 디스토피아 이야기로, 스토리 자체는 그저 그랬다. 책이나 영화에서 더 많이, 더 치밀하게 접해온 소재였다. 그러나. 배우들의 기(氣)랄까. 연기자들의 생생한 눈빛과 힘 있는 목소리가 그 모든 엉성함을 압도했다. 연극의 매력은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배우들에게 있음을 느꼈더랬다. 사실 어쩌다 연극을 볼 때마다 느낀다. 소문으로만 무수히 들었던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도 연극이었다. 연기 演技 Play. 지문과 대사로 이뤄진 희곡. 그래서 내게는 접근이 어려웠던 책이다. 아버지를.. 2023. 12. 13.
오필리어 오필리어. Ophelia 많은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온 아름다운 여인. 햄릿을 보지 않았던 때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이런저런 연극 소재로 쓰이거나 영화 주인공 이름이거나,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던가, 그림이 그려졌다. (가끔 나는 오르페우스하고도 좀 헷갈렸음을 고백한다. 물론 오르페우스는 남자이며 음악천재이자, 지하세계로 자신의 그녀 에우리디케를 데리러 갔던 신화 속 남자이다. 오필리어와는 완전 다르다.) 낭독모임하면서 본 오필리어는 그러나 아무 존재감이 없었다. 오빠 레어티스의 길고 긴 충고를 적당히 되돌려줄 때에는 '어 똑똑하네' 싶긴 했다. 햄릿이 야심 차게 준비한 극을 보면서 그의 농담을 받아칠 때에도 '살아있네' 싶긴 했다. 그런데 행동이 없다. 스스로 뭘 하는게 없다. 심지어 물에 .. 2023. 11. 25.
2막 연극에 진심 2막에서 알게 됐다. 햄릿도, 셰익스피어도, 연극에 진심이다. 햄릿은 슬슬 미친 척 연기하는데, 이는 유령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그 증거란 것은 물증 아닌 심증. 마침 연극배우 몇몇이 햄릿이 있는 덴마크 궁전을 방문한다. 햄릿은 그들의 연기 실력을 직접 확인한다. 배우들에게 베르길리우스의 에서 트로이 왕의 죽음을 언급하는 부분을 읊을 것을 지시했다. 아. 이 부분. 후까시 작렬한다. 영화의 한 장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유혈낭자 스타일에 구스반산트 감독의 서정, 드뇌 빌뵈브의 스케일있는 쿨함이 섞였다. 베르길리우스가 궁금해졌다. 의지와 결행 사이 칼이 잠시 공중에 멈췄다가 트로이의 늙은 왕 프리아모스을 내리치는 장면! 아이네이스의 주인공 즉 아이네이아스는 왕의 죽음을 목격한 후 희.. 2023. 11. 17.
1막 유머 오빠 레어티즈의 충고 동생 오필리어의 되받아침 아빠 플로어니스의 부끄러움 그리고 아주 멋있어 보였던 조언들이 실제로 소리내 읽으면 매우 비현실적인 주문을 한꺼번에 퍼붓는 그러니까 양치하면서 치약은 쓰지마 같은 류의 빈 말들처럼 느껴졌다. 백희나 원작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ㅋ 의외로 웃긴다 햄릿. 비텐베르크 대학에는 마틴 루터가 교수로 있었다고 한다. 당시 계몽사상을 전파하던 곳 중 하나였단다. 이번에 낭독모임에서 하니가 알려줘서 알게됐다. 햄릿은 매우 깨어있고, 똑똑하고, 위트있는 인물이더라. 그리고 풀리지 않는 궁금증: 자신의 영혼이 불멸의 것? 끝까지 읽어보면 의문이 풀릴까? 2023. 11. 17.
햄릿 낭독을 시작하다 햄릿 낭독을 시작했다. 이번 책읽기 리더 하니의 블로그. 모집글 인트로. https://m.blog.naver.com/munsul0107/ 책 속의 책. 정말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저런 책 속에 많이도 언급된다. 가깝게는 최근 빠져들어있던 는 제목을 셰익스피어 에서 가져왔다. 내심 템페스트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셰익스피어의 기본은 햄릿. 쓸의 추천으로 햄릿 낭독 모임이 급조됐다. 모임을 하기로 결정하고 책을 펼쳤다. 이런. 희곡은 전부 대사다. 눈에 잘 안들어온다. 문장을 달라, 문장을.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냥 덮고. 며칠 뒤 다시 펼쳐봤다. 출판사를 바꿔서 또 펼쳐봤다. 진도가 잘 안나간다. 장면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던가. B클럽 북텔링 하듯이 천천히 소리내서.. 2023.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