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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땀, 똥 : 텃밭에서 하는 뻘생각 농장 텃밭에서 오이를 땄다. 점심으로 먹을 것이다. 유월의 햇빛과 비, 바람은 텃밭 채소를 아주 맛있게 키워낸다. 차가운 지하수로 씻어낸 오이를 대충 잘라서 하나 날름 집어먹었다. 달다. 아삭거린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어느 학술원 학자가 연구했던 '오이에서 햇빛 추출하기 실험'이 생각났다. 햇빛은 달고 아삭거리는 것일까. 짬을 내서 이천 농장에 왔다. 한 참 복숭아 봉지를 씌워줄 때이다. 복숭아에 종이봉지를 씌우면 벌레 먹는 것도 방지하고, 복숭아가 햇빛을 받아 새빨갛게 변하는 것도 막는단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복숭아는 크고, 벌레 먹지 않고, 붉은색보다는 노란빛이 도는 것이라 그렇게 한다. 유월말 시작되는 장마 전까지 봉지 씌우기를 마쳐야 한다. 땀이 난다. 한낮의 기온이 꽤 오르고 햇빛이 따갑다. .. 2024. 6. 9.
삼체 1 저격수sniper와 농장주farmer과학의 경계 학자들은 토론할 때 ‘SF’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SF는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의 약자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두 단어의 영문 약자였다. 이것은 두 가지 가설에서 출발하고 모두 우주 규칙의 본질과 관련된다.‘저격수 가설’은 저격수가 과녁 10센티미터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놓았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 과녁의 평면에 2차원 지능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들 중 과학자가 자신의 우주를 관찰한 결과 ‘우주에는 10센티미터마다 구멍이 하나씩 있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다. 그들은 저격수가 잠깜 흥에 겨워 아무렇게나 한 행위를 자신들 우주의 절대적인 규칙으로 본 것이다.‘농장주 가설’은 공포스러운 색채를 띤다. 한 .. 2024. 6. 3.
17세기 영국 조너선 스위프트 1667년생. 걸리버 릴리펏 도착 1699년. 브롭딩낵 1703년, 라퓨타 1707년. 마지막 여행지 후이늠을 떠난 것은 1715년. 걸리버 여행기가 출간된 것은 1726년. 스위프트 나이 60쯤이었습니다. 60에도 이렇게 뾰족했군요... 17세기 영국은, 어휴, 말도 못 했어요. 제가 그 시대 거기 살았다면. 목숨 부지하기도 힘들었을뿐더러, 살아있어도 너무 피곤할 것 같습니다. 왕권을 잃지 않으려는 왕과, 서서히 부와 세력을 키워간 상공인 젠트리 계층, 그리고 가톨릭도/ 영국 국교도/ 초월하고 싶은 청교도/ 간의 이합집산 및 대립이 지속됐거든요. 그것도 아주 과격하게요. 1600년대의 시작은 제임스 1세 왕부터 시작합니다. 가이 포크스 이야기로 (영화 브이 포 벤데타 모티브) 대표되는 .. 2024. 6. 1.
화들짝 소금 (여자 1의 이야기: 순간의 떨림, 너드 커넥션)  엠티라고 꼭 멀리 갈 필요 있나. 어디서든 밤새 술잔 기울이고,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 나누고, 피곤한 아침을 함께 맞는 루트인데. 그럼그럼. 동아리 엠티를 서울 북쪽 어느 산자락 계곡으로 간다고 했다. 지하철 4호선 타고 거의 끝까지 갔던가. 지하철역이 수유였던 것 같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선배들이 잡아뒀다는 식당으로 갔다.  계곡에 빼곡하게 들어찬 닭백숙 식당들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죄다 대학 엠티 왔나보다. 목소리가 크고 들떠있고 몰려 다니는 사람들. 나도 그다지 그들과 다르지 않다. 내가 온 곳은 대학 동아리 엠티였다. 그래도 학과 엠티에 비해서 사람이 적었기에, 이야기도 즐거웠고,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었다. 좀 삐꾸같은 동아리였지.. 2024. 5. 26.
Nothing Lasts I may be wrong이란 책을 보고 있다.거기 등장하는 마법의 주문이 I may be wrong이다.소크라테스의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란 모토가 떠오르는 제목.정치권에서 이 마법 주문을 외운다면, 정말 분쟁이 확 줄어들겠다 싶었다.내 생각과 나를 분리시키고, 인생은 대응의 영역, 내가 하는 일에 실존하는 것의 기쁨,세상 사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음, 인생사 새옹지마, 어차피 내 손 안의 것이 아님을 말한다. 책을 읽어나갈수록나는 참 내 안에서 잘 살고 있구나 싶다.나 승려의 삶을 살고 있던 건가. 드라마 정치사회뉴스는 인연 닿는 것만 보고,연예인 운동경기 대중문화 참 관심 적고아름다운 사람에는 감탄하고인생에 실용적으로 대처.가끔 끄적이고.최소한의 요리만 하고.집과 사무실 청소 등 적.. 2024. 5. 24.
키르케 매들린 밀러.너무 너무 재미있다.그리스 로마 신화 스핀오프 히가시노 게이코 버전? 오딧세이아 뒷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키르케를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살아아서 숨을 쉰다. 재미가 있다. 정말 책날개 어딘가에 써있던 것 처럼, 언젠가 그녀의 책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배우는 날이 올 수 도 있을까. 생각해보니 매들린 밀러의 도 아주 재미있게 봤었다. 그건 단편. 이건 장편. 누군가 가 호빗이라면 는 반지의 제왕이라 하더라.  너무 행복해하지 마라.머리 위에 불벼락이 떨어질 수 있다.형벌은 최대한 잘 감당하는 걸로...마법은 재능보다 의지의 문제이루고 싶으면 부단하게 실용적으로다대응할 것 2024.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