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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ien Rice 데미안 라이스 콘서트에 다녀왔다.이런저런 일정으로 압박감이 느껴지는 일정이었지만. 다녀오고 다니 정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데미안 라이스의 조근조근 이야기 따라웃고 노래하고 감상하고. 11~13살 남자아이 입장의 이야기가 참 기억에 남는다.생일날 아침 엄마아빠가 서류가방 - 검정색에 지루한(?) 디자인-을 들고 선물이라고 한다. 가방을 열어보니 백만 달러가 들어있더라. 다 네가 쓰되 나쁘게 쓰진 말고 잘 써라 Use it well. 와우. 이게 웬 떡. 그런데 그다음 날도 백만 달러 가방을 주심. 그다음 날도. 다음날도. 계속. 그렇게 방에 가방이 가득 참. 내 공간이 없어짐. 그 백만 달러가 만약 돈이 아니라 정자라면? 그게 사춘기 남자아이의 상태. 그러면서 부른 노래는 I don't know로.. 2025. 1. 15.
40과 50번째 사이 생일 아침에 40과 50번째 사이 생일 아침이다. 생일 선물로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고 혼자 집을 차지했다. 혼자 조용한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건데. 어쩌다 보니 청소하고 이제 물 끓이고 앉았다. 밥을 스스로 해 먹고 머무는 곳을 스스로 청소한다는 것은 가끔 어떤 의식 같다. 나 자신에 대한 예의랄까. 아주 대단하진 않아도 기본적인 것.  청소하고 빨래 돌리는 와중에 영화 LEO가 자꾸 생각났다. You are not that great이란 평화로운 노래 장면이 특히. 나이 지긋한 LEO라는 도마뱀이 부잣집 여자아이에게 너네 집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힘 빼, 나긋나긋하게 불러주는 그런 노래. 또 다른 생각도 이어졌다: 자녀가 나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된다. 그러면 관계가 좋아진단 얘기도 .. 2025. 1. 11.
헤르만 헤세의 사춘기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뜨인돌. 유영미 옮김.사춘기 헤르만 헤세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실려있다하여. 힘껏 비웃어주려고 빌려봤다. 그런데 앗. 빠져들었다.그가 아주 아주 사랑하는 단 한 가지 미덕이 ‘고집’이라네. 이제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미덕들을 한 가지 이름으로 요약하자면 ‘복종’, 인간들이 만들어낸 법칙에 굴하는 것. 그러나 고집 있는 사람의 법칙은 자신의 감각. 고집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Eigensinn이 Eigen(자신의) + Sinn(감각 혹은 의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지구상의 모든 것이 자신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돌, 풀, 꽃, 덤불, 모든 동물이 자신의 감각에 따라 성장하고, 살고, 행동하고, 느낀다. 소설 의 싱클레어는 독일어 Sinn감각+ 프랑스어 Clair.. 2024. 12. 13.
눈 내리는 39번 국도에서 눈이 내렸다. 출근길부터 심상치 않았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함박눈은 하늘에서 내리꽂는 수많은 창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연걸 나오는 옛날 영화 의 마지막 장면처럼. 회사가 경기도 외곽에 있다. 눈이 내리면 오르막 내리막이 구간이 있고 봉고와 트럭들이 많이 다니는 39번 국도가 아수라장이 된다. 다행히 오늘 출근길은 괜찮았다. 오히려 고속화 도로들의 제설상태가 더 허술했다. 회사에 도착했다. 눈이 그칠 줄을 모른다. 크고 작은 공장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이 회사 저 회사 각자 마당의 눈을 치우느라 바닥을 긁은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다 치우고 20분도 지나지 않아 눈이 다시 리필된다. 치운 흔적을 지운다. 사람이 치우고, 눈이 지우고, 치우고, 지우고. 최근 책 모임을 했던 터라 눈이 예사롭게.. 2024. 11. 27.
사람 몸 속의 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1669년 함부르크의 화학자인 브란트가 연금술을 연구하다가 인을 발견했어요. 그는 금속을 소변의 추출물에 첨가하면 금으로 변할 거라 믿었지요. 그런데 여태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하게 타오르는 물질만 얻게 된 거예요. 그 후로 오랜 기간 동안 인은 진흙 증류기로 소변을 증류하고 남은 것을 강하게 가열해서 얻어 냈습니다. 요즘은 인산과 석회가 들어 있는 동물의 뼈에서 인을 추출한답니다." 브라운 박사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성냥 만드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그는 정신 활동과 육체적 활동을 아무 문제 없이 별개로 분리할 수 있었다. 손놀림을 멈추거나 실수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가장 심오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티타에게 계속 얘기를 하면서도 성냥 만드.. 2024. 11. 17.
우정총국에 가 보았다 우정총국에 왔다.조계사 바로 옆, 인근에 ‘도화서 터’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이다. 단층짜리 작은 기와 건물이다. 조계사와 인사동 길을 그렇게 지나갔건만 우정총국은 낯설었다. 당연히 조계사 부속건물이려이 하고 지나쳤었다. 알고보니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이라고 한다.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장난감 자동차들로 집배원 차량 변천사도 보여주고. 최초의 우표와 우정총국 설립의의가 기록된 승정원 일기 판본도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각국과 통상을 한 이래 내외의 관계와 교섭이 날로 증가하고 관청과 상인들이 주고받는 통신이 번성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편의 시설이 없으면 원근을 막론하고 소식을 연럭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에 명하노니, 우정총국을 설립하여 연해 각 항구를 내왕하는 우편물을 취급할 뿐만 아니라 .. 2024.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