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뜨인돌. 유영미 옮김.
사춘기 헤르만 헤세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실려있다하여. 힘껏 비웃어주려고 빌려봤다. 그런데 앗. 빠져들었다.
그가 아주 아주 사랑하는 단 한 가지 미덕이 ‘고집’이라네. 이제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미덕들을 한 가지 이름으로 요약하자면 ‘복종’, 인간들이 만들어낸 법칙에 굴하는 것. 그러나 고집 있는 사람의 법칙은 자신의 감각.
고집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Eigensinn이 Eigen(자신의) + Sinn(감각 혹은 의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지구상의 모든 것이 자신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돌, 풀, 꽃, 덤불, 모든 동물이 자신의 감각에 따라 성장하고, 살고, 행동하고, 느낀다. 소설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독일어 Sinn감각+ 프랑스어 Claire맑은의 합성어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 Sin죄 + Claire맑은 의 뜻일 수 있다고 끄적였던 적이 있었는데. 감각Sinn, 죄Sin, 그 둘은 관련 있는 단어일까.
비극적, 영웅의 의미가 헤르만 헤세에게는 다르다. 비극적이란 것은 관습적은 법을 거슬러 자신의 별을 따르다가 죽어간 영웅의 운명을 뜻한다고. 오로지 이런 영웅의 운명을 통해서만 인류는 늘 자신의 감각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오늘날 (그러니까 1,2차 세계대전 전후) 모든 산업재해를 비극적이라 부르면서 오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사한 군인의 죽음을 영웅적 죽음이라고 이야디하는 추세는 적잖이 옳지 않다고 언급했다. 물론 그들은 참혹한 일을 감내했고, 목숨까지 바쳤지만. 영웅이라 할 순 없다고
세계사적 순간, 역사적 순간보다는 개인의 일에 동한다고.
비루한 삶에 대항하는 최상의 무기는
용기와 고집, 인내다.
용기는 자신을 강하게 해주고,
고집은 인생을 재미있게 해주며,
인내는 평안을 허락한다.
캬.
그는 평생 사춘기였던 것 같다. 성을 생각하는 사춘기말고, 부모 관습 학교로부터 반항 분리 독립하고자 하는 사춘기. 그런 사람을 문인이라고 부르는건가. 그는 한 번도 어른인 적이 없었거나 언제나 어른이었던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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