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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일기

사람 몸 속의 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by 은지용 2024. 11. 17.

 
"1669년 함부르크의 화학자인 브란트가 연금술을 연구하다가 인을 발견했어요.
 
그는 금속을 소변의 추출물에 첨가하면 금으로 변할 거라 믿었지요. 그런데 여태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하게 타오르는 물질만 얻게 된 거예요. 그 후로 오랜 기간 동안 인은 진흙 증류기로 소변을 증류하고 남은 것을 강하게 가열해서 얻어 냈습니다. 요즘은 인산과 석회가 들어 있는 동물의 뼈에서 인을 추출한답니다."
 
브라운 박사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성냥 만드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그는 정신 활동과 육체적 활동을 아무 문제 없이 별개로 분리할 수 있었다. 손놀림을 멈추거나 실수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가장 심오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티타에게 계속 얘기를 하면서도 성냥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인 혼합물이 만들어졌으니 이제 성냥개비를 만들 마분지를 준비해야지요. 물 1파운드에 질산 칼륨 1파운드를 용해시키고 색깔을 내기 위해 사프란을 약간 첨가합니다. 그리고 이 액체에 마분지를 담급니다. 마분지를 말린 후 가늘게 잘라 그 끝에 인 혼합물을 조금 묻힙니다. 그런 다음 모래 속에 묻은 상태에서 그대로 말리지요."
 
성냥이 마르는 동안 브라운 박사가 티타에게 실험 하나를 보여 주었다.
 
"인은 상온에서는 산소와 잘 결합하지 않지만 온도가 상승하면 이내 불꽃을 내며 타오르지요. 보세요....."
 
박사는 수은이 가득 담긴 시험관에 인을 조금 집어넣었다. 그리고 시험관을 촛불에 대고 인을 녹였다. 그런 다음 산소가 가득 담긴 종 모양 유리관 윗부분에 있던 인 가스와 만나는 순간 커다란 불꽃이 일었다. 마치 번개가 번쩍이는 듯한 빛을 발했다.
 
"아시다시피 우리 몸 안에도 인을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이 있어요. 그보다 더 한 것도 있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걸 알려 드릴까요?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을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잠시동안 우리는 그 강렬한 느낌에 현혹됩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따뜻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 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중략..
 
존은 티타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차가운 입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강렬한 불길이 꺼질 수 있으니까요. 그 결과는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런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록 그 입김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가 훨씬 더 수월하답니다."
 
존은 양손으로 티타의 한쪽 손을 감싸며 간단히 덧붙였다.
 
"축축해진 성냥갑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이 있어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원소기호 P, 인.

<멋진 신세계>에선 사람이 죽으면 화장해서 사체내 인을 회수한다. 사람 몸뚱아리가 갖는 가치는 그 정도.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에선 한 인간을 빛나게 하는 원천이다. 사람 몸뚱아리를 살리는 불씨. (도깨비불의 원천?)

이천 복숭아 농장에선 한 해 농사가 끝났을 때 다음 해를 위해 나무에 덮어주는 비료로 쓰인다. 나무의 보양식.

어떤 산업 현장에선 인이 폭발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반응하도록 구리와 합금된 상태로 사용한다. 그걸로 이종금속간 용접소재를 만든다.

그냥 그런 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112

우리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

내 안에 인 있다 :P | 인 Phosphorous. 인이라는 물질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누구나 몸 안에 성냥갑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썰을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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