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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53

하드캐리 실랑이 오늘은 수요일.내일은 목요일. 수요일은 아이들 모두 여유있는 날입니다. 학원이 없거든요. 그래서 가끔 외식도 후딱 하고 들어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여유로운 수요일마다 분노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지금 시각이 수요일 밤 10시. 오늘도 그래서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첫째는 여유를 마음껏 즐기다가 결국 과제를 못하고 내일 학원에 숙제를 못하고 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주에도 그랬어요. 학원에 전기세 내주러 가는 일인입니다. 학원 선생님은 참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 숙제를 안해가나 싶어요. 네가 좋아하는 선생님도 아이들이 숙제를 해와야 분위기 좋은 학원으로 소문나서 좋아할거라고 해보지만. 마음에 가 닿는것은 단 몇 초. 다시 마음은 핸드폰 속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둘째는 낮에 실컷 놀고 밤이 깊어지.. 2025. 4. 9.
파도 파도가몰려오고슬려가고들숨 날숨들숨 날숨쉬지않고 계속되는 바다의 호흡을 듣고 왔다밤에는 천둥같이 거칠고 컸고아침에는 시냇물처럼 싱그러웠고오후에는 크림처럼 부드럽고 잔잔했다아무리 어려운 자세에서도 상황에서도중요한 것은 호흡하는 일숨쉬기 어려울 땐파도를 떠올려야지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121 호흡바다의 | 바닷가에 다녀왔다. 바다가 숨을 쉬고 있었다. 파도소리 따라 나도 함께 숨을 쉬었다. 밤에는 천둥처럼, 아침에는 냇물처럼, 오후에는 크림처럼. 시끄럽게, 싱그럽게, 부드럽게. 창문 열brunch.co.kr 2025. 2. 25.
나고야에서 나고야에 왔다.적당히 멀고 적당히 다른 곳.적당히 붐비고 적당히 한적한 도시.한 때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영웅들의 고향.지금을 사는 내겐 그럭저럭 적당한 여행지.할머니- 엄마(나)-딸 여행. 부담 약간. 계획은 대충. 첫날 오스상점가, 세리아, 지브리 카페, 다이소. 그리고 숙소 온천. 둘째 날 다카야마와 시라카와고 버스 여행. 그리고 숙소 온천. 셋째 날 아침 숙소 온천으로 시작. 나고야 시티투어버스인 메구로 버스 타고 나고야성. 오아시스 21로 나와서 해리포터 샵, 회전초밥. 사카에 돈키호테. 후시미 숙소에서 가방 찾고 다시 메구로 버스 타고 나고야 역으로-오후 4시 30쯤 붐비는 버스. 5시 20분 메이테츠 라인 뮤 익스프레스. 무거운 짐 계단에 굴리고 싶고 실성한 듯 웃으니 ‘다이조부?’하며 7.. 2025. 1. 18.
Damien Rice 데미안 라이스 콘서트에 다녀왔다.이런저런 일정으로 압박감이 느껴지는 일정이었지만. 다녀오고 다니 정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데미안 라이스의 조근조근 이야기 따라웃고 노래하고 감상하고. 11~13살 남자아이 입장의 이야기가 참 기억에 남는다.생일날 아침 엄마아빠가 서류가방 - 검정색에 지루한(?) 디자인-을 들고 선물이라고 한다. 가방을 열어보니 백만 달러가 들어있더라. 다 네가 쓰되 나쁘게 쓰진 말고 잘 써라 Use it well. 와우. 이게 웬 떡. 그런데 그다음 날도 백만 달러 가방을 주심. 그다음 날도. 다음날도. 계속. 그렇게 방에 가방이 가득 참. 내 공간이 없어짐. 그 백만 달러가 만약 돈이 아니라 정자라면? 그게 사춘기 남자아이의 상태. 그러면서 부른 노래는 I don't know로.. 2025. 1. 15.
40과 50번째 사이 생일 아침에 40과 50번째 사이 생일 아침이다. 생일 선물로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고 혼자 집을 차지했다. 혼자 조용한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건데. 어쩌다 보니 청소하고 이제 물 끓이고 앉았다. 밥을 스스로 해 먹고 머무는 곳을 스스로 청소한다는 것은 가끔 어떤 의식 같다. 나 자신에 대한 예의랄까. 아주 대단하진 않아도 기본적인 것.  청소하고 빨래 돌리는 와중에 영화 LEO가 자꾸 생각났다. You are not that great이란 평화로운 노래 장면이 특히. 나이 지긋한 LEO라는 도마뱀이 부잣집 여자아이에게 너네 집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힘 빼, 나긋나긋하게 불러주는 그런 노래. 또 다른 생각도 이어졌다: 자녀가 나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된다. 그러면 관계가 좋아진단 얘기도 .. 2025. 1. 11.
눈 내리는 39번 국도에서 눈이 내렸다. 출근길부터 심상치 않았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함박눈은 하늘에서 내리꽂는 수많은 창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연걸 나오는 옛날 영화 의 마지막 장면처럼. 회사가 경기도 외곽에 있다. 눈이 내리면 오르막 내리막이 구간이 있고 봉고와 트럭들이 많이 다니는 39번 국도가 아수라장이 된다. 다행히 오늘 출근길은 괜찮았다. 오히려 고속화 도로들의 제설상태가 더 허술했다. 회사에 도착했다. 눈이 그칠 줄을 모른다. 크고 작은 공장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이 회사 저 회사 각자 마당의 눈을 치우느라 바닥을 긁은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다 치우고 20분도 지나지 않아 눈이 다시 리필된다. 치운 흔적을 지운다. 사람이 치우고, 눈이 지우고, 치우고, 지우고. 최근 책 모임을 했던 터라 눈이 예사롭게.. 202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