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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여행기4

거인국 속 소인의 자세 "키 작은 게 나빠?" 저희 둘째의 말이었어요. 유치원에 다닐 때였나. 그맘때 아이들에게 늘 하듯 '잘 먹어야 키가 쑥쑥 큰다'라고 했는데. 아이가 곰곰 생각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되묻는 거예요. 키 작은 게 나쁜 거냐고. 저는 키가 작습니다. 대한민국 여성 평균 신장에 크게 못 미칩니다. 그렇다고 제가 키 때문에 나쁜 인간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좀 불편합니다. 만원 지하철 속에서, 사람들 아래에 파묻히면 공기가 더 답답하거든요. 어디선가 방구냄새가 풍겨오면 정말 괴롭습니다. 큰 사람들은 알기 힘든 디테일이죠. 북유럽 여행 중에 키가 2미터 50은 되는 듯한 거대하고 건장한 노숙인을 보고 내심 두려워했던 기억도 납니다. 분명 같은 인간이지만 같지 않았습니다. 그가 머리카락과 수염을 휘날리며 걸어.. 2024. 4. 12.
계란 까는 방법 삶은 계란 어떻게 까 드시나요? 저는 삶자마자 찬물에 담가서, 살짝 비어있는 쪽으로 깨뜨려 먹습니다. 어떤 때는 갸름한 쪽, 어떤 때는 둥근 쪽이 비어있던 것 같아요. 에 나오는 소인국, 릴리펏에서는 갸름한 쪽부터 깨 먹습니다. 현 황제의 할아버지가 관습대로 둥근 쪽으로 깨뜨려 먹다가 다친 일이 있었다 합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황제는 칙령을 내려 신민들이 반드시 갸름한 쪽부터 깨 먹도록 했습니다. 옆 나라 블레푸스쿠는 여전히 둥근 쪽으로 먹고 있어 서로 전쟁 중이고요. 책을 보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저는 계란 개신교 찬물정파인가? 동시에 혹시 내게도 저런 어처구니 없는 지점이 있나 싶어, 간담이 서늘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역사에서 헨리 8세가 아내 캐서린 말고 다른 여자, 앤 불린과 결혼하고 싶은데 종.. 2024. 4. 10.
밋밋하고 만만한 첫 문장 안녕하세요?! 책 모임 진행을 맡은 쟝입니다. 책 모임은 끼기만 했지만 이렇게 시작하는 말을 꺼내는 것은 처음이네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지요. 읽고 싶었던 책, 설레는 마음 일으켜 용기를 내봅니다. 아마 저 뿐 아니라 같이 읽으러 온 분들도 첫날이라 떨릴 수 있을 듯요. 걸리버는 이런 떨리는 마음 별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아주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가지요. 자신의 감정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달까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지요. 걸리버 여행기가 풍자 소설로 손꼽히는 것은 이 특유의 거리감에서 출발할지도 몰라요. 이번 주 읽을 릴리펏은 심지어 스케일이 다른 소인국. 가까이하려야 가까이하기 어렵습니다. 소인국의 삶을 거인의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산 위에서 세상 내려다.. 2024. 4. 1.
[4월 함께 읽기 알림]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걸리버가 소인국을 여행하고 우정 쌓는 이야기. 저도 아이 때 만화로 본 기억이 납니다. 소인국 릴리펏에서 원수지간의 두 나라를 화해시켜 주는 훈훈한 내용으로 기억해요. 릴리펏은 어린아이들의 실내 놀이터 이름이기도 하지요. 네이버 지도 검색하면 나온답니다. 그런데 그거 아셨어요? 걸리버의 여행은 소인국 릴리펏에서 끝나지 않아요. 그건 1장이고, 이후 그는 또 여행을 떠나고 다시 풍랑을 만납니다. 여행기는 2장 거인국 브롭딩낵, 3장 천공의 성 라퓨타, 4장 말의 나라 후이늠국까지 16년 7개월간 이어집니다. 만나는 세상마다 환상적이고 도무지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은근히 우리 사는 세상하고 닮았습니다. 문체도 문학작품이라기보다 일기나 신문 느낌이에요. 감성을 건드린다.. 2024.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