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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작가/고전문학 속 음식 그리고 수다9

멋진 신세계 소마 홀리데이 오늘은 휴일이다. '라테는' 출근 직후 회사 커피 자판기 앞에서 서로의 휴일을 묻는 게 월요일 일상이었다. 그 자리의 위너는 금토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유명한 장소에서 역동적으로 놀고 마신 사람이었다. 집에서 책이나 TV를 봤다거나, 산책을 했다고 하면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쓸수록 주말을 알차고 멋지게 보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요즘 휴일은 어떨까. 지금은 편안함과 행복이 불패 테마 같다. SNS에 업로드되는 사진들은 이 시대 지상과제 중 하나가 쾌적한 카페에서 편안함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그 카페가 멀리 있어도 찾아간다. 집에서 씻지 않고 뒹굴거리는 편안함과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의 편안함은 격이 다르다. 여전히 비용과 멋진 휴일은 비례 관계에 있는 것도 .. 2023. 9. 19.
개츠비 데이지 치킨 맥주 개츠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데이지는 톰과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그들 식탁에는 식은 치킨과 에일이 있었다. 뺑소니 사건이 일어난 밤이었다. 책 속 그날처럼 매우 더웠던 2023년 8월의 어느 여름날. 엄지살롱의 식탁에 톰과 데이지가 입도 대지 않았던 치맥, 치킨과 맥주를 차렸다. 이번 공유주방은 서울대입구역 인근 주택을 개조한 곳이었다. 대문을 지나 작은 마당을 통과해 2층으로 올라갔다. 다른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것 같았다. 오늘 엄지살롱은 이곳이다. 함께 책을 읽은 엄지들이 모두 모였다. 오늘은 쓸의 큰딸이 손님으로 함께 했다. 중학생 손님에게 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책 속 음식을 함께 먹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게스트는 언제나 환영이다. 우리의 무게를 덜어주고, 다른 시.. 2023. 8. 24.
호밀밭 홀든과 수녀 둘의 아침식사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39 우리 사이 거짓말, 가방, 책호밀밭의 파수꾼. 홀든과 수녀 둘의 아침식사 | 혼자였다. J.D 샐린저가 쓴 주인공 홀든은 정말이지 외로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가 시도하는 대화들은 겉돈다. 고등학교를 brunch.co.kr 혼자였다. J.D샐린적 쓴 주인공 홀든은 정말이지 외로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가 시도하는 대화들은 겉돈다. 고등학교를 나오기 전 스펜서 선생님과의 만남은 대화라기보다 훈계였다. 기숙사 친구들과는 장난이 쉽지 대화는 어려웠다. 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동급생의 엄마와도 불가능했고, 택시기사는 업무로 바빴다. 호텔 클럽에서 만난 시애틀 관광녀 3명의 마음은 혹시 마주칠지도 모를 연예인에 쏠려 있어서 질문할 수 .. 2023. 7. 11.
수다를 녹음하다 첫 팟캐녹음과 종교개혁급 후기의 기록 팟캐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책을 읽고 와서 떠드는 건 지난해부터 계속 해온 일이다. 고전소설 골라서 읽고, 쓰고, 만나서 떠들었다. 책 얘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V클럽 불금온토 때부터 짐작은 했었지만, 정말 만날 때마다 눈물 쏙 빠지게 웃다 왔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기억을 되돌리려 해 보면,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진 빠진 기분은 아니고 뭔가 충전된 기분이었다. 존중받으면서도 툭툭 건드려진 기분. 표층부터 심층까지 제대로 털어낸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엄지들의 책 수다를 녹음한다 했을 때 별로 부담이 없었다. 오히려 즐거운 책 수다를 기억하기 좋겠다 싶었다. 남들에게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사람이 신나면 됐지뭐 싶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 2023. 6. 18.
엄지살롱의 식탁 오후의 살롱 안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랑켄슈타인, 달과 6펜스, 데미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고리오 영감 ... 오래전, 그러니까 적어도 70년 전 초판이 나온 고전 문학이다. 책 페이지마다 누군가의 손길이 머문 흔적이 있다. 천천히 읽고, 쓰면서 읽고, 바꿔 읽고, 여러 번 펼쳐 본 흔적이다. 책이 테마인 살롱이다. 한 권을 골라 색 테이프가 붙은 부분을 눈으로 따라갔다. 오후의 태양 빛 안에서 시간은 잠이 든다. Time has fallen asleep in the afternoon sunshine. Ray Bradbury 의 한 구절. 책이 혼란의 근원으로 지목된 세상, 책을 단속하고 불태우러 나간 몬태그가 자기 어깨 위로 쏟아지는 책들 가운데 우연히 마주한 문구다. 상상.. 2023. 5. 26.
앤의 식탁을 차렸다 *여행가방을 끌다 여행 가방을 끌고 있다. 덜덜 덜덜. 지름 3cm 정도의 바퀴 2쌍이 가방을 받치고 있다. 손잡이를 잡은 오른쪽 손목에 아스팔트 길의 오돌토돌한 표면이 그대로 전달된다. 작고 작은 아스팔트의 산을 넘고 넘어 앤의 식탁을 차리러 가는 길이다. 진동이 온몸을 울린다. 가방이 점점 무거워진다. 목적지는 이수역 인근 하나교회 공유주방. 처음 가 보는 곳이다. 우연히 인연이 닿은 곳이다. 교회라니까 오늘 앤 식탁의 초청객인 '마을에 새로 부임한 앨런 목사 부부'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식탁은 어떻게 차려질까. 어떤 시공간이 될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날의 앤처럼. 집에서 나왔을 때에는 가뿐했다.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진 길은 한적했다. 4월의 좋은 날 오후 6시, 완만한 각도의 햇빛에 기분이 유.. 2023.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