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3 햄릿의 연기, 연기, 연기 오랜만에 연극을 보러 갔다. 소극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퀴퀴하고 쿰쿰한 냄새가 났다. 환기 안 되는 지하 공간에, 땀 흘리는 사람들. 내게 각인되어 있는 연극의 냄새다. 대학로 어느 소극장에서 오랜만에 그 냄새를 맡았다. 이 날의 극은 디스토피아 이야기로, 스토리 자체는 그저 그랬다. 책이나 영화에서 더 많이, 더 치밀하게 접해온 소재였다. 그러나. 배우들의 기(氣)랄까. 연기자들의 생생한 눈빛과 힘 있는 목소리가 그 모든 엉성함을 압도했다. 연극의 매력은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배우들에게 있음을 느꼈더랬다. 사실 어쩌다 연극을 볼 때마다 느낀다. 소문으로만 무수히 들었던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도 연극이었다. 연기 演技 Play. 지문과 대사로 이뤄진 희곡. 그래서 내게는 접근이 어려웠던 책이다. 아버지를.. 2023. 12. 13. 오필리어 오필리어. Ophelia 많은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온 아름다운 여인. 햄릿을 보지 않았던 때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이런저런 연극 소재로 쓰이거나 영화 주인공 이름이거나,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던가, 그림이 그려졌다. (가끔 나는 오르페우스하고도 좀 헷갈렸음을 고백한다. 물론 오르페우스는 남자이며 음악천재이자, 지하세계로 자신의 그녀 에우리디케를 데리러 갔던 신화 속 남자이다. 오필리어와는 완전 다르다.) 낭독모임하면서 본 오필리어는 그러나 아무 존재감이 없었다. 오빠 레어티스의 길고 긴 충고를 적당히 되돌려줄 때에는 '어 똑똑하네' 싶긴 했다. 햄릿이 야심 차게 준비한 극을 보면서 그의 농담을 받아칠 때에도 '살아있네' 싶긴 했다. 그런데 행동이 없다. 스스로 뭘 하는게 없다. 심지어 물에 .. 2023. 11. 25. 햄릿 낭독을 시작하다 햄릿 낭독을 시작했다. 이번 책읽기 리더 하니의 블로그. 모집글 인트로. https://m.blog.naver.com/munsul0107/ 책 속의 책. 정말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저런 책 속에 많이도 언급된다. 가깝게는 최근 빠져들어있던 는 제목을 셰익스피어 에서 가져왔다. 내심 템페스트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셰익스피어의 기본은 햄릿. 쓸의 추천으로 햄릿 낭독 모임이 급조됐다. 모임을 하기로 결정하고 책을 펼쳤다. 이런. 희곡은 전부 대사다. 눈에 잘 안들어온다. 문장을 달라, 문장을.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냥 덮고. 며칠 뒤 다시 펼쳐봤다. 출판사를 바꿔서 또 펼쳐봤다. 진도가 잘 안나간다. 장면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던가. B클럽 북텔링 하듯이 천천히 소리내서.. 2023. 1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