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93

밋밋하고 만만한 첫 문장 안녕하세요?! 책 모임 진행을 맡은 쟝입니다. 책 모임은 끼기만 했지만 이렇게 시작하는 말을 꺼내는 것은 처음이네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지요. 읽고 싶었던 책, 설레는 마음 일으켜 용기를 내봅니다. 아마 저 뿐 아니라 같이 읽으러 온 분들도 첫날이라 떨릴 수 있을 듯요. 걸리버는 이런 떨리는 마음 별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아주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가지요. 자신의 감정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달까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지요. 걸리버 여행기가 풍자 소설로 손꼽히는 것은 이 특유의 거리감에서 출발할지도 몰라요. 이번 주 읽을 릴리펏은 심지어 스케일이 다른 소인국. 가까이하려야 가까이하기 어렵습니다. 소인국의 삶을 거인의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산 위에서 세상 내려다.. 2024. 4. 1.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은 것도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은 것도 다시 잘 닦아서 윤 내기.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자연적인 삶을 재창조 시몬 베유가 누군지? 중력과 은총은 무슨 책인지? 오늘 마주친 번개같은 글귀였다. https://brunch.co.kr/@sting762/1155 11화 생계 : 시몬 베유어떻게 밥벌이를 할 것인가? | 인간의 위대함은 언제나 자신의 삶을 재창조하는 데 있다. 자기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재창조하기. 어쩔 수 없이 받은 것도 다시 닦아서 윤을 내기. 인간은 노동brunch.co.kr 2024. 3. 27.
릴리펏에서 사람을 뽑을 때 릴리펏에서 공직에 사람을 뽑을 땐 딱 하나만 본다고 한다. 도덕성. 그들은 정부의 행정 업무가 인류에게 꼭 필요하다고 보면서 어떤 지위가 됐든 인간의 평범한 이해력만 있으면 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다. 여느 때처럼 마음에 드는 인물, 끌리는 정책 별로 없다. 차악을 선택하려는 마음은 어느 선거에나 치트키로 등장해서. 이젠 그게 제일 진부하다. 이 와중에 도덕성만 있으면 된다는 릴리펏 사람들의 단순한 논리가 신선하다. 신의 섭리는 공직 수행을 신비한 업무로 보지 않고, 그래서 천재의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놓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은 천재를 위한 자리 아니고. 도덕성과 평범한 이해력을 갖춘 이가 하는 일. 도덕성이 결여된 자는 아무리 .. 2024. 3. 26.
설악산 하드웨어 주말에 속초에 다녀왔다. 따뜻하고 맑은 날씨였고. 눈 내린 설악산을 봤다. 낮. 속초 고성 어디를 가도 산이 거기 있었다. 밤. 쌓인 눈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며 거기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대한 저 산을 넘어갈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걱정과 압박감이 들었다. 저 산을 넘어다녔던 사람들이 있었지. 저 산 너머를 꿈꾸고 실행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저기에 도로를 놓고 건물을 지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난 역시 산의 위용에 대해 시 짓고 노래하거나 풍류를 즐기는게 좋았을 것 같지만. 딱 그 정도 짬인 것 같지만. 저 산을 넘어가 뭔갈 이루거나 바다를 건너가거나 다리를 놓거나 배를 짓거나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내 주변에 병풍처럼 있다. 저 눈 쌓인 거대한 설악산처럼. --- 집 가는 길 어떻게 저 산을 넘지.. 2024. 3. 25.
불편한 편의점 금요일 저녁 소파에 앉아 보기 시작했다. 재미가 있다!! 고심하며 썼을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후루룩 읽혔다.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곰 같던 아저씨가 더듬더듬하는 말, 행동이 꼭… 얼마 전 내게 적당히 단호한 위로를 건네던 단호박죽. 속을 채우던 뜨끈한 노랑 같았다. 이야기가 가짜란 걸 알면서도 속이 차올랐다. 눈물이 날 뻔했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왜 그 자본으로 제조업을 하실까 일을 위한 일에 돈도 만져보지 못하는데 언젠가 정리를 하실까 난 넌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요런 생각을 많이 했던 날이었다. 책 속 편의점 사장님의 연금생활이 부러웠고 그녀의 인간적인 여유는 더 부러웠다. 이 와중에 책 속 작가가 이야기를 신나서 써 내려가며 하던 163페이지의 말은. 기억 전달자 4부작 중 두 번째 .. 2024. 3. 23.
[4월 함께 읽기 알림]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걸리버가 소인국을 여행하고 우정 쌓는 이야기. 저도 아이 때 만화로 본 기억이 납니다. 소인국 릴리펏에서 원수지간의 두 나라를 화해시켜 주는 훈훈한 내용으로 기억해요. 릴리펏은 어린아이들의 실내 놀이터 이름이기도 하지요. 네이버 지도 검색하면 나온답니다. 그런데 그거 아셨어요? 걸리버의 여행은 소인국 릴리펏에서 끝나지 않아요. 그건 1장이고, 이후 그는 또 여행을 떠나고 다시 풍랑을 만납니다. 여행기는 2장 거인국 브롭딩낵, 3장 천공의 성 라퓨타, 4장 말의 나라 후이늠국까지 16년 7개월간 이어집니다. 만나는 세상마다 환상적이고 도무지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은근히 우리 사는 세상하고 닮았습니다. 문체도 문학작품이라기보다 일기나 신문 느낌이에요. 감성을 건드린다.. 2024.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