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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보다 만찬 _Day 25, 26, 27 소크라테스 은 마무리로 넘어갑니다. 당시 재판은 하루 만에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원고와 피고 양측이 입장을 이야기한 후 최대 500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유/무죄 표결을 하고( 소크라테스의 법정도 대략 500명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측이 모두 피고 즉 죄인의 형벌을 제안하여, 당일 안에 형까지 확정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형 집행도 보통 며칠 안에 이뤄졌다고 해요. 속전속결. 그는 막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유죄와 무죄의 표차는 단 30표. 사회 분위기상 유죄가 확실시되었던 재판 치고는 의외의 결과입니다. 쨌든 유죄는 유죄. 이제 형벌을 정할 차례입니다. 멜레토스 측은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소크라테스도 스스로의 형벌을 제시해야 합니다. 사형보단 약한 걸로 해야겠죠. 주변 사람들이 제안한 것은 벌.. 2024. 3. 13.
지지받는 경험_ Day 23, 24 소크라테스는 변론 후반부에 자신의 지지자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릅니다.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기소 내용을 언급하면서요. 이제 그의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처음에는 젊었으나 이제는 나이가 지긋해진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는 "젊었을 때 자신들에게 내가 나쁜 조언을 했다는 것을 알" 사람들을 지목합니다. 그와 인연이 오래된 사람들을 가리켜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몸소 연단에 올라 당연히 나를 고발하고 나에게 복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Those s hould come forward as accusers, and take thier revenge. 그렇게 열거되는 이름에 그 유명한 플라톤이 있고,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 받았을 때 도망치게 해 주려던 크리톤도 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온 사.. 2024. 3. 7.
헬렌 카민스키와 순수_호밀밭의 파수꾼 3편 [고전이 재밌다] 겨울에 몽클 패딩 입고 다니시나요? 여름에 헬렌 카민스키 모자 쓰시나요? 저는 없습니다. 책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외치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의 물건에 시선이 자꾸 갑니다. 네, 그 모자 있으면 좋겠어요^^ 1950년대 소설 속 변호사 아들, 홀든도 그 시선을 압니다. 속물적인 시선을 받기도 주기도 싫어서, 자신의 비싼 가방을 기숙사 침대 아래에 일부러 감추기도 하죠. 그러다 어느 식당에서 수녀님들을 만나요. 처음엔 그녀들의 단출한 메뉴와 싸구려 바구니 가방에 우울했지만 이내 즐거운 대화를 나눕니다. 2박 3일의 방황 중 몇 안 되는 빛나는 순간입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우리 사이의 물질적 차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https://www.podbbang.c.. 2024. 3. 5.
눈물이 나는 이유_호밀밭의 파수꾼 2편 [고전이 재밌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8852/episodes/24880482 후반부에 홀든이 웁니다. 1950년대 미국 뉴욕. 학교에서 쫓겨나 방황하던 10대 홀든은 이틀 밤 째 도저히 안 되겠기에 몰래 집에 들어갑니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친구는 멀고, 신나는 일도 없고, 돈도 떨어져 갔거든요. 뉴욕을 완전히 떠나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부모님은 외출 중이시고, 어린 여동생 피비만 집에 있습니다. 잠에서 깬 피비와 어두컴컴한 집에서 몇 마디를 나누는데, 홀든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일단 한 번 눈물이 나면 멈추기가 힘듭니다. 어찌할 수 없이 눈물이 납니다. 이 장면을 읽고 엄지작가 아지가 웁니다. 그녀가 약국 아르바이트 때 손님으로 만.. 2024. 2. 28.
플레인 다이몬_Day 19, 20, 21, 22 소크라테스는 머릿속에서 여러 목소리, 아니 하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크라테스는 그 목소리를 다이몬이라 불렀다. 두 해 전 여름 강원도 해변에서 이 글귀가 적힌 책을 보면서 두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들고 있던 책은 에릭 와이너의 . 당시 저는 헤르만 헤세의 을 천천히 읽은 후 그 여진을 아직 느끼던 때였습니다. '다이몬'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데미안에서 말하던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이라는 이름도 다이몬과 비슷하잖아요. 다이몬 daimon, 데몬 daemon/demon이라는 것은 본래 그리스어에서 '산천 초목을 지배하고 인간 생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초자연적인 힘'을 지칭했다고 합니다. 옥스퍼드 사전에서 연관어로 제시된 것 중 하나가 '영감 inspiring Forc.. 2024. 2. 28.
죽음을 모른다_Day 16, 17, 18 아킬레우스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에게 승리를 안겨준 용맹하고 뛰어난 장수로 전해집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로 아킬레스 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불사의 몸이었다죠. 그는 전쟁에 나가 헥토르를 죽이면 그 역시 죽게 될 것이란 신탁을 받습니다. 다만 그 죽음 이후 이름이 길이 남을 것이라는 첨언이 있었죠. 엄마 테티스는 당연히 전쟁에 나가려는 아들을 말렸지만, 아킬레우스는 '살아남아 웃음거리가 되고 대지의 짐이 되느니 (친구를 죽인 헥토르에) 복수하고 죽고 싶다 Let me die forthwith'고 했다 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 그 보다 부끄러움이 싫은 인물의 표상인 거죠.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싸움은 브래드피트와 피터오툴이 출연한 영화 에 아주 멋있게 표.. 2024.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