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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의 품격, 품격의 피터 <피터팬> 어제 회사에서 실수를 했다. 꼭 내 실수라기보다 상황상 변화였지만 어쨌든 체면이 구겨졌다. 자꾸 생각난다. 약간의 자괴감과 그게 뭐 어때서 하는 뻔뻔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자괴감 쪽이 조금 더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출근 전. 거울을 보면서 좀 더 정성들여 머리를 빗었다. 옷도 신경이 쓰였다. 티셔츠와 청바지 보다는, 정장 분위기가 나는 셔츠와 바지에 손이 갔다. 오늘은 좀 단정하고 근엄하게 입고 싶었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체면이 깎였으니, 외모로라도 최소한의 체면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의 발로였다.  후크 생각에 쓴웃음이 났다. 그는 비열한 악당이었지만, 왕족처럼 옷을 입었다. 영국 왕 중에서도 비운의 스튜어트 가문 사람처럼. 그러니까 영국에서 왕이 참수되기도 하던 시기의 왕조 사람 처럼 입었다. 참.. 2024. 8. 14.
뺑 오 쇼콜라 Pain au chocolate 여행 와서까지 핸드폰 붙잡고 있어야겠니. 그럴 거면 집에 있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속초까지 온 거니. 시간과 기름이 아깝다. 터미널에 내려줄 테니 집으로 가는 게 어때. 포키와 마인크래프트 유튜브에 빠져있는 너에게 결국 또 실망과 불편의 표현을 내뿜었다. 결국 너만 방에 두고 또 나왔다. 화가 나서 네 옆을 떠났다가 돌아와서 화해하고 너도 후회하고 다시 할 일부터 해보겠다 다짐하겠지. 반복이다. 사실 아이는 오늘 다른 몫을 잘 해냈다. 아빠가 없는 휴가길에서 짐꾼 노릇을 톡톡히 했고, 자기가 입었던 수영복 뿐 아니라 동생 수영복까지 빨았다. 과거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훌쩍 커버린 키만큼이나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후 핸드폰을 손에.. 2024. 8. 3.
Ombra mai fu 옴브라마이푸.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실기 시험 봤던 성악곡이다. 음악 선생님이 너무 아름다운 곡이라 강조했고 가사는 단순했다. 오늘 우연히 라디오를 들으면서 알았다. 저 노래가 어떤 플라타너스 나무를 찬양하는 노래란 걸. 흔하고 흔한 사랑 노랜 줄 알았는데. 세상에. 나무 노래인 줄 알았다면 좀 더 감정을 담아서 열심히 불렀을 수 있을 것 같다.소크라테스가 활동하던 시기가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의 전쟁 이후(?). 그 때 2차 그리스 원정 나온 페르시아 왕이 크세르크세스 Xerxes, 이탈리아식으로 세르세. 아버지 다리우스의 뒤를 그가 이어 원정길에 올랐고, 그 길에서 어느 가로수, 플라타너스에 매료되어 황금을 수여하는 등 시간을 지체했던 일에 착안한 노래란 것을. 세상에. 물론 노래는 먼 훗날 헨델이 .. 2024. 7. 29.
돼지 엄마 다 같이 식사하는 저녁 자리에서수저 한 번 더 놓는 수고 할까봐 전전긍긍한 놈은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 숟가락 놓고다른 놈은 아무것도 안하고 무표정으로 버티기아이코야 그렇게 손해보는게 두렵니네 친절 닳을까 아깝니?저녁 먹기 전 숙제 할 땐한 글자라도 더 읽을까봐 하나라도 더 익히는 노력을 할까봐 노심초사그래서 그렇게 필사적로 핸드폰에서 눈 안 떼고슬라임, 만화책에서 손 안 떼고최선을 다해 뒹굴거리니?이 와중에밥 한 그릇씩 잘도 넘어가더라그래 그렇게 치킨 먹으니 좋더냐아무 말 없이 꾸역 꾸역 먹는게 좋더냐주말에 못 한 설거지 방학 때 한다더니 했냐덕분에 나는 체한 기분먹지 않고 집 나와 조용한 곳이다만집 나설 때 현관에서어떤 한 마디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잘 먹고 잘 살아라 돼지들아”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2024. 7. 29.
글쓰기 만세 이번주 월요일부터 시작했다. 아이는 평일과 주말을 구분해서 핸드폰을 쓰기로 했다. 평일에는 집에 오자마자 핸드폰 놓고 할 일부터 하기. 할 일 다 한 후 30~40분 핸드폰 타임, 다만 토요일과 일요일은 완전 자유. 남편은 토일 모두 자유인 것은 안된다고 반대했지만, 일단 평일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해보자고 했다.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수요일인 지금 벌써 흔들리고 있다. 가능한 플랜인가. 아이는 성장할 수 있는가. 나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가. 월요일은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 마침 내가 좀 일찍 퇴근해서 오후 4시30분쯤 귀가했다. 큰 아이의 귀가 시간은 4시 15분쯤. 아이는 웃음 띤 얼굴로 엄마가 집에 일찍 오니 좋지 않다며 핸드폰을 거실 거치대에 놓고 다른 할 일을 했다. 분위기 나쁘지.. 2024. 7. 24.
바램 아들이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뜨거운 핸드폰 말고동생왈 오빠는 핸드폰이 베프야 2024.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