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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반의 공항 미국 애틀란타. 비행기가 꼬였다. 저녁 7시 도착했지만 9시45 출발 비행기를 못탔고 같은날 밤 10시30 비행기도 못탔다. 공항 탑승통로와 보안검색대 줄이 문제였다. 이제 남은 제일 빠른 옵션른 다음날 아침 7시30.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공항벤치에 자리 잡았다. 한밤 우버보다 환한 공항노숙이 나은걸까. 이미 13시간 비행으로 지친 나는 공항 벤치에서 쪽잠을 자긴했다 잠들뻔하다 깨고 15분 자고 뭐.. 그랬다. 불편해서 일어나 있는 나를 그녀가 인도했다. 비행기 몇시야? 아이쿠 많이 남았네 이리와. 그녀가 나와 또 누군가를 데리고 어딘가로 간다. 그녀는 공항에서 야간에 일하는 사람이었다. 새벽 2시반, 그녀와 가는 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 청소 공사 청소 공사 한낮만큼이나 사람이 많다... 2024. 4. 16.
거인국 속 소인의 자세 "키 작은 게 나빠?" 저희 둘째의 말이었어요. 유치원에 다닐 때였나. 그맘때 아이들에게 늘 하듯 '잘 먹어야 키가 쑥쑥 큰다'라고 했는데. 아이가 곰곰 생각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되묻는 거예요. 키 작은 게 나쁜 거냐고. 저는 키가 작습니다. 대한민국 여성 평균 신장에 크게 못 미칩니다. 그렇다고 제가 키 때문에 나쁜 인간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좀 불편합니다. 만원 지하철 속에서, 사람들 아래에 파묻히면 공기가 더 답답하거든요. 어디선가 방구냄새가 풍겨오면 정말 괴롭습니다. 큰 사람들은 알기 힘든 디테일이죠. 북유럽 여행 중에 키가 2미터 50은 되는 듯한 거대하고 건장한 노숙인을 보고 내심 두려워했던 기억도 납니다. 분명 같은 인간이지만 같지 않았습니다. 그가 머리카락과 수염을 휘날리며 걸어.. 2024. 4. 12.
계란 까는 방법 삶은 계란 어떻게 까 드시나요? 저는 삶자마자 찬물에 담가서, 살짝 비어있는 쪽으로 깨뜨려 먹습니다. 어떤 때는 갸름한 쪽, 어떤 때는 둥근 쪽이 비어있던 것 같아요. 에 나오는 소인국, 릴리펏에서는 갸름한 쪽부터 깨 먹습니다. 현 황제의 할아버지가 관습대로 둥근 쪽으로 깨뜨려 먹다가 다친 일이 있었다 합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황제는 칙령을 내려 신민들이 반드시 갸름한 쪽부터 깨 먹도록 했습니다. 옆 나라 블레푸스쿠는 여전히 둥근 쪽으로 먹고 있어 서로 전쟁 중이고요. 책을 보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저는 계란 개신교 찬물정파인가? 동시에 혹시 내게도 저런 어처구니 없는 지점이 있나 싶어, 간담이 서늘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역사에서 헨리 8세가 아내 캐서린 말고 다른 여자, 앤 불린과 결혼하고 싶은데 종.. 2024. 4. 10.
밋밋하고 만만한 첫 문장 안녕하세요?! 책 모임 진행을 맡은 쟝입니다. 책 모임은 끼기만 했지만 이렇게 시작하는 말을 꺼내는 것은 처음이네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지요. 읽고 싶었던 책, 설레는 마음 일으켜 용기를 내봅니다. 아마 저 뿐 아니라 같이 읽으러 온 분들도 첫날이라 떨릴 수 있을 듯요. 걸리버는 이런 떨리는 마음 별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아주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가지요. 자신의 감정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달까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지요. 걸리버 여행기가 풍자 소설로 손꼽히는 것은 이 특유의 거리감에서 출발할지도 몰라요. 이번 주 읽을 릴리펏은 심지어 스케일이 다른 소인국. 가까이하려야 가까이하기 어렵습니다. 소인국의 삶을 거인의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산 위에서 세상 내려다.. 2024. 4. 1.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은 것도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은 것도 다시 잘 닦아서 윤 내기.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자연적인 삶을 재창조 시몬 베유가 누군지? 중력과 은총은 무슨 책인지? 오늘 마주친 번개같은 글귀였다. https://brunch.co.kr/@sting762/1155 11화 생계 : 시몬 베유어떻게 밥벌이를 할 것인가? | 인간의 위대함은 언제나 자신의 삶을 재창조하는 데 있다. 자기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재창조하기. 어쩔 수 없이 받은 것도 다시 닦아서 윤을 내기. 인간은 노동brunch.co.kr 2024. 3. 27.
릴리펏에서 사람을 뽑을 때 릴리펏에서 공직에 사람을 뽑을 땐 딱 하나만 본다고 한다. 도덕성. 그들은 정부의 행정 업무가 인류에게 꼭 필요하다고 보면서 어떤 지위가 됐든 인간의 평범한 이해력만 있으면 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다. 여느 때처럼 마음에 드는 인물, 끌리는 정책 별로 없다. 차악을 선택하려는 마음은 어느 선거에나 치트키로 등장해서. 이젠 그게 제일 진부하다. 이 와중에 도덕성만 있으면 된다는 릴리펏 사람들의 단순한 논리가 신선하다. 신의 섭리는 공직 수행을 신비한 업무로 보지 않고, 그래서 천재의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놓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은 천재를 위한 자리 아니고. 도덕성과 평범한 이해력을 갖춘 이가 하는 일. 도덕성이 결여된 자는 아무리 .. 202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