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브라마이푸.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실기 시험 봤던 성악곡이다. 음악 선생님이 너무 아름다운 곡이라 강조했고 가사는 단순했다. 오늘 우연히 라디오를 들으면서 알았다. 저 노래가 어떤 플라타너스 나무를 찬양하는 노래란 걸. 흔하고 흔한 사랑 노랜 줄 알았는데. 세상에. 나무 노래인 줄 알았다면 좀 더 감정을 담아서 열심히 불렀을 수 있을 것 같다.
소크라테스가 활동하던 시기가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의 전쟁 이후(?). 그 때 2차 그리스 원정 나온 페르시아 왕이 크세르크세스 Xerxes, 이탈리아식으로 세르세. 아버지 다리우스의 뒤를 그가 이어 원정길에 올랐고, 그 길에서 어느 가로수, 플라타너스에 매료되어 황금을 수여하는 등 시간을 지체했던 일에 착안한 노래란 것을. 세상에.
물론 노래는 먼 훗날 헨델이 이야기를 각색해 작곡한 것.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오페라 <세르세>의 아리아다. 가사가 짧아서 실기시험 때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운, 사랑스럽고 다정한 나무 그늘, 예전엔 이렇게 아늑하지 않았지. Ombra mai fu di vegetabile cara ed amabile, soave piu.
내 사랑하는 플라타너스의 부드럽고 무성한 잎이여, 너를 위해 운명은 미소 짓는다, 천둥 번개 태풍이라도 너의 아늑한 평화를 방해할 수 없다, 무례한 바람이 불어온다 해도. 여기까지가 레치타티보.
그는 전쟁에서 졌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는 플라타너스에서 지체하는 동안 그리스 군사가 결집할 시간을 줬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주워들은 이야기라 확실치는 않다. 쨌든. 그가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래가 더 아름다운 것도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OdeOyrLHdSg
가사와 레치타티보는 브런치 https://brunch.co.kr/@nahram/79 에서 가져왔습니다.
'길게읽기 > Ap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형보다 만찬 _Day 25, 26, 27 (1) | 2024.03.13 |
---|---|
지지받는 경험_ Day 23, 24 (2) | 2024.03.07 |
플레인 다이몬_Day 19, 20, 21, 22 (1) | 2024.02.28 |
죽음을 모른다_Day 16, 17, 18 (0) | 2024.02.24 |
누스, 이오니아,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초인 _Day 13, 14, 15 (0) | 2024.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