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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걸리버여행기

17세기 영국

by 은지용 2024. 6. 1.

 
조너선 스위프트 1667년생.
걸리버 릴리펏 도착 1699년.
브롭딩낵 1703년, 라퓨타 1707년.
마지막 여행지 후이늠을 떠난 것은 1715년.
걸리버 여행기가 출간된 것은 1726년.
스위프트 나이 60쯤이었습니다.
60에도 이렇게 뾰족했군요...
 
17세기 영국은, 어휴, 말도 못 했어요. 제가 그 시대 거기 살았다면. 목숨 부지하기도 힘들었을뿐더러, 살아있어도 너무 피곤할 것 같습니다.
 
왕권을 잃지 않으려는 왕과, 서서히 부와 세력을 키워간 상공인 젠트리 계층, 그리고 가톨릭도/ 영국 국교도/ 초월하고 싶은 청교도/ 간의 이합집산 및 대립이 지속됐거든요. 그것도 아주 과격하게요.
 
1600년대의 시작은 제임스 1세 왕부터 시작합니다. 가이 포크스 이야기로 (영화 브이 포 벤데타 모티브) 대표되는 영국 의사당 테러 미수 사건이 그의 재임시절에 일어난 일입니다. 일을 같이 도모하던 누군가의 배신으로 미수에 그치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불꽃놀이로 기념하죠. 스코틀랜드 가톨릭 근본주의자들이, 자신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왕이며 의회며 다 쓸어버린다는 테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임스 1세는 영국 국교도로 가톨릭과 청교도를 억압했습니다. 의회는 무시했어요. 의회 무시는 뒤를 이은 찰스 1세도 마찬가지. 프랑스인 가톨릭 왕비를 둔 찰스 1세는 이런저런 전쟁, 특히 스페인 전쟁을 치르려니 돈이 필요했어요. 세금 징수가 필요했죠. 의회가 반대해요. 왕당파와 의회파, 그러니까 왕의 편과 의회 편이 싸웁니다. 이 잉글랜드 내전은 1642년부터 1651년까지 휴전과 격전을 이어갑니다. 의회파가 이겨요. 잉글랜드 국왕 찰스 1세는 참수됩니다.
 
이때 의회 편에서 맹활약한 청교도 이물이 올리버 크롬웰입니다. 가톨릭을 싹 다 쓸어버리죠. 부루투스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어요. 이른바 청교도 혁명입니다. 17세기 아일랜드에서는 인구의 1/4이 죽었다네요. 근데 너무 잔인하고 지독하게 군림했던 크롬웰 때문에 민심이 돌아섭니다. 그가 주도했던 왕 없는 공화정 연방 국가는 그렇게 굿바이. 왕이 돌아옵니다.
 
1685년 제임스 2세가 즉위하는 왕정복고가 조너선 스위프트 스무살 직전에 일어난 일이네요. 제임스 2세도 오래 못 갑니다. 가톨릭 부흥을 꿈꿨거든요. 의회가 나서서 1688년 윌리엄 3세를 왕으로 추대, 윌리엄 3세는 그 유명한 권리장전에 서명. 1689년 Bill of Right 권리장전이 의회의 승인을 얻어 효력을 발휘합니다. 이른바 명예혁명이죠. 국가 대소사 결정은 이제 왕보다 의회인 거죠. 왕은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세금을 걷을 수 있습니다.
 
1702년 (어떤 곳은 1701년)부터 1714년까지 앤 여왕이 군림하는 동안, 군림은 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영국의 제한적 군주제는 자리를 잡습니다. 토리당과 휘그당으로 대표되는 양당제도 거의 자리를 잡았고요. 왕은 하나로 하되 별개의 국가였던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 연방으로 거듭납니다. 스코틀랜드로선, 가난을 벗어나고 부와 평화를 확보하려는 자구책이었대요. 잉글랜드로선, 통합된 국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겠죠.
 
(앤 여왕의 조너선 스위프트를 그렇게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를 좋아하려면 조지 오웰 정도는 되어야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제임스 1세부터 앤 여왕까지를 스튜어트 왕가라고 부릅니다. 스코틀랜드 출신 왕으로 잉글랜드 내 기반이 약했고. 아마 그래서 더 의회의 힘이 커질 수 있지 않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젠트리 계층의 부상이라는 시대적 조류가 더 컸을 겁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시대가 너무나 파란만장하고, 그 시대 국민으로서 영국에 사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다는 점이죠. 현대는 그런 시간들에 빚지고 있는 거겠죠.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책에서 거인국 브롭딩낵의 왕의 말을 빌려 그 시대를 정리합니다. 탐욕, 위선, 배신, 잔인, 분노, 시기, 욕심, 악의, 흉측한 기술 등으로 빚어진 최악의 결과라고요.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역사적 설명을 해 주었더니 왕은 깜짝 놀랐다. 그 사건들이라는 것이 음모, 반란, 살인, 학살, 혁명, 추방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일들이 탐욕, 파당, 위선, 배신, 잔인, 분노, 광기, 증오, 시기, 욕정, 악의, 야심 등이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p.161 <걸리버 여행기> 현대지성

 
 
걸리버 여행기 팟캐스트를 엊그제 녹음했습니다. 같은 책으로 모임 진행해 본 이유로 제가 역사적 배경 설명을 담당했습니다만. 정말 정말 말로 짧게 정리하기 어려웠어요. 밤잠 줄여가며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네이버 지식백과를 뒤적이긴 했는데, 말로 하는 정리는 별개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팟캐스트 때에는 명료한 설명의 쓸을 비롯해 다른 엄지들이 도와줬습니다. 음.. 다시 정리해도 장황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다음엔 이렇게 글로 적으면서 정리해 봐야겠어요. 다음이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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