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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딜레마/POST첫돌

불편하지만 참 좋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by 은지용 2013. 4. 15.

분류없음 2013/04/15 22:37
불편하지만 참 좋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아이는 바야흐로 첫돌이 지났고. 모유수유는 이제 그만, 첫돌 되는 날 새벽을 기점으로 젖을 뗐고. 그래서 커피를 마시긴하는데. 유선염 때문에 담백하게만 먹고 있어서 아메리카노만 가능하고. 신랑은 결혼 후 두번째 이직상태 그러니까 구직중. 나는 연고있는 회사에 아이를 최우선시하며 날나리 출근중. 직장에서 사람을 만나도 아이얘기하는게 재미있고. 일요일엔 아이엄마끼리 하는 영어스터디 모임에 나가고.

종종 예고없이 만나 맛있는거 먹고 무작정 걷던 친구들과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와 떨어져 망중한을 즐길 배짱은 안되는. 오히려 아이가 잘 있는지 조금은 불안하고 확인하고 싶은 고약한 상태. 아이가 이젠 밤에 잠을 좀 자니 이런 여유가 있어 좋긴한데, 낮엔 2~3시간마다 홈메이드 뭐시기를 먹여야 하는게 참... 이런저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정말이지 나날이 예쁘다. 출산 전엔 이런 마음 먹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종종 신랑보다 예쁘다. 사랑한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작은 것에 신기해하고 주변 모든 것에 관심갖고 탐구하며 종종 강아지처럼 끙끙대는 모습은 눈부시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 서로 호기심 갖고 살피다 금방 웃으면서 지내는 그 허물없음은 놀라울 정도. 아이가 이렇게나 예쁜 존재였다니. 새삼스럽네. 정말 유전자의 힘일까.

엄마아빠들의 자식자랑 소셜 커뮤니티 같은 카카오스토리. 거기에 끄적였던 메모를 옮겨본다. -------------------------
2013년 3월 12일 오후 8시께. 방금 전 졸립다고 한시간동안 울 땐 돌아버리겠더니. 품에서 잠들고 나니 참 따뜻하고 예쁘다는. 따뜻한 우주. 황금나침반을 움직이는 더스트. 순수했을지 모를 한 때의 나. 내가 모르는 한 때의 배우자. 역시 내가 몰랐던 언젠가의 엄마와 아빠.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언젠가의 나무그늘. 어느 따뜻한 남태평양 바다 안 물고기 혹은 바람. 사막에서 여행자의 밤길을 비추던 별빛 혹은 달빛? 이런 저런 미지의, 그러나 익숙한 체온을 가진 ㅇㅇ. 신기하다. 유전자의 힘일까. 새삼 그 생각 마지막엔 신이 떠오른다. 고맙다고. 고맙다고.

...동시에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온. 우주 어딘가에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타오른다던 조물주의 메세지도 떠오르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던. 음.. 아이. 확실히 불편하긴 하지만. 참 좋다. 좋다란 말이 꽉 차고도 넘칠만큼 좋다. 음. 좋다. ------------------------

이때만해도 난 아이가 울지 않고 잠들 수 있다는걸 몰랐다. ㅇㅇ외할머니가 ㅇㅇ 재우는걸 보고 알았다. 아하. 그동안 울린게 미안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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