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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The Great Gatsby

“It was hard to realize” chapter 1

by 은지용 2023. 5. 13.

 
 
벌써 여러 번 열었다 덮었던 책이다.
 
1 챕터 이상 진도가 안 나갔다. 고등학교 친구가 데이지가 옷을 끌어안으며 우는데 너무 공감됐다고 재미있다고 추천해줬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주 많이 추천해줬지만. 나로선 데이지와 톰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첫 챕터에 나오는 그들의 겉도는 대화, 쓸데없이 장식적이고, 맥락 없이 화려하기만 한 그들의 이야기가 어려웠다. 영화를 봐도 파티며 사교계가 썩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나 부유한 생활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됐다. 책을 겉돌았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닉이 톰을 보고 서술하는 것처럼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 또래의 젊은이가 그처럼 부유하다는 건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다.
p.17 스콧 핏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문학동네

It was hard to realize that a man in my own generation was wealthy enough to do that.
p.6 Scott Fitzgerald <The Great Gatsby> Scribner

 
나이가 들었다. 책을 다시 열어 봤다. 내 마음에 데이지의 지능적 허영과 아름다움, 톰의 신체적 성취와 허무를 이해할 공간이 생겼나. 드디어 개츠비가 재미있어졌다. 심지어 실감 난다. V-club에서 두 달간의 일정으로 개츠비를 보기 시작했다. 이번 한 주간 1챕터를 봤다. 이럴수가. 그들의 허무와 고집, 오락가락이 공감이 된다. 닉의 우물쭈물하는 내면과 위트있는 대사에는 몸과 마음이 공명한다. 책의 매력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기쁘다.
 
한편으론 그 감성에 공감하기 시작했다는게 어쩐지 서글프다.
 
2023년 5월 13일
 
 
 

 
 
 
 
---기억을 위해 기록해두는 1 챕터 면면---
 
[Nick] 
 
아버지의 언어로 기억되는 말이다. "남을 평가하고 싶어질 때마다 이걸 기억해, 세상 모든 사람이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다는 것을" 내 아버지의 언어로 기억되는 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결은 다르지만, 닉처럼 내게도 모든 것에 대한 판단을 미루는 버릇이 있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런가. 잘못 판단한다기보다. 지나치게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아니면 판단을 계속 미루거나. 닉은 분명 거절 잘 못할 것이다. 
 
나는 모든 것에 대한 판단을 미루는 버릇이 생겼는데,  p.11
I'm inclined to reserve all judgments, a habit that has opened up many curious natures to me and also made me the victim of not a few veteran bores. The abnormal mind is quick to detect and attach itself to this quality when it appears in a normal person. p.1
 
판단을 유보하면 희망도 영원하다. p.26 
Reserving judgements is a matter of infinite hope. p.2 
 
처음 이사 온 동네에 아는 이도 없고. 외로운 생활 중에 만난 그 사람. 더 나중에 이사왔는지, 여행 중인 건지, 닉에게 길을 묻는 이가 있었다. 길을 가르쳐 준 후 닉 얼굴에 봄철 연둣빛과 여름철 무성한 초록이 번지는 듯 퍼지는 환희. 웃기고 공감됐다.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그 사람이 내게 이 동네 사람이라는 시민권을 부여한 셈이었다. p.15'

I was lonely no longer. I was a guide, a pathfinder, an origianl settler. He had casually conferred on me the freedom of neighborhood.
And so with the sunshine and the great burst of leaves growing on the trees, just as things grow in fast movies, I had that familiar conviction that life was beginning over again with the summer. p.4
(confer 수여하다/상의하다)
 
 
[Tom]
 
'거대한 지렛대에나 비유할 법한 무시무시한 체격'. 몸. It was a body capable of enormous leverage-a cruel body. p.7
 
데이지의 남편 톰은 스물한 살 때 이미 오를 수 있는 곳까지 다 올랐기 때문에 그 뒤로는 뭐든 그저 내리막길처럼 보이는 그런 유의 인물이었다. One of those men, who reach such an acute limited exellence at twenty-one that everything afterword savors of anticlimax. p.6
 
모두가 이십대에 그 정도 성취를 이루진 않겠지만. 당연히. 자신의 '리즈시절'을 떠올리며 '라테는 말이야'하는 오늘날의 꼰대가 톰에게 있는 듯하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그리고 나를 포함한 그들은 영원히 부유한다.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드라마틱한 흥분상태를 그리워하며'. Tom would drift on forever seeking, a little wistfully, for the dramatic turbulence of some irrecoverable football game. p.6
(wistfully 아쉬운 듯, 탐내는 듯)
(savor 운치,풍미,자극)
 
 
[Daisy]
 
The only completely stationary object in the room was an enormous couch on which young women were buoyed up as though upon an anchored balloon. They were both in white, and their dresses rippling and fluttering as if they had just been blown back in after a short flight around the house. I must have stood for a. few moments listening to the whip and snap of the curtains and the groan of a picture on the wall. Then there was a boom as Tom Buchanan shut the rear windows and the caught wind died out about the room, and the curtains and the rugs and the two young women ballooned slowly to the floor. p.8
넓은 집 커다란 소파 위에 두 젊은 여자가 있다. 하얀 드레스를 입었는데.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왔고. 영화 러브레터, 주인공 여자가 바라보던 창가에서 책 읽는 그 남자와 물결치는 커튼처럼. 아니 그것과 비교도 안되게 화려하게. 커튼과 러그가 물결치고 있다. 거기 데이지 뷰캐넌과 조던 베이커가 있었다. 열기구에 있는 것 같았다는데, 물결치는 드레스를 입고 둥실둥실 떠 있었다는 것을 보니 더 약한 느낌이다. 터지기 쉬운 풍선에 가까운 느낌이다, 내게는. 전부 바람에 올라타고 있던 것이라, 뒤쪽 창문을 닫자, 모든 것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I told her how I had stopped off in Chicago for a day on my way East, and how a dozen people had sent their love through me.
"Do they miss me?" she cried ecstatically.
"The whole town is desolate. All the cars have the left. rear wheel painted black as a mourning wreath, and there's a persistent wail all night along the North Shore."
"How gorgeous! Let's go back, Tom. Tomorrow!" Then she added irrelevently: "You ought to see the baby." p.9
이 맥락 없음. 의미 없음. 립서비스. 웃기시네라고 답할 법도 한데. 데이지는 정말 멋지다며 남편한테 당장 시카고로 돌아가 잰다. 바로 생뚱맞게 뷰캐넌 베이비를 얘기한다. 정서불안. 닉도 데이지도 조금 이상하다. 내가 아직 잘 모르겠는 사교계의 언어. 노스쇼어에는 소쩍새가 사나? 밤새 통곡을 한다니 그게 뭐지? 밤이 시끄러운 곳인가? 그냥 뻥인가. 저건 민음사 번역본에도 설명이 없다.
 
출근길 39번 국도변의 거대한 트럭 바퀴를 다시 봤다. 일견 위협적이기도 한 그 거대한 왼쪽 뒷바퀴를 보며, 누군가가 지금 이곳에 없음을 슬퍼하는 검은색 리쓰라고 상상해 봤다. 웃음이 나왔다. 아 어쩜 이런 상상을 한단 말인가.
 

[Jordan Baker]
 
The younger of the two was a stranger to me. She was extended full length at her end of the divan, completely motionless, and with her chin raised a little, as if she were balancing something on it which was quite likely to fall. If she saw me out of the corner of her eye she gave no hint of it - indeed, I was almost surprised into murmuing an apology for having disturbed her by coming in. p.8
그녀는 닉이 뭔 말을 하려고 할 때 간결한 손짓이나 눈빛만으로 멈추게 할 수 있다. 완벽한 균형을 잡고 있는 그녀, 누군가의 눈빛처럼 가벼운 것도 그 자세를 망칠까. 닉은 그녀를 처음 봤을 때 하마터면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할 뻔했단다. 은근히 사람 웃기는 구석이 있다, 이 책. 
 
 
[Gatsby]
 
데이지와 톰, 닉, 조던 베이커의 맥락 없고 티비 예능 프로그램 같은 대화에 지쳐갈 즈음 등장한 개츠비. 그들의 맥락없고 불안하고 돈 넘치는 대화에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닉이 집에 돌아가서 안심 + 그 밤 닉이 발견한 옆집 개츠비.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은, 그리고 불안보다 여유 넘치는 것 같은 개츠비의 모습에 마음이 든든 편안해졌다.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은빛 후춧가루가 뿌려진 별밭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유 있는 동작과 잔디를 딛고 선 안정된 자세로 미루어볼 때, 이 지역 하늘 중 어디까지가 자기 것인지 결정하려고 나온 개츠비가 분명했다. p.34
Standing with his hands in his pockets regarding the silver pepper of the stars. Something in his leisurely movements and the secure position of his feet upon the lawn suggested that it was Mr.Gatsby himself, come out to determine what share was his of our local heavens. p.20
 
나는 그를 부르려고 했다. 저녁식사 때 미스 베이커가 그의 얘기를 꺼낸 바 있었고, 그 얘기만으로도 운을 떼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에게서 혼자 있고 싶다는 어떤 암시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분명 몸을 떨고 있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p.34 (문학동네 번역본 '몸을 부르르르 떨고 있었다'에서 '부르르'를 뺐다. 그건 왠지 ㅂㅌ의 느낌이 들어서. 내가 개츠비에 받은 호감에 얼룩 남기기 싫어서 지웠다.)
I decided to call to him. Miss Baker had mentioned him at dinner, and that would do for an introduction. But I dind't call to him, for he gave a sudden intimation that he was content to be alone - he stretched out his arms toword the dark water in curious way, and, far as I was from him, I could have sworn he was trembling. p. 20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1 챕터 마무리가 사무친다.
In voluntarily I glanced seaward - and distinguished nothing except a singly light, minute and far away, that might have been at the end of the dock. When I looked once more for Gatsby he had vanished, and I was alone again in the unquiet darkness.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