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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The Great Gatsby

"A solitary restaurant dinner" chapter 3

by 은지용 2023. 5. 28.

 
 
3 챕터에서 나를 사로잡은 부분은 휘황찬란하고 이상요란한 개츠비의 파티보다 무슨 향수 광고 같은 닉의 상상이다.
 
뉴욕 금융가에서 업무를 시작한 닉. 업무에 나름 열심히 임한다. 직원들과 증권 판매인들과 격의없이 지냈다. 점심은 어둡고 혼잡한 식당에서 혼자 먹었다. 저녁은 예일 클럽에서 먹고, 도서실로 올라가 업무 관련 서적을 파고, 경리 부서에서 일하는 여자와 잠깐 연애를 하기도 했다. 연애는, 대부분의 흘러가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흐지부지 쫑났다. '날씨가 괜찮으면 달콤한 밤공기를 음미하며 매디슨 애비뉴를 따라 머리힐 호텔을 지나 33번가 너머 펜실베니아 역까지 걸어가곤 했다.' 이 같은 일상은 매우 우울하기도 하고 괜찮기도 했다.
 

나는 뉴욕이라는 도시, 밤이면 역동적이고 모험적인 분위기로 충만한, 남자와 여자, 자동차들이 쉴새없이 몰려들며 눈을 어지럽히는 이 도시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나는 5번가를 걸어올라가 군중 속에서 신비로운 여자 하나를 찾아내 아무도 모르게, 그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그 여자의 삶으로 들어가는 나만의 공상을 즐겼다. 상상 속에서 나는 그녀들의 집까지 뒤쫓아가고, 그러면 그녀들은 어두운 거리 모퉁이에서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는 문을 열고 따뜻한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는 것이었다.

대도시의 찬란한 어스름 속에서 나는 간혹 저주받은 외로움을 느끼고, 그것을 타인들 - 해질 무렵, 거리를 서성이며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러면서 자기 인생의 가장 쓰라린 한 순간을 그대로 낭비하고 있는 젊고 가난한 점원들-에게서도 발견하였던 것이다. 

p.75 <위대한 개츠비> F.스콧 핏츠제럴드. 문학동네

 

I began to like New York, the racy, adventurous feel of it at night, and the satisfaction that constant flicker of men and women and machines gives to the restless eye.
 

경주하는 듯 소란스럽고 모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 들뜬 대도시. 그것도 뉴욕, 밤. 잠들지 않는 도시의 밤이 주는 활력은 공허만큼이나 소란스럽다. 계속 깜빡거리긴 하는데 쉬지는 않는. 그런 만족의 느낌. 공허하고 공허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5번가에서 어떤 여자를 따라가는 상상은 어쩐지 샤넬 넘버 5 향수 광고 같았다.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I liked to walk up Fifth Avenue and pick out romantic women from the crowd and imagine that in a few minutes I was going to enter into their lives, and no one would ever know or disapprove. Sometimes, in my mind , I followed them to their apartments on the corners hidden streets, and they turned and smiled back at me before they faded through a door into warm darkness.
 

닉의 상상. 나를 초대할 것 처럼 미소 짓는 미지의 그녀들. 5번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문 앞에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 미소 앞에서 난 개츠비가 떠올랐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바로 그만큼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호의적 인상의 최대치를 분명히 전달받았노라 확신시켜 주는 미소'.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홀연히 사라진 그 미소. 도시의 환대와 닮았다. 환대받는 것 같은 순간 사라져버리는. 잡기 힘든 그 무엇.
 

He smiled understandingly - much more than understandingly. It was one of those rare smiles with a quality of eternal reassurance in it, that you may come across four or five times in life. It faced - or seemed to face - the whole external world for an instant, and then concentrated on you with an irresistable prejudice in your favor.
 

개츠비의 파티는 크고 떠들썩했다. 조던 베이커 평에 의하면 큰 파티는 intimate 은밀하고 친근하다. 작은 파티는 프라이버시가 없다. 시골생활도 프라이버시 때문에 제일 힘들다고 한다. 작은 학교도 그러하다. 작은 조직이 주는 장점이 분명 있지만, 서로의 눈이 서로를 향해 있기에 더 조심하게 된다. 시선 둘 곳이 중구난방이거나 특정인에 몰리는 큰 조직에서 개인은 외로울 순 있어도 자유롭다. 딱 그 안에서 만큼만.
 

She was incurably dishonest. 조던 베이커는 치료 불가능한 거짓말쟁이였다. 그녀에 대한 묘사에 미소는 별로 등장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꼿꼿한 고자세다. 닉은 자신이 갖고 있는 미덕 중 하나가 정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자의 거짓말은 또 별 거 아니라고 한다. 정말? 조던과 닉의 관계가 슬쩍 연인 사이로 변화했다. 쓸쓸함의 총합이 줄어들까. 혼자 식사하는 우울하고 환상적인 저녁이 줄어들까.
 

혼자 먹는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도시의 노동자.
그는, 그녀는, 오늘도, 내일도 살아간다.
익숙하고 화려한 공허 속에서
쓸쓸한 자유를
만끽한다.
 

내게 돌볼 아이들이 없었다면
더 사무치면서 봤을 것 같은 부분이다.
 
 



https://www.chanel.com/kr/fragrance/chanel-parfumeur/i-am-a-fragrance-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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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고는 눈도 안마주치고 미소짓지도 않는구나.. 옛날엔 웃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조던 베이커 스타일인가보네..
 
개츠비 원서 단어가 꽤 어렵다. 여전히 가끔만 찾아보고. 번역본 느낌으로 가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