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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늘푸른지

경남 남해, 멸치 마늘 다랑이논 그리고 집밥

by 은지용 2010. 9. 6.





여름의 막바지, 어느덧 무릎을 넘겨 자란 벼가 익기 시작했고 성질 급한 논은 벌써 노란빛이 돈다. 이미 올해 첫 수확이 이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밥 힘으로 사는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라, 이번엔 특별한 쌀 재배지를 다녀왔다.


경남 남해 다랭이마을과 그 일대가 이번 여행지인데, 그렇다고 남해가 어떻게 특별한가 묻는다면 좀 난처하다. 카메라에 담기 힘든 남해바다의 절경은 물론, 다랭이 마을의 지게길 정경과 밖에 나와 먹는 집밥의 감동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어떻게 온전히 전해줄지 걱정이 앞선다.





 

* 다랭이 마을의 아침




  새벽부터 밥을 하시는지 주인아주머니 움직임이 부산하다한지로 마감한 방문으로 삐걱거리는 나무마루 소리와 아침 빛이 투과된다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선 산책길여름의 막바지에 맡는 남해의 공기가 정말 상쾌하다.


  골목길을 돌아 나가니, 설흘산 가파른 경사면에 층층 논 계단이 펼쳐진다

 
낫으로 작업해도 끽해야 한 두시간이면 끝날 것 같은 크기의 논들이 바다로 이어지는 경사면마다 빼곡히 들어찼다일명 다랑이 또는 삿갓배미라고 불리는 경남 남해 가천면 다랭이 마을의 명물이다
.




 





  멀리 초록빛 남해바다를 배경으로 한 다랑이의 촘촘한 청명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층층 동그스름하게 쌓아올린 작은 논들은 옛날 한 줌의 소출이라도 늘리기 위한 고통의 산물임에 틀림없을 테지만




 
하지만 아름답다



 
이 풍광에 홀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곳을 찾는다
.




  실제 다랭이 마을은 성공적인 농촌체험마을로 손꼽힌다
 
논에서는 손모내기 체험을 하는 한편, 마을의 폐교는 야외활동 공간으로, 마을회관은 단체숙소로 활용된다. 무심한 듯 가꿔둔 산책로는 지게길이란 이름을 달고 꼬불꼬불 마을 정경에 녹아든 채 잘도 닦여져 있다
.


  지게길을 따라 걷다 지치면 정자에 올라서거나, 바닷가 커다란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볼 수도 있다

 
입장료도 시간제한도 호객행위도 없다아침 안개바람을 맞으며 논에서 잡초를 고르는 마을 어르신에 여행객은 그저 나그네일 뿐이다
.



  다랭이 마을 뿐 아니라 남해 전체에 이렇게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농촌체험마을이 여럿 있다.
 
인근 홍현 해우라지 마을이나 신흥 해바리마을도 그 중 하나.


 

* 밖에 나와 먹는 집밥의 감동


  해우라지 마을에는 석방렴이 있어 민물 때 돌 무더기안으로 들어왔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나 소라 등을 맨손으로 잡을 수 있다. 해바리마을에서는 유자수확체험과 한밤중에 갯벌에 나가 낙지를 잡는 해바리체험이 가능하다.




  체험마을마다 민박집이 잘 돼 있는데, 농촌 민박집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여행 중에 푸근한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비싸지 않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아침 저녁으로 민박집 밥을 먹었는데, 남해 어디를 가도 빠지지 않는 멸치반찬에 된장찌개, 김치, 생선 등이 찬이다. 일견 특별할 것도 없는데, 일품인 장맛에 도무지 짜고 비린 맛을 찾을 수 없는 멸치볶음만으로도 고봉밥이 후딱 사라진다.
  

  한 번은 운 좋게도 주인아주머니가 김밥을 말고 있을 때 식사를 부탁해, 특제 김밥이 상에 올랐다

 
당근을 볶아 밥과 함께 묻혀 만든 김밥과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밥상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상을 물리고는 툇마루에 앉아 밭에서 키운 수박을 주인, 투숙객 할 것 없이 나눠먹는 맛도 기가 차다
.



 

  물론 여건에 따라 식사가 힘든 민박집도 있다. 하지만 심려말길. 마을 안에는 식당도 두세 군데 있어 남해 특산물인 유자가 들어간 파전이나 직접 거른 막걸리, 수제비 등을 맛볼 수 있으니까.



 

*마늘나라 멸치마을



  농업과 관광이 주요산업인 남해에는 이름난 농특산물이 많다.

 
유자 외에도 마늘, 멸치, 한우 등이 맛좋기로 이름 났다. 이 중 마늘은 정말 특별한 모양인지, 남해읍 인근 77번 도로변에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돼 있을 정도다
.


 

  전시관 이름은 보물섬 마늘나라’. 도저히 스쳐지나가기 힘든 곳이다

 
창문을 열고 달리다가 왠지 마늘냄새가 나는 것 같다 싶은 순간, 3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마늘 형상물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차를 하고나면 마늘이 나오는 신화의 주인공 환웅이 마늘을 한가득 안고 좋아하는 동상도 시선을 끈다
.




  무료로 개방된 건물 안에는 각 지역별 마늘특성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마늘 이용현황과 차이점이 간략하고 센스있게 설명돼있다. 마늘상품 전시관이 따로 있으며 물론 구입도 가능하다. 바로 옆 농업기술센타에도 특산물판매장이 마련돼있다.




  남해의 또 다른 명물 중 명물은 죽방렴과 멸치


 
마늘나라에서 차로 10분 남짓 거리의 삼동면 바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
 
죽방렴은 참나무로 된 말목을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을 향해 V자로 갯벌에 박은 후 이를 엮어 만든, 그물 아닌 그물
.



  이렇게 잡은 멸치는 죽방멸치라는 이름을 다는데, 색이 맑고 상처가 없다 해서 고가에 팔린다.
 
죽방멸치가 아니더라도 남해멸치는 맛있다. 마른 멸치는 남해 어디서도 흔한데, 남쪽 끝자락 미조항 남해수협 위판장에 가면 갓 잡아올린 생멸치도 쉽게 볼 수 있다
.



  삼동면에서 미조항 가는 구절양장 해안도로의 절경도 남해의 자랑거리다. 내 솜씨로는 도무지 실제 경험할 수 있는 절절한 아름다움이 담기지 않아서 사진은 생략.



  
뭐니뭐니해도 남해 절경 중 으뜸은 금산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운무라고 자신한다. 더욱이 보리암은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대표적 관세음보살 성지에 든다하니, 이번 주말 남해에서 소원을 한 가지로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한 가지로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니, 사실. 소원이란게 굉장히 간단한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