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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늘푸른지

포도밭 옆 갯벌 생태여행, 화성

by 은지용 2010. 8. 8.
경기도 화성 기행


경기도 화성 여행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의외로 한적하다는 것이다. 서울과 가까운 곳이면 으레 사람들로 붐빌 것 같지만, 화성의 여행지는 지방의 여느 시골보다도 한적하다. 게다가 생태학습과 연관된 여행지가 많아 배울 거리도 많다. 모두가 도시로부터 멀리 떠나려는 휴가철에 나만, 혹은 우리만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의 경기도 화성으로 마실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거주지가 수도권이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말이다. <편집자주>

 

* 마법 같은 시간의 갯벌, 제부도


 

화성의 드라이브코스부터 밟아보자. 동쪽보다는 서쪽이 좋다.
  
수원과 인접한 동쪽지역은 식당 등이 요란하게 밀집해 있는 것이, 영 부담스럽다. 좀더 한적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위해서는 빈 바다와 여름 포도농장이 펼쳐진 서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을 권한다
.



   남서권역인 매향리에서 궁평항을 향해 길게 뻗은 화성방조제
, 거기서 서신면 제부도 가는 지방 도로, 북서권역의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로 이어지는 길 등이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


   특히 서쪽 끝에 자리잡은 제부도는 화성의 간판 여행지로
모세의 기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육지와 연결된 진입로가 하루 2번 썰물 때에만 열리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조수간만의 차로 길은 다시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 이 섬 아닌 섬에 드나들 수 있는 시각은 하늘의 달이 이미 결정해 둔 셈인데, 운명과도 같은 그 시각은 달처럼 변화무쌍하니 미리 인터넷이나 제부도 관리사무소를 통해 확인해두는 것이 편리하다.





   해질 무렵의 섬은 신비하다
.


  
넓게 드러난 갯벌이 석양의 붉은 빛에 잔뜩 물드는 시간이 되면, 목책으로 만들어진 좁은 해안 산책로를 지인과 함께 걸으며 도란도란 나누는 얘기도, 맨발에 와 닿는 갯벌의 느낌도 새삼스럽다
.


   주위를 둘러보면 가족이나 젊은 연인들이 바닥을 뒤지며
, 바지락이나 작은 게 따위를 찾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손에 뭔가 담고 꽤나 열심들인 게, 뭔가 건지긴 건지는 모양이다.


   내친 김에 자리잡고 앉아 알이 통통하게 오른 조개구이에 회 한 접시
, 시원하고 담백한 화성 바지락 칼국수로 된 세트요리를 맛보니, 어느덧 해가 진 바다 건너 도시에 불빛이 명멸하는 풍경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충남 당진 땅이라는데 화력발전소 때문인지 영락없는 대도시의 모습이다.

 


  화성에는 이처럼 갯벌을 직접 밟아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된다
. 연예인들의 시골체험을 그린 TV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촬영지이기도 한 백미리, 낙조가 화성 8경의 하나로 꼽히는 궁평항 인근 등이 그러하다.

 


*
배우는 재미가 있는 포도밭 옆 생태여행


 

화성의 토질은 모래가 함유된 것이 특징이다. 배수가 잘되고 일조량도 만만치 않아 포도 맛이 좋다. 그러다 보니 포도밭도 흔하다. 송산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 가는 도로변도 온통 포도농장이다.


  요즘 포도 송이들은 출하를 한 달여 앞두고 하나같이 종이 옷을 입었다
. 가지에 가득 맺힌 포도는 아직 청록색이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을 한껏 받으며 짙은 보라색의 향긋하고 달디단 과일로 자라날 것을 떠올리니, 내 밭도 아닌데 마음이 괜히 뿌듯하다.



   포도밭 길 끝에 다다르면 난데없이 광활하고 텅 빈 듯한 들판이 나타난다
. 이 너른 들 15.9㎢가 1억년 전 최소 3종류의 공룡이 지속적으로 번식을 위해 찾은 땅이다.


   사전지식 없이 바라보면 한적하다 못해 황량한 모습이지만
, 입구의 방문자센터에서 도움을 받으면 굉장한 이야기가 있는 땅이 된다. 들판은 1억년 전 지구상에서 지금의 인간만큼이나 번성한 공룡에 대한 기억은 물론, 현재를 사는 고라니와 수리부엉이, 칠면초와 함초 등의 생명을 여전히 품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화방조제 준공 이후 바닷물이 빠지면서 발굴된 곳으로 들판 가득한 띠풀군락이 특히 인상적이다.

 



*
가장 드라마틱한 왕을 만나다, 융건릉


 

최근 개관한 우리꽃식물원도 다양한 생명을 품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발안 IC인근에 위치한 식물원은 전국에서 자생중인 토종 식물을 모아 뒀을 뿐 아니라, 우리꽃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손으로 만져가며 알아가는 시설이 잘 돼 있다.
 
  
야외 정원은 조형물과 고구마와 같은 식용작물 등으로 꾸며져 아이들과 즐기듯 공부하는 기분으로 걷기에 그만이다.




   이제 앞서 제쳐뒀던 화성의 동쪽으로 돌아가보자
.
  
이 곳을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왕이 누워있기 때문이다. 사도세자와 정조 부부의 무덤, 융릉과 건릉이 그 곳에 있다
.



   모함을 받아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와 그의 아들 정조의 인생사는 많은 이야기꾼에게 매력적인 소재다
. 소설 영원한 제국이나 드라마 이산등의 인기가 이를 입증하지 않던가.


   왕을 만나러 가는 길
, 융건릉의 참도(
參道)는 다른 곳보다 넓다.
  
참도는 왕릉의 시작부분부터 봉분 앞 제례의식 공간인 정자각까지 뻗은 길이다. 길은 영혼을 위한 부분과 제사를 지낼 왕을 위한 부분으로 나눠진다
.



   정조가 걸었을 융릉 참도를 걸어본다

  
한양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먼 걸음을 한 후 아버지의 무덤을 찾았을 정조가 돼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


   잘생긴 소나무와 전나무가 가득한 융건릉 둘레 산책길도 인상적이다
. 걷다보면 한 시간 남짓 걸리는데, 까치나 나비는 물론 어마어마하게 큰 벌도 마주칠 수 있으니 혼자 가진 말자.



 
농산물 구입은 제부도에서 비봉IC가는 도로변의 송산 농산물 직판장이나 마도 농산물재래시장이 적합하다. 포도구입은 도로변 포도밭마다 설치된 임시 매장도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