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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Hamlet

오필리어

by 은지용 2023. 11. 25.

 

 

오필리어. Ophelia

 

많은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온 아름다운 여인. 햄릿을 보지 않았던 때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이런저런 연극 소재로 쓰이거나 영화 주인공 이름이거나,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던가, 그림이 그려졌다. (가끔 나는 오르페우스하고도 좀 헷갈렸음을 고백한다. 물론 오르페우스는 남자이며 음악천재이자, 지하세계로 자신의 그녀 에우리디케를 데리러 갔던 신화 속 남자이다. 오필리어와는 완전 다르다.)

 

낭독모임하면서 본 오필리어는 그러나 아무 존재감이 없었다. 오빠 레어티스의 길고 긴 충고를 적당히 되돌려줄 때에는 '어 똑똑하네' 싶긴 했다. 햄릿이 야심 차게 준비한 극을 보면서 그의 농담을 받아칠 때에도 '살아있네' 싶긴 했다. 그런데 행동이 없다. 스스로 뭘 하는게 없다. 심지어 물에 빠져 죽는 장면조차 거트루드의 말을 통해 전해졌다.

 

대사도 많지 않았다. 아빠 폴로니어스의 말은 아주 잘 들어서, 햄릿의 접근을 차단하라 할 땐 차단하고, 만나보라 할 땐 만나더라. 당시 시대상이었겠지만 극 중 오필리어는 거의 뭐 있으나마나 하다. 오필리어는 왜 이렇게 유명한 거지?

 

 

오필리어 By John William Waterhouse

 

 

왕비 거트루트와 왕 클로디어스 앞에서 미쳐있는 오필리어, 탄식하는 그녀의 오빠 레어티스  By Benjamin West

 

 

 

오필리어 By Alexandre Cabanel

 

 

 

오필리어, By John Everett Millais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고.

어른이 하라는 대로 하고.

아름답기까지 한데.

 

처녀인 채로 죽어서?

 

아직 잘 모르겠다.

 

 

 

* 오필리어라는 이름이 도움을 뜻한다고 한다. 그녀는 누구를, 무엇을 도왔나. 모두의 재회가 그녀 무덤가에서 이뤄지긴 했다. 중요한 얘기를 해주는 무덤일꾼까지도. 업보의 완성을 도왔나.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렇게 착하다 못해 맹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녀가 어쩜 이리 많은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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