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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가 이해한 바 대로 짧게 각색해서 옮겨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를 기소한 사람들 참 대단하죠?! 어찌나 말을 잘하는 지, 저 조차도 제가 누군지 거의 잊을 지경이었답니다. 물론 그들은 진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한 거짓말 중에 저를 아주 많이 놀라게 한 말이 있었습니다. 제가 달변이라 그 포스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not allow yourselves to be deceived by the force of my eloquence).
허참. 제가 입을 떼기만 하면 얼마나 말을 못 하는지 다들 아실 텐데 말이죠. 저는 대단한 연설가도 아니고 대담한 거짓말쟁이도 못됩니다. 혹시 그들이 의미한 게 제 말에 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 힘은 진실을 말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들과 달리 저는 완전 진실만 말합니다. 하지만 꾸미는 말은 안합니다. 안 해요. 그 순간 내게 떠오르는 말로만, 간단하게 말하죠. 그러니 제게서 달변을 기대하진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한 가지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제가 평소 말하던 대로 말하게 될 것입니다. 제 나이가 이제 칠십이 넘었는데, 법정에 처음 서 봅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쓰는 언어는 생소합니다. I am quite a stranger to the language of the place. 평소 시장이나 거래소 같은 데서 쓰던 말투 그대로 쓰겠습니다. 이방인이 출신 지역 언어를 쓰고 좀 촌스럽다면 다들 이해해 주실 걸로 믿습니다 말하는 이가 진실되게 말하게 해 주시고, 공평하게 판단해 주십시오.
소크라테스의 말투도 만만치 않게 낯설었고, 플라톤과 벤자민 조웻, 천병희 번역가의 언어들도 낯설었습니다. 어찌 저지 위와 같이 받아들이긴 했습니다만. 저도 이 철학자들의 언어에 이방인이다 싶었네요.
최근 <나 혼자만 레벨업>이란 웹소설을 책으로 빌렸다가 몇 페이지 못 읽고 반납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웹소설 언어가 너무 낯설어서 읽기가 힘들었어요. 제게는 가독성이 심하게 떨어지더라고요. 저의 가까운 친구가 추천해 준 이야기라, 만화책으로 다시 빌렸습니다. 분명 그 친구를 매료시키는 뭔가가 이야기 속에 있을 것 같아서요. 다행히 만화책은 페이지가 쑥쑥 넘어가더군요. (책은 아직 다 보지 못했어요. 웹툰 완결이지만 만화책은 아직이더라고요. 웹툰보단 만화책으로 보고 싶어서 기다릴랍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도 쑥쑥 넘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20줄 정도 읽는데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한국어 번역본 보고, 원문보고, 설명영상 보고, 쉬운 영어버전도 보고.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다른 원서 읽기도 보통 처음이 제일 힘들다는 겁니다. 작가의 말투나 문체에 익숙해지면 좀 더 읽기가 수월해지긴 하더라고요. 오늘은 겨우 첫날이니. 점차 읽는데 드는 시간은 줄고, 텍스트를 통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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