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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늘푸른지

쑥내 풀풀나는 단오절 강화

by 은지용 2011. 7. 10.
<늘푸른신문 6월호. 강화기행>


음력 5월 5일은 한 해 중 양기가 가장 세다는 단오다.
올해는 유월 초에 단오가 들었는데, 예부터 단오는 청포물에 머리감고 그네뛰고 씨름하는 것 외에 쑥을 뜯어 말리는 날이기도 했다. 사방천지에 흔한게 쑥이건만, 이것이 여행의 소재가 되는 지역이 있으니,
강화군이 그 곳이다.

요즘 강화는 향내 풀풀나는 쑥과 기름기 잘잘 밴 밴댕이가 철이다.









# 아주 특별한 농업기술센터


강화군은 이름난 관광지다.
고인돌 유적에, 첨성단이 있는 마니산도 있고, 초지진 등 조선시대부터 명성을 쌓아온 안보유적지도, 낙조로 유명한 석모도 등 여행거리가 많다. 이 가운데 최고 놀라운 여행거리는 단연 농업기술센터가 아닐까.

강화의 특별한 농업기술센터는 이름도 범상치 않다. 이름하여 '아르미애월드'.


강화군 불은면 중앙로에 위치한 '아르미애월드'.
그 진입로에 펼쳐진 사자발약쑥밭과 강화순무 재배시험장을 보면 보통의 농업기술센터와 크게 다를 것 없다.
그저 이 곳이 약쑥으로 유명한 강화군이구나 유추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난데없이 고기굽는 냄새가 솔솔나면서 의뭉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여기 농업기술센터 맞나?


냄새의 원천은 강화약쑥한우다.
한우갈비탕과 구이, 약쑥돈육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널찍한 테라스와 함께 센터 한 자리를 차지했다.

주홍빛이 도는 황토색 반팔과 반바지도 보인다!
찜질방의 것이 분명한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살짝 상기된 맨 얼굴로 오가는 것도 보인다.

맨들맨들 윤이나는 얼굴을 한 사람들에게서 쑥 특유의 알싸한 향이 희미하게 풍긴다.
아르미애월드에 약쑥 황토볼방과 약쑥찜질방에서 좌훈, 족욕, 찜질을 할 수 있다더니 그 사람들인가 보다.

약쑥 향에 기분 좋을 정도로 땀을 뺀 후에는
건물 뒷편의 야트막한 혈구산 산책이 또 그만이라고 누가 지나가며 한마디 한다.

총 3시간 코스인데 쉬엄쉬엄 다닐 수 있다나.

이쯤되면 말이 농업기술센터지 농촌지도소라기보다 강화특산물 홍보체험관에 가까워 보인다.

도자기공예방이나 쾌적한 특산물판매장은 그렇다치자. 그러나 야외에 약 9000여 그루의 주목나무로 조성된 미로공원이나, 아이들이 여러 곡식을 직접 만져보거나 퍼즐을 맞추며 놀 수 있는 농경문화관은 놀랍기까지 하다.


강화약쑥은 옛 문헌, 동국여지승람에서도 사자족애라고 따로 지칭할 정도로 특별히 여겨졌다.


여타 쑥에 비해 섬유질이 풍부하고 기혈, 해독, 소염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뭐 특별할 것 없는 얘기같다.
요즘에는 쑥떡 뿐 아니라 쑥환, 호두과자, 막걸리, 차 등으로 다양하게 가공해 섭취할 수 있단 얘기도 뭐 별로 흥미없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약쑥은 강화군 어디를 가도, 순무깍두기나 인삼막걸리만큼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아르미애월드'에 가면 확실히 '득템'할 수 있다.


# 밴댕이만해서 좋은 후포항

요즘 (그러니까 원고를 마감한 5월말, 6월초, 단오 전후말이다)
강화에 가면 땅에서는 약쑥을,
바다에서는 밴댕이를 먹어야 한다.

살결마다 기름이 한창 오른 밴댕이회는 후포선착장이 유명하다.
선수항이란 옛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이 곳은 본디 젓갈로 담가먹던 밴댕이를 회로 먹기 시작한 곳이라 한다.


후포항은 20호 남짓한 배 주인들이 직접 잡은 제철생선을 판매하는 조용하고 아담한 선착장이다.
횟집 규모는 대부분이 고만고만하다.


외포리처럼 위판장이나 대표 관광지인 석모도로 통하는 뱃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기자기한 규모가 나름 정감있다.





가게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이름이 뭐였더라, 유진호였나.
기껏해야 6테이블이 다 인 가게였다.

가게 앞에서 요새 제철인 또 다른 생선 넙치를 주목하고, 회를 먹기로 했다. 그래도 밴댕이는 먹을 수 있다.

이맘때 강화군 어디를 가도 차고 넘치는게 밴댕이고, 끽해야 손바닥만한 생선이다보니 인심이 좋은 편이다.


서비스로 나오는 밴댕이를 쌈장에 찍어 매운 고추랑 한 쌈 해먹었다.
가을 전어 봄 밴댕이라고, 그 고소한 맛이 한창 때 전어 못지 않다.


KBS뉴스타임에서 나왔다는 촬영팀이 후포항 이 집 저집을 기웃거리다, 맞은편 테이블에 가서 한 컷 찍어간다.
철마다 밴댕이 먹으러 이 곳을 찾는 듯한 그 가족의 "입에 착착 달라붙는 밴댕이가 아주 끝내줘요"라는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 작은 해변, 넓은 갯벌


강화군에는 후포항처럼 아담한 선착장과 작은 해변이 꽤 있다.


그래서 강화에 다녀오면 꼭 맨 아래 붙여둔 것 같은 사진 한 장쯤은 찍어오게 된다 ;
망중한을 즐기는 누군가와 햇빛 부서지는 바다. 작은 선착장.
그런거 말이다.




강화의 해변은 부산 해운대처럼 모래사장이 넓지는 않아도,
그 해변이 품고 있는 갯벌은 꽤 넓고 야영장은 시끌벅적하다.

강화군 서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동막해수욕장이 특히 추천할만 하다.

붉은 낙조가 인상적인 동막해수욕장은
오전 나절에는 멀리까지 갯벌을 토해내며 아이들의 이색 놀이터가 된다.

해변가 방풍림에서는 취사와 야영이 가능해, 텐트족들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니
자리를 잡으려면 부지런을 떨 필요가 있다.



아참,
승용차로 그저 스쳐지나갈거라면, 그리고 지나치는 시간이 낮시간대라면, 멀리 멀리 돌아가길.

동막 주변은 길이 좁은데다 양방향 주차 차량도 많아 쉬 통과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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