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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늘푸른지

홀로 영월 삼월

by 은지용 2011. 4. 27.

이렇게 저렇게 써서 넘기긴 했지만.
그냥. 혼자 걷는 영월강변이 좋았다는 것 뿐.
그리고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른 단종에 대한 연민이 조금 들었고.
여러모로 영월 관광행정이 좀 세련돼보인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고.

예전에 대학 때 무모하게 걸어다녔던 그 때 그 답사가 떠오르기도 했고.

친구들이나 곰돌군과 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면서도
철저히 혼자되지 못하는 마음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던
그래서 그 날 영월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할 때에는 마음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그런 날이었더랬다.


<2011. 4. 강원 영월>


사람 마음이 참 고약하다. 봄이 오는 것이 분명해지니, 가는 겨울에 연민이 인다.
겨울을 배웅 하고 싶어져 강원도 영월에 다녀왔다. 겨울배웅 여행에는 강을 따라 걷는 동강 트레킹, 서강 주변의 단종 유적지 방랑에 담백하고 뜨끈한 올갱이 해장국이 포함됐다.
조금 쓸쓸할 지도 모를 영월로의 겨울 배웅 여행에

동행을 부탁한다
.

 

 



@ 혼자라서 좋았던 동강 트레킹
강이 있는 풍경은 여유롭다
.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던 시인은 그걸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

아까부터 걷고 있는 이 길, 영월 동강 트레킹 코스가 참 그렇다.


동강 트레킹
. 말 그대로 동강 주변을 걷는 거다.
내가 걷는 길은 영월읍 거문리 삼옥안내소에서 시작되는 4시간 내외의 7km 코스다
.
동강변의 차량 통제된 비포장 도로를 걷고 잣봉을 오르는 길로
,
동강의 백미 어라연을 조망할 수 있다
.

넓은 모래톱에 앉아 소살소살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햇빛 쬐면
봄의 한가운데 같은데
,
강 건너편의 아직 남은 얼음조각과 하얀 가지 드러낸 자작나무는
아직 겨울 같다
.

지금 이곳은 봄 내음이 희미하면서도 겨울이 묻어나는
묘한 매력이 있다
.


어쩜 이렇게도 지나는 사람이 없을까
.
시작시점부터 든 생각이다
.
시간이 이른 탓도 있기야하겠지만
,
길가 덤불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에 화들짝 마음 졸이게 될 정도로 인기척이 없으니 조금 불안하다.
 
한편으론 이 너른 공간 동강변이 다 내 세상인 듯 호연지기도 인다.

시선은 첩첩이 쌓인 산 너머로 이어지고 길게 흐르는 강 머리로 뻗는데
,
이 시선을 나눌 사람이 나 뿐이네
.

그러다
동강의 백미라 불리는 어라연을
300m남겨놓고 사람을 만났다

어찌된 일인지 반갑기는 커녕 호젓한 산책이 강제 종료된 느낌이다
.

통제된 도로에 먼지를 내며 자동차로 들어온 한 무리의 관광객 일행에 사진을 찍어주고는
,
그대로 홱 되돌아왔다
.

영월 여행에 물고기가 비단결같이 떠오르는 것처럼 아름답다는 어라연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사연이다
.
단언컨대 초봄 영월 동강여행은 혼자가 더 좋다.




 

@ 걷잡을 수 없이 흐른 인생을 추억하며, 장릉
영월의 서쪽에는 주천강
, 일명 서강이 흐른다.
서강변은 동강보다 도로가 잘 돼 있고 사람냄새도 더 난다
.
좀 더 관광지 같다
.

서강변의 대표 관광지는
,
역설적이게도
,
조선왕조 비운의 왕으로 기억되는 단종의 고독한 유배지, 청령포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도 청령포에서 지척이다
.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청령포나, 아담한 크기의 장릉도 참 시간 보내기 좋다.

멋들어진 소나무가 있고
, 적당한 산책길도 있기 때문이다.

단종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고작
12살에 왕위에 올랐으나 곧 작은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후 사육신이 복위를 꾀하다 모두 죽임을 당했고 단종은 이곳으로 유배를 떠나왔다
.

그리고 사약까지 받게 됐고
,
그 무덤은 수년간 버려지다시피 했다는데.


어린 왕은 과연
왕 자리를 원하기나 했을까
.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흐른 인생을 떠올리니,

겨울가면 봄 오는 자연의 이치가 새삼스럽다
.


단종을 기리는 단종문화제는 매년
4월 마지막 주말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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