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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딜레마/아직은 돌 전

아기의 생존전략

by 은지용 2012. 8. 12.

아이를 낳는 일은 아주 많이 엄청나게 아픈 것이었고,
처음 2주는 여전히 엄청나게 불편했고, 처음 한 달은 아이 뿐 아니라 신랑과도 고생한 시간였지만.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아이는 정말,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쁘다. 울어도 짜증내도 예쁘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울며 보채는 아기를 얼러가며 겨우 겨우 밥을 먹는 젊은 엄마아빠들이 불쌍했었는데,
이제보니, 그 엄마아빠들은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다. 전혀.
아이 사진으로 점철된 또래의 소셜넷워킹 페이지를 보고 '도대체 너는 어디에 있니'했는데,
아이 사진으로 점철된 소셜넷워킹만큼 재미있는게 또 없다. 완전.

아이는 꼭 종교같다.
몰라도 되고 안 믿어도 인생은 충분히 (어쩌면 더) 즐거울 수 있지만,
일단 생기면 그 이전에 내가 누리던 즐거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우주가 열린달까.

나 스스로에게도 놀라고 있다.
아이가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하고.


아기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예쁜 것은.
유전자가 자신을 보존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자신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젊었을 때 했던, 세상에 흔적을 남기기 싫다는 생각, 교육의 절대적인 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인위적인 모든 것을 거부하던 그래서 누군가에게 영향끼치지 않고 철저히 개인주의적으로 살자던 생각, 그런 저런 이런 생각들 다 차치하고,


아기는 그냥 마냥 예쁘다.

구연동화 하듯 과장된 말투로 아이한테 얘기하고 노래해주는 일도 하루하루 아무렇지 않게 된다.
그저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저런거 따질 여유 없이 아이는 부쩍 부쩍 크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고민의 틈도 없이
아이는 나를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답다.
내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우주가 놀라울 뿐.

ㄱㅇㅇ!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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