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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딜레마/아직은 돌 전

여행의 힘

by 은지용 2012. 8. 12.

엄청난 더위가 지나갔다.

지금도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적어도 밤에는 선선하다. 살 것 같다.

 

저녁 8시부터 아이한테 누워서 먹이면서 잠들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었다.

새벽 3시반 다시 수유하고 지금은 4시 20분.

재택근무 중인 회사서류 좀 보다가 간만에 짬을 냈다. 아니 기분을 낸다.

 

저기 멀리 기차 지나가는 소리와

어느 분노에 찬 자유분방한 영혼이 거칠게 오토바이를 모는 소리에 자극을 받았던가.

문득 내가 샌프란시스코의 그 아늑한 여관에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훗. 여행의 힘이란…

 

아이를 낳을 때에도,

왠지 모르게 칙칙한 조리원 방 안에서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여행의 느낌이 있었다.

문득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같은,

여행의 느낌에는 확실히 힘이 있다.

간만에 이런 끄적거림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하는 그런 힘.

그래서 엄청나게 아프고 힘들고 칙칙한 와중에서도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게 하거나,

마음이 최소 3.3제곱미터는 넓어지게 하는 그런 힘.

갑자기 마음에도 선선하고 쾌적한 바람이 분달까.

그냥 이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가족 모두가 마루에서 자는 선선한 밤, 귀뚜라미도 울고,

멀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올 법한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혼자하던 여행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왜.

항상 듣던 소리인데 오늘따라 달랐을까.

아이가 생긴 후 오토바이 소리는 오히려 나중에 아이가 탄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켰는데 ㅎㅎ 조금 전만큼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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