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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게까지 ; 한 표만

by 은지용 2022. 3. 7.

오래된 영화 메리포핀스가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줄리 앤드루가 아주 특별한 가정교사 ‘메리포핀스’로 나왔다. 아주 오래 되었지만 재미있게 봤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주고, 우산타고 날아온다거나, 지붕 위에서 굴뚝청소부들이 탭댄스를 추는 장면을 비롯해 영화 곳곳 노래들이. 그 유명세만큼이나 아주 좋다. 귀에 착 눈에 척 붙는다.

그 가운데 주인공 오누이의, 엄밀히 말해 남동생의 동전에 관한 장면은, 좀 뭐랄까, ‘뭐 저렇게까지’ 라고 느꼈던 장면이었다.

주인공 오누이 아빠의 직업은 은행원. 아이들이 동전울 들고 은행에 방문했을 때 은행장을 비롯한 한 떼가 그 동전을 우리 은행에 맡기라고, 그러면 이자가 붙어서 너에게 돌아갈거라고 노래 부른다. 깡마른 꼬부랑 할아버지와 그 주변의 양복 한무리가 모두 그 아이의 동전을 탐내며 노래한다.

은행 2층에서 일어난 소동을 은행이 지급불능사태에 빠지는걸로 착각한 사람들에 의해 1층애서 인출사태 뱅크런이 일어나고. 은행은 아수라장이 된다.

사실 아이는 그 동전을 비둘기 모이 파는 길거리 할머니에게 주고 싶었다.

요즘. 선거를 앞두고. 사람들마다 나보고 투표하라고 한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도, 친한데 표를 강요해본 적 없는 그녀도, 부모님도. 찍어야할 사람까지 일러주며, 상대방이 얼마나 분열을 유도하는 파렴치한인지 말한다. 나 가진 건 한 표인데.

이런 저런 한탄으로 위장한 표 구걸에서 영화 메리포핀스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이젠 ‘뭐 저렇게까지’란 생각은 사라졌다. 정말 그렇게까지들 하니까.

동전은 어디로 갔더라.
선거 이후가 왠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