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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Frankenstein

1818년과 1831년 사이

by 은지용 2023. 11. 19.

 
메리 쉘리의 <프랑켄슈타인>을 1818년에 처음 출간됐다. 그녀가 작품을 쓰던 당시 아시아 어딘가에서 큰 화산폭발이 있었고, 유럽 전역이 한여름에도 우중충하고 서늘한 날씨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 해 여름 여행지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어낸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읽는 원서는 펭귄출판사의 1831년 개정판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1818년 초판을 더 메리 쉘리 답다고 여기는 시각이 주류가 되면서, 대부분의 번역본이 초판본을 따르고 있단다. 내가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접한 문학동네 번역본도 1818년판. 이번에 1831년판 원서를 보면서, 두 버전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확인하게 될 것 같다.
 
1830년대의 영어가 쉽진 않다. 당시 그녀가 덧붙인 introduction은 몇 문단을 제외하면, 그녀와 얘기하듯, 피식거리면서 읽을 만도 한데, 사실 책의 많은 부분이 쉽지 않다. 모르는 단어는 대부분 그냥 넘어간다. 느낌으로 퉁치고. 내가 마음에 남기고 싶은 문장 위주로 본다. 전체적인 흐름은 번역본이 있으니까. 비전공자의 취미로 원서 읽기는 이러하다.
 
1818년 판 번역본과 1831년판 원서를 보면서.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되는 엘리자베스가 먼 친척이라는 것(1818년)과 우연히 만났는데 알고보니 몰락한 귀족 출신이라는 것(1831)의 차이라든가. 프랑켄슈타인이 월턴에게 내 얘기를 감히 들어볼 텐가, 독주를 마셔볼 텐가 하는 얘기가 있는 것이 1831년판이라든가. 아이작 뉴턴의 드넓은 진실의 바닷가에서 조개 줍는 어린아이 코멘트가 들어있는 것이 1831년판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조금씩 알아갈 것 같다.
 
그녀는 왜 바꿨을까. 
 
보는 이 별로 없는 이 블로그의 글도, 발행 후 뒤늦게 조금씩 고칠 때가 있다. 그녀도 지나고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눈에 띈 것 아닐까. 그거보다 큰 뜻이 있는 건가. 그녀를 존중한다. 개정판에는 어쨌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와 이야기하듯 원서를 천천히 읽어가련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내가 언급하는 대부분의 자료는 온라인 원서 읽기 V-club에서 제공받은 자료다.

1831년 개정판. 요즘엔 1818년 초판이 더 널리 읽힌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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