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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적 개별자의 철학 산책

두 번째 만남

by 은지용 2025. 4. 30.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긴장이 됐습니다. 첫 만남 때, 아 이 모임은 대충 준비해 가면 박살나는구나를 경험한 후. 책을 두세 번은 본 것 같아요. 책 내용을 정리할 때에도 제 문장으로 쓰려고 노력했고. 모임 참여 전 책을 다시 읽어보는데, 아니 왜 또 이렇게 새로운지. 제 두뇌 속 뉴런과 시냅스 연결 한계를 느꼈더랬죠.
 
그런데 모임 직전! 수민 쌤에게 일이 있어서 오지 못할 것 같단 말씀을 들었어요. 사실 안타까운 일이었어요. 마음이 안 좋고 일이 잘 해결되길 바라면서도, 급 부담이 덜어지더군요. 세상에. 이런 고약한 심보를 봤나. 하지만 못 오실 수 있다고 한 거지 서프라이즈~하면서 오실 수 있으니, 지하철에서 책 내용 복기하면서 갔습니다. 
 
그래서 모임은 어땠냐고요?
 
책을 보면서 얘기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얘기하기가 더 나았어요. 아마 그나마 좀 익숙한(?), 매력있는(?)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라서? 철학 체급이 너무 차이나는 수민 쌤이 안 계셔서? 그러나 역시 만만치 않은 수민 쌤. 저희 스터디를 녹음해 달라고 하셨대요. 와. 이 프로의식 뭔지. 이쯤에서 분명히 해두는 바, 수민 쌤 돈 한 푼 안받고 하십니다. 순수 스터디예요. 나중에 녹음본 듣고 코멘트 달아주시는 성의에 또 놀랐어요.
 
이번 모임에는 지난번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던 다른 분도 뵈었습니다. 이 분도 수민 쌤 만만치 않은 포스. 겉모습은 깡마르고 깔끔한 휴 그랜트, 마음속엔 소크라테스 못지않은 거대한 T가 자리 잡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모임에서 느낌이란 말은 자제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확인된 사항이 아니고 제 느낌일 뿐이네요.) 저 지금까지 제가 T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선 극 F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모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는지 걱정이 조금 되기도 합니다만. 그런데.
 
다음 달엔 사정상 한 달 쉬어가기로 했는데, 왠지 아쉬운 이 느낌 뭘까요. 철학 공부는 내 업보다 생각하고 엄숙한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재미와 습관이 시작됐을 때 쉬고 싶지 않은 기분, 계속 forward 하고 싶은 이 묘한 기분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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