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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작가42

개츠비 데이지 치킨 맥주 개츠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데이지는 톰과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그들 식탁에는 식은 치킨과 에일이 있었다. 뺑소니 사건이 일어난 밤이었다. 책 속 그날처럼 매우 더웠던 2023년 8월의 어느 여름날. 엄지살롱의 식탁에 톰과 데이지가 입도 대지 않았던 치맥, 치킨과 맥주를 차렸다. 이번 공유주방은 서울대입구역 인근 주택을 개조한 곳이었다. 대문을 지나 작은 마당을 통과해 2층으로 올라갔다. 다른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것 같았다. 오늘 엄지살롱은 이곳이다. 함께 책을 읽은 엄지들이 모두 모였다. 오늘은 쓸의 큰딸이 손님으로 함께 했다. 중학생 손님에게 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책 속 음식을 함께 먹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게스트는 언제나 환영이다. 우리의 무게를 덜어주고, 다른 시.. 2023. 8. 24.
위대한 개츠비 「그가 가진 탁월한 천부적 재능」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41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책을 읽을 때의 일이다. 아이가 와서 물었다. 위대한 개츠비? 재미있어? 내가 답했다. 응 재미있지. 근데 좀 쓸쓸해. 아이가 되물었다. 그래? 그럼 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야? 쓸쓸한 개츠비여야지. 개츠비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개츠비의 파티에 주말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었지만, 그의 장례식에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 조문객이라곤 신문을 통해 소식을 알게 된 개츠비의 친아빠, 이야기의 서술자이자 개츠비 옆집 사는 닉, 언젠가의 파티 손님이었던 이름 모를 올빼미 안경남 뿐이었다. 별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진 않다. 씁쓸한 마무리인데. 개츠비는 뭐가 그렇게 위대한 걸까. 위대하다는 말을 국어사전.. 2023. 8. 2.
위대한 개츠비 「대도시의 어스름 속에서」 서른은 오는가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40 고전보다는 요즘 소설 같았다. 스콧 핏츠제럴드의 에는 잠들지 않는 도시의 감성이 감각적으로 묻어난다. 파티, 옷, 학력, 자동차, 연인, 전화, 결핍, 돈, 그리고 서른에 대해 얘기한다. 한반도 일제 강점기였던 1920년대에 미국 뉴욕에서는 이런 감성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주요 등장인물은 5명 정도. 파티광인 듯 아닌듯한 개츠비, 개츠비와 한 때 연인이었던 데이지, 데이지의 부자 남편이자 운동선수급 몸짱 톰, 데이지의 사촌인 프로골퍼 조던,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별 볼 일 없는 닉이 나온다. 닉은 데이지의 먼 사촌이며 톰과 예일대 동창이며, 어쩌다 개츠비의 대저택 옆집에 살게 됐다. 이야기는 닉의 시점.. 2023. 7. 21.
호밀밭 홀든과 수녀 둘의 아침식사 https://brunch.co.kr/@7bef61f7eaa2497/39 우리 사이 거짓말, 가방, 책호밀밭의 파수꾼. 홀든과 수녀 둘의 아침식사 | 혼자였다. J.D 샐린저가 쓴 주인공 홀든은 정말이지 외로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가 시도하는 대화들은 겉돈다. 고등학교를 brunch.co.kr 혼자였다. J.D샐린적 쓴 주인공 홀든은 정말이지 외로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가 시도하는 대화들은 겉돈다. 고등학교를 나오기 전 스펜서 선생님과의 만남은 대화라기보다 훈계였다. 기숙사 친구들과는 장난이 쉽지 대화는 어려웠다. 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동급생의 엄마와도 불가능했고, 택시기사는 업무로 바빴다. 호텔 클럽에서 만난 시애틀 관광녀 3명의 마음은 혹시 마주칠지도 모를 연예인에 쏠려 있어서 질문할 수 .. 2023. 7. 11.
수다를 녹음하다 첫 팟캐녹음과 종교개혁급 후기의 기록 팟캐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책을 읽고 와서 떠드는 건 지난해부터 계속 해온 일이다. 고전소설 골라서 읽고, 쓰고, 만나서 떠들었다. 책 얘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V클럽 불금온토 때부터 짐작은 했었지만, 정말 만날 때마다 눈물 쏙 빠지게 웃다 왔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기억을 되돌리려 해 보면,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진 빠진 기분은 아니고 뭔가 충전된 기분이었다. 존중받으면서도 툭툭 건드려진 기분. 표층부터 심층까지 제대로 털어낸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엄지들의 책 수다를 녹음한다 했을 때 별로 부담이 없었다. 오히려 즐거운 책 수다를 기억하기 좋겠다 싶었다. 남들에게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사람이 신나면 됐지뭐 싶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 2023. 6. 18.
빨강머리 앤 「누가 이런 아이를 집에 두고 싶어할까?」 앤이 못마땅했다. 앤은 감수성 넘치고 들뜨기 잘하는 아이였다. 내가 앤을 만난 것은 책 보다 TV시리즈가 한참 먼저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만화는 재미있게 봤는데 캐릭터는 사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앤의 식탁을 차리고 호들갑 떨며 좋아한 마당에 고백하자면, 그녀 특유의 소란스러움, 수선스러움이 참 불편했다. 앤의 상상 속 새하얀 결혼 드레스에 대한 환상에는 속마저 거북했다. 비교적 모범생인 시절에 TV를 봐서일까. 그 정서적 널뛰기와 아름다움의 추구, 되바라진 말투와 지나친 수다가 만연하는 사회는 지양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런 것은 피해야 할 사회악 중 하나라고 받아들였다. 아마 나는 꽤나 억압된 여자아이였던 것 같다. 다 업보다. 뒤늦게 결혼하여 태어난 첫째가 엄청난 감정증폭기였다. .. 2023.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