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의 감성과 이성1 빨강머리 앤 「누가 이런 아이를 집에 두고 싶어할까?」 앤이 못마땅했다. 앤은 감수성 넘치고 들뜨기 잘하는 아이였다. 내가 앤을 만난 것은 책 보다 TV시리즈가 한참 먼저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만화는 재미있게 봤는데 캐릭터는 사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앤의 식탁을 차리고 호들갑 떨며 좋아한 마당에 고백하자면, 그녀 특유의 소란스러움, 수선스러움이 참 불편했다. 앤의 상상 속 새하얀 결혼 드레스에 대한 환상에는 속마저 거북했다. 비교적 모범생인 시절에 TV를 봐서일까. 그 정서적 널뛰기와 아름다움의 추구, 되바라진 말투와 지나친 수다가 만연하는 사회는 지양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런 것은 피해야 할 사회악 중 하나라고 받아들였다. 아마 나는 꽤나 억압된 여자아이였던 것 같다. 다 업보다. 뒤늦게 결혼하여 태어난 첫째가 엄청난 감정증폭기였다. .. 2023. 6.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