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낭독을 시작했다.
책 속의 책. 정말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저런 책 속에 많이도 언급된다. 가깝게는 최근 빠져들어있던 <멋진 신세계>는 제목을 셰익스피어 <템페스트>에서 가져왔다. 내심 템페스트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셰익스피어의 기본은 햄릿. 쓸의 추천으로 햄릿 낭독 모임이 급조됐다.
모임을 하기로 결정하고 책을 펼쳤다. 이런. 희곡은 전부 대사다. 눈에 잘 안들어온다. 문장을 달라, 문장을.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냥 덮고. 며칠 뒤 다시 펼쳐봤다. 출판사를 바꿔서 또 펼쳐봤다. 진도가 잘 안나간다. 장면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던가. B클럽 북텔링 하듯이 천천히 소리내서 읽어봤던가. 엇. 대사와 대사 사이, 등장인물이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는 행동이 상상되었다.
어디선가 본 낭독 공연 리뷰가 다시 보였다. 연극, 연기에 열정을 가진 주변인들도 다시 보였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온 영화 <안나카레니나>의 연극 무대 같던 장면도 떠올랐다. 대학로 작은 건물 지하의 퀴퀴한 냄새나는 연극 공연장 무대 위,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한 배우들도 잠깐 떠올랐다. 희곡의 매력을 얼핏 알 것도 같고 아직 잘 모르겠기도 하고.
일단 진행한다.
2023년 11월 6일 월요일 밤 10시 첫 줌 모임이 있었다. 이름하여 '엄지 (예비) 작가와 함께 하는 고전 읽기'. 낭독은 처음이다. 10명 정도 모였다.
시작은 어색했다. V클럽 원서 읽기 단톡방에서 익히 봐오던 이름들이 상당수였는데도, 서로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으니 살짝 뻘쭘했다. 그것도 희곡을 읽고, 대사를 치려니 쑥스러웠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였을 뿐. 한 사람 몫씩 돌아가면서 읽기 시작하니, 모두들 초집중했다. 엇? 싶게 잘 읽는 참가자도 있었다. 물론 나를 포함해 대부분은 순서를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하면서 한 줄 한 줄 읽어갔다. 그러면서 빠져들었다.
신기했다.
명색이 비극이라던데,
등장인물들이 한 유머한다.
혼자 조용히 읽을 때에 눈여겨보거나 재미있다 여겼던 부분과
함께 소리 내 읽으면서 오~ 하거나 웃음 터지는 부분이 다르더라.
11월 한달간
낭독 모임을 하면서,
또 혼자 빠져 보면서 인상깊은 부분을 적어둔다.
후루룩 한 번 본 후, 3막까지 찬찬히 봤는데. 처음 가졌던 느낌이나 생각과는 꽤 다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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