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아이들이 한자 급수시험을 치렀다.
여름 방학 전. 모국어의 지평을 넓힐 겸, 방학 때 탱자탱자 뒹굴거리는 꼴을 방지할 겸, 노력과 성취의 경험을 기대하며, 한자 급수시험을 신청했다. 평소 구몬 한자를 하고 있었고 선생님의 조언대로 대한검정회 준 4급과 준 5급 시험을 신청했다.
첫째 준4급 시험이 오전 10시. 둘째 준 5급 시험이 11시 40분. 집에서 카메라 켜고 보는 시험이었다. 나름 조금씩 - 정말 조금씩 아껴서 공부했다. 노력을 조금이라도 더 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합격선은 70점. 모의평가에서 76점 맞고 만족하며 더 이상 공부하고 싶어 하지 않던 첫째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더랬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정월대보름의 풍습에 대해 질문하는 첫째. 정월대보름에 하지 않는 것으로 '더위 팔기'와 '부채 팔기' 중 고민했다고 한다. 그의 선택은 부채 팔기, 더위 팔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엔 더위를 판단고 했더니 깊이 실망하며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 백점은 불가능하다며 대실망. 헉. 76점에 만족하더니 이러기냐.
그리고 깨달았다. 이 아이가 공부는 하기 싫지만 시험은 잘 보고 싶구나. 하긴 누구라도 시험 잘 보면 좋지.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푸쉬푸쉬할 걸 그랬나. 그래 그래야겠구나.
내일 8월 26일이면 한자 급수시험 결과가 나온다. 합격은 예상하고 있지만. 결과 점수가, 아이들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울지 나도 궁금하다. 예측이 어렵다. 아이들의 기대치가 생각보다 높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