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뭔가 다른 일을 벌이는 나를 상상한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은 서점이다. 한가한 서점.
여행과 산책을 테마로 하는 아주 한가한.
마당도 있으면 좋겠다 하하...
그 일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일상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의 벌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부양할 가족이 있고,
갚아야할 부채가 있으므로.
차선책으로 현 직업을 유지하면서 이것저것 끄적여보는 일을 상상해본다.
졸업논문이 '나를 인류학하기'였는데. 정말 쓰레기 같았지만.
40대에 들어서니 또 해보고 싶다 하하...
언젠가 한 해외 바이어가
내가 인류학을 전공했다하니, <국화와 칼>처럼 한국관련된 인류학 서적을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10년정도가 지났고. 10월의 지난 어느 날, 그가 또 물었다.
그때도 지금도 선뜻 답을 못했다. 검색해보다가.
우리가 써보면 어때 했다 하하...
꼭 인류학에 걸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내가 읽은 책, 느낀 것, 여행 다녀온 것, 적어두고 싶다.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들도 엮으면 금상첨화.
그냥 적는게 아니고 잘 정리하고 편집해서,
예쁜 책장에 차곡차곡 보기좋게 꽂아두고 싶다.
현재를 어딘가 정리해두고 싶은.
훗날보면 부끄러워서 숨고 싶을테지만.
의도적으로 실수하고 싶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욕구가 있다.
요즘 그것이 종종 꿈틀거린다.
편집증적인 경향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는구나. 하..
주제 사라마구가 57세에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눈먼자들의 도시>를 썼다던데.
올가 코델코는 77세에 시작한 육상에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던데.
이런 흔치 않은 사실 조각들을 모으며 나를 달래본다.
뭔가 하고 싶다.
언젠가란 말을 덧붙이기 싫지만, 덧붙여둬야 한다.
언젠가. 이 다음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