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여기에서 일하다보면 여직원이라는 단어를 종종 듣는다. 전에도 들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여자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도 하니 여직원이겠지. 그런데 전 직장에서는 그렇게 불리지 않았다. *기자, 그리고 가끔 무슨 신문사 여기자라고 불렸던 듯. 난 페미니스트라고 할만한 사람은 못된다. 여성의 권리 어쩌구 저쩌구를 쟁취할 정도의 투지도 없다. 그저. 전에 회사의 그 누구도 나에게 커피 타줄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입출금 심부름도 기대하지 않았다. 나의 책임이 분명한 일들이 있었고, 그에 걸맞는 권리도 있었다. 이를테면 출입처 관리 같은 것?
시간이 흐르고, 이런 저런 일들을 거치며 직업을 바꾸게 됐다.
경기도내 한 중소 제조업체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사무.보.조.를 하고 있다.
경리나 회계직은 아니다. 내가 워낙 숫자에 재능이 없는데다, 돈 문제이기 때문에 사장님이 거의 직접 하기로 돼있다(고 믿는다). 원하지도 않는다. 같은 팩스번호를 누를 때 마다 매번 다른 번호가 찍히는 손가락과 뇌구조로 그런 중차대한 일은 무리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있는 사무실에는 사람이 없다. 거의 나 혼자 사무실 내의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듯. 영업과 구매는 사장님이 직접하시니까 내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끼어들어야하는 것인지 애매하고. 생산쪽은 무지하기 그지없다. 말하기 좋은 마케팅이나 신사업 발굴이라고 여기면 좋을까. 그러니까... 왠지 팔자좋아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표나는 밥값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면, 쾌적한 환경유지를 위한 사무실 청소부터 손쉬운(?) 급여계산, 한달치 매입세금계산서 정리 등을 나서서 하게된다.
쓰레기통에 묻은 봉지커피 얼룩을 닦아내는 일, 냉동실에 얼음을 얼려놓는 일, 워크샵 갈 장소를 물색하고 자잘한 것을 챙겨주는 일 (엄밀히 얘기해서 챙겨주려고 하는 일), 제품에 붙일 라벨을 정리하는 일, 식당에 가면 숟가락과 물을 따라주는 일 등.
대부분의 '여직원'들이 하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일이다.
만약에 있을 오해를 막기 위해 사족을 붙이자면 - 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생산현장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너무 편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래도 그분들보다 편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쨌든.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우리회사 여직원이라는 칭호를 내게 붙이지는 않는다. 나름, 그것이 비록 형식적일지라도, 직급이 있으니까. 하지만 밖에서도 날 그렇게 불러줄까는 의문이다. 사무실을 방문하는 많은 어르신들이(남자 여자 불문, 나이는 좀 있는 분들) 하는 다른 회사 얘기를 통해 유추해보건데, 아마도 '거기 여직원이 전화받고 그렇게 말하던데'라고 하겠지.
직급이 있지만, 여직원으로 인식될 것이다. 하긴 남자직원은 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삼천포로 빠질테니, 다시 얘기로 돌아가자.
여기서 말하는 '여직원'은 단순히 여자직원이라기 보다 다음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기대되는 한 무리의 ... 보조집단이다. 대체로 깔끔하고, 사무실이 지저분한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며, 뭔가 챙겨주기 좋아하며, 싹싹해야하고, 친절하다. 은행가는 일,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보조업무 등이 그들의 일이다. 커피, 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보쌈, 순대국은 싫어한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고, 무서움을 많이 타며 힘이 없다.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남자친구와 관련된 일이나, 또는 가정 특히 아이와 관련된 일로 쓴다. 기념일 챙기기를 좋아하고 많이 먹지 않는다.
나는 지금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
하고싶던 말은, 이런 여직원의 특성이 많은 아저씨들이 '여자이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고 생각될때가 많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이러한 특성은 여자이기 때문에 생기는게 아니라, 사무실 안에 머무르면서 생기더라는 것이다.
사무실 안에서, 딱 부러지는 책임과 권한의 고유 업무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에서, 뭔가 할일을 찾다보니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다.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 사무실에서는 내 계좌번호조차 외우지 못한(혹은 않던) 사람이 ... 각설하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보통 '여자이기 때문에 갖는 특성'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오랜 세월 많은 여자들이 집을 일터로 삼았기 때문이 인 것 같다.
그냥 적어둬야 할 것 같아서 적는다.
2010년 6월 내내 든 생각을 7월에 정리하다.
여기에서 일하다보면 여직원이라는 단어를 종종 듣는다. 전에도 들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여자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도 하니 여직원이겠지. 그런데 전 직장에서는 그렇게 불리지 않았다. *기자, 그리고 가끔 무슨 신문사 여기자라고 불렸던 듯. 난 페미니스트라고 할만한 사람은 못된다. 여성의 권리 어쩌구 저쩌구를 쟁취할 정도의 투지도 없다. 그저. 전에 회사의 그 누구도 나에게 커피 타줄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입출금 심부름도 기대하지 않았다. 나의 책임이 분명한 일들이 있었고, 그에 걸맞는 권리도 있었다. 이를테면 출입처 관리 같은 것?
시간이 흐르고, 이런 저런 일들을 거치며 직업을 바꾸게 됐다.
경기도내 한 중소 제조업체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사무.보.조.를 하고 있다.
경리나 회계직은 아니다. 내가 워낙 숫자에 재능이 없는데다, 돈 문제이기 때문에 사장님이 거의 직접 하기로 돼있다(고 믿는다). 원하지도 않는다. 같은 팩스번호를 누를 때 마다 매번 다른 번호가 찍히는 손가락과 뇌구조로 그런 중차대한 일은 무리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있는 사무실에는 사람이 없다. 거의 나 혼자 사무실 내의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듯. 영업과 구매는 사장님이 직접하시니까 내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끼어들어야하는 것인지 애매하고. 생산쪽은 무지하기 그지없다. 말하기 좋은 마케팅이나 신사업 발굴이라고 여기면 좋을까. 그러니까... 왠지 팔자좋아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표나는 밥값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면, 쾌적한 환경유지를 위한 사무실 청소부터 손쉬운(?) 급여계산, 한달치 매입세금계산서 정리 등을 나서서 하게된다.
쓰레기통에 묻은 봉지커피 얼룩을 닦아내는 일, 냉동실에 얼음을 얼려놓는 일, 워크샵 갈 장소를 물색하고 자잘한 것을 챙겨주는 일 (엄밀히 얘기해서 챙겨주려고 하는 일), 제품에 붙일 라벨을 정리하는 일, 식당에 가면 숟가락과 물을 따라주는 일 등.
대부분의 '여직원'들이 하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일이다.
만약에 있을 오해를 막기 위해 사족을 붙이자면 - 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생산현장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너무 편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래도 그분들보다 편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쨌든.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우리회사 여직원이라는 칭호를 내게 붙이지는 않는다. 나름, 그것이 비록 형식적일지라도, 직급이 있으니까. 하지만 밖에서도 날 그렇게 불러줄까는 의문이다. 사무실을 방문하는 많은 어르신들이(남자 여자 불문, 나이는 좀 있는 분들) 하는 다른 회사 얘기를 통해 유추해보건데, 아마도 '거기 여직원이 전화받고 그렇게 말하던데'라고 하겠지.
직급이 있지만, 여직원으로 인식될 것이다. 하긴 남자직원은 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삼천포로 빠질테니, 다시 얘기로 돌아가자.
여기서 말하는 '여직원'은 단순히 여자직원이라기 보다 다음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기대되는 한 무리의 ... 보조집단이다. 대체로 깔끔하고, 사무실이 지저분한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며, 뭔가 챙겨주기 좋아하며, 싹싹해야하고, 친절하다. 은행가는 일,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보조업무 등이 그들의 일이다. 커피, 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보쌈, 순대국은 싫어한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고, 무서움을 많이 타며 힘이 없다.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남자친구와 관련된 일이나, 또는 가정 특히 아이와 관련된 일로 쓴다. 기념일 챙기기를 좋아하고 많이 먹지 않는다.
나는 지금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
하고싶던 말은, 이런 여직원의 특성이 많은 아저씨들이 '여자이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고 생각될때가 많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이러한 특성은 여자이기 때문에 생기는게 아니라, 사무실 안에 머무르면서 생기더라는 것이다.
사무실 안에서, 딱 부러지는 책임과 권한의 고유 업무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에서, 뭔가 할일을 찾다보니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다.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 사무실에서는 내 계좌번호조차 외우지 못한(혹은 않던) 사람이 ... 각설하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보통 '여자이기 때문에 갖는 특성'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오랜 세월 많은 여자들이 집을 일터로 삼았기 때문이 인 것 같다.
그냥 적어둬야 할 것 같아서 적는다.
2010년 6월 내내 든 생각을 7월에 정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