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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그곳에서

호암미술관 정원

by 은지용 2021. 11. 30.

호암미술관을 다녀왔다.
20대 때 운전을 시작하면서 가끔 갔고, 갈 때 마다 참 마음을 환기시켜주는 곳이다.

처음 미술관을 알게 된 것은 <인왕제색도>가 전시되어 있다해서였던 것 같다. 고려불화를 확인하러 갔던 것도 같다. 지금은 호암미술관 소유자인 삼성이 국가에 기증했으므로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수집하고 기증한 유물을 보면 삼성은 참 여느 재벌과 급이 다르단 느낌을 준다. 돈이 많고, 보는 눈이 있고, 관리할 능력이 있다는건 쪼~금 부럽다.

 

호암은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씨의 호이다.

당시 처음 만난 미술관은 그 소장품만큼이나 바깥 정원이 좋았다.
지금 다시 만난 미술관은 바깥 정원이 훨씬 좋았다.
아마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한 효과일 것이다.

마성IC에서 빠져나와 호암미술관, 에버랜드 쪽으로 진입하면. 야트막하게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볼 때 마다 '생거진천 사후용인'이란 말을 생각한다. 솔직히 그 능선들을 보면, 참 마음 편안하게한다는 느낌을 받긴한다.

아이들은 거기서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린 종이비행기책을 따라 요즘 여러가지 비행기를 접고 있다. 글라이더처럼 나는 비행기도 있는데 모든 비행기들이, 내가 아는 종이비행기보다 훨씬 잘 난다. 그 가운데 고르고 골라 두 대만 가져갔다.



11월 마지막주의 호암미술관에는
가을 단풍도 없고, 봄 벚꽃도 없다. 식당도 없다.
커피와 차를 파는 곳은 있는데, 커피와 차만 판다.
아침을 보온밥통에 싸서 차에서 이동중 먹었고,

반나절만에 집 와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2주 뒤에 또 가기로 했다.

억새인지 갈대인지 모를 식물이 있고,
앙상한 가지에 빨간 열매가 있고,
다 져버린 연꽃과 살얼음 언 연못이 있고,
빈 나뭇가지 덕에 더 잘 보이는 따뜻한 햇빛과 파란 하늘이 있으니까.
속삭일만한 대나무 덤불이 있고,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돌담과 나무 문이 있으니까.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 나온 것 같은데
꼭 멀리 제주도쯤 여행온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러니까 또 오기로 했다.


* 미술관 내부는 소독약 냄새가 희미하게 난다.
* 야금 Metallurgy을 주제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나 혼자 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이들은 화산촬영한 것만 좋아했고, 전시장 내부가 어둡고 답답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 박물관 전시품 가운데 도대체 저게 왜 유물인가 싶었던 청동거울이 있다. 야금기술이 발전하면서 은은하고 청명한 소리를 내면서도 반짝거리는 청동이 귀하게 여겨졌다고 설명되어있던 것 같다. 지배자의 권위를 세우는데 도움이 되었겠지. 금관, 불상, 범종 등 그 외 야금술에 따라 발전한 여러... '상징적' 물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 야금은 '상징적'인 종교재, 정치재 제조 역할을 하다가 점점 산업재가 된 모양이다. 나중에 좀 더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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