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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66

BOOK ONE/ 이분증오 일상 1984에서는 2분증오라는 루틴이 나온다. 책 속 사람들은 업무 중간에 반드시 매일 2분씩 다같이 모여, 당이 준비한 어떤 영상을 보며 함께 광분한다. 영상은 조금씩 달라도 큰 맥락은 같아서 공공의 적 골드스타인을 폄하하고, 적국의 군사에 분노하며, 빅브라더에게 구원받는 흐름을 담고 있다. 고대 희생제의 같기도 하고, 얼핏 부흥회 같기도 한 모습이다. 훨씬 짧고 폭력적으로 만들어 일상화했지만 말이다. 주인공 윈스턴은 이 2분 증오를 매우 탐탁치 않게 인식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앉아 있다보면 자기도 같이 광분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The horrible thing about the Two Minutes Hate was not that on.. 2022. 2. 9.
기억전달자 4부작 로이스 로리 Lois Lowry의 4부작을 봤다. 파랑채집가 Gathering Blue, 메신저 Messenger, 태양의 아들 SON 총 4권이 시리즈다. V-club에서 기억전달자 원서읽기를 하는 동안,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책들 번역본을 함께 봤다. 4권을 함께 보고, 첫번째를 원서로 차근히 보고 있는 중이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간적 배경은, 미래의 언젠가. 인류에 뭔가 큰 재앙이 닥친 이후 철저한 파괴 이후, 여기 저기 겨우 재건된 공동체가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는 시대로 보인다. 공동체는 마을단위 규모인 듯 하고,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비현실적인 환상이 조금씩 더해진다. 책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동체를 색채에 비유해서 이야기하고, 인간 관계에서 가장 근본적.. 2022. 1. 26.
BOOK TWO/ Julia 줄리아 1984의 첫번째 파트(book one)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반해, 두번째 파트(book two)는 갑자기 로맨스로 장르를 바꾼 느낌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에 왠 연애이야기 싶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 없는가보다. 사실 오페라, 각종 이야기, 음악, 미술, 등등의 팔할은 사랑이 주제 아니던가. 사춘기 때에는 그런 현실이 못마땅했던 것도 같은데. 사람은 어쨌거나 사람의 몸을 입고 있으니까. (사랑은 어쩌면, 공감, 배려, 과거, 현재, 승리, 미래가 어우러진 개념인걸까. 그래서 당에 의해 금지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탐닉되는 대상인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랑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하고 강하게도 하고. 증오를 키우게도 할 수 있지만, 그 에너지를 상쇄시키기도 하니까.) B.. 2022. 1. 3.
BOOK THREE/ 마더 빅브라더 They slapped his face, wrung his ears, pulled his hair, made him stand on one leg, refused him leave to urinate, shone glaring lights in his face until his eyes ran with water; but the aim of this was simply to humiliate him and destroy his power of arguing and reasoning. (p.241) 아. 이 부분을 읽을 때 뜨끔했다. 내가 혹시 집에서 가족들에게 논쟁하거나 말대답할 여유를 없애고 있진 않나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바르게 자라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보호자라는 감투에 취해, 혹시 겁박한 적은 .. 2021. 12. 29.
BOOK THREE/ 참회록 1984 스포일러 있슴. --- 윈스턴은 그러나 자신의 비참해진 외모를 보고 무너진다. 모진 고문으로 머리털과 이는 빠지고, 허리는 굽었으며, 피부 사이사이에 때가 잔뜩 끼었을 뿐 아니라, 무릎보다 허벅지가 얇아질 정도로 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고 오열한다. 그 직전까지만해도 오브라이언과 대화하며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이 낫다고 했던 그가 말이다. 공감이 가면서도. 참. 외모가 그리 중한 것이던가. 또 한 번.. 프랑켄슈타인이 떠올랐다. 그래도 난 줄리아는 배신하지 않았다고. 윈스턴이 위안한다. 오브라이언이 그래 그랬지 하니, 그가 역시 아주 똑똑하고 거대한 사람이라며 윈스턴은 감동한다. 결국 책의 가장 마지막에는 그 한 조각 위안마저 반납하게 된다. 그렇게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아처럼 빅브라더의.. 2021. 12. 29.
BOOK THREE/ 오브라이언 설교 --- 오브라이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고 싶다. 도대체 왜들 이렇게 남의 자유를 침해하고 괴롭히는지에 대해 오 선생이 묘한 이야기를 해준다. --- 윈스턴은 체제전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을 한 게 없다. 조직을 만든 것도 아니고, 누구를 해친 것도 아니다. 그의 죄목이라면 외부당원간 연애가 금지되어 있는데 줄리아와 사랑을 나눈 것, 프라이버시가 금지되어있는데 채링턴씨 상점 위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 것(그곳에도 텔레스크린이 감춰져있었지만), 당이 몰딩하는대로 생각하지 못한 것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 책도, 오브라이언이 취조중에 말하지만, 당이 맛사지를 해둔 책이고, 오브라이언을 통해 받지 않았던가. 고문은 당과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욕주는 수단이다. 오브라이언이 취조하면서 .. 2021.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