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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66

"A solitary restaurant dinner" chapter 3 3 챕터에서 나를 사로잡은 부분은 휘황찬란하고 이상요란한 개츠비의 파티보다 무슨 향수 광고 같은 닉의 상상이다. 뉴욕 금융가에서 업무를 시작한 닉. 업무에 나름 열심히 임한다. 직원들과 증권 판매인들과 격의없이 지냈다. 점심은 어둡고 혼잡한 식당에서 혼자 먹었다. 저녁은 예일 클럽에서 먹고, 도서실로 올라가 업무 관련 서적을 파고, 경리 부서에서 일하는 여자와 잠깐 연애를 하기도 했다. 연애는, 대부분의 흘러가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흐지부지 쫑났다. '날씨가 괜찮으면 달콤한 밤공기를 음미하며 매디슨 애비뉴를 따라 머리힐 호텔을 지나 33번가 너머 펜실베니아 역까지 걸어가곤 했다.' 이 같은 일상은 매우 우울하기도 하고 괜찮기도 했다. 나는 뉴욕이라는 도시, 밤이면 역동적이고 모험적인 분위기로 충만한, 남.. 2023. 5. 28.
"This is a valley of ashes" chapter 2 환타지물을 너무 많이 봤나. '재'라는 단어를 대하면 자동적으로 '불사조'가 떠오른다. 불 타고 남은 재에서 다시 살아나는 죽지않는 새, 불사조. 2챕터에서 재를 언급하는 문장을 보는 순간에도 그러했다. 죽지 않는 새, 영원히 사는 새가 떠올랐다.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인지 살지 않는 것인지. 계속 죽은 새인지 사는 새인지. 암튼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그 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죽는 게 죽는 게 아닌 그 새. This is a valley of ashes - a fantastic farm where ashes grow like wheat into ridges and hills and grotesque gardens; where ashes take the forms of houses and chimn.. 2023. 5. 28.
“It was hard to realize” chapter 1 벌써 여러 번 열었다 덮었던 책이다. 1 챕터 이상 진도가 안 나갔다. 고등학교 친구가 데이지가 옷을 끌어안으며 우는데 너무 공감됐다고 재미있다고 추천해줬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주 많이 추천해줬지만. 나로선 데이지와 톰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첫 챕터에 나오는 그들의 겉도는 대화, 쓸데없이 장식적이고, 맥락 없이 화려하기만 한 그들의 이야기가 어려웠다. 영화를 봐도 파티며 사교계가 썩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나 부유한 생활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됐다. 책을 겉돌았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닉이 톰을 보고 서술하는 것처럼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 또래의 젊은이가 그처럼 부유하다는 건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다. p.17 스콧 핏츠제럴드 문학동네 It was hard to realize t.. 2023. 5. 13.
화씨 451/ Time has fallen asleep in the afternoon sunshine. 책을 불태우는 세상. 소방수대신 방화수가 있는 세상. 방화수의 호스에서 물이 아닌 등유가 나오는 세상.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하는 세상. 천천히, 책읽기가 불법인 곳. 누가 책을 보면 신고된다. 몬태그는 방화수다. 사이렌이 울리면 신속히 출동해 책을 태운다. 책이 불타는 온도 약 232C 몬태그는 방화수. 그 날도 몬태그는 출동했다. 평소와 조금은 달랐다. 동네 산책하던 유별난 아이가 요즘 안보여서 신경이 좀 쓰였다. 또 출동한 곳에 아직 그 범죄자가 있었다. 보통 경찰이 범죄자를 데려간 뒤에 방화수들이 나머지를 청소하듯 불태워버렸는데. 그날은 달랐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뭔가 어긋났다. 저 늙은 여자가 신성한 의식을 망치고 있다. 동료들은 쓸데없이 시끄럽게 떠들고 웃고 농담하면서 아래층에서 말없이 원망에.. 2023. 3. 14.
뒷북 메모 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보려고 한 최초의 책이었다. 나는 7년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는데, 이제 조만간 또 하나의 소설을 쓰고 싶다. . . .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1984 원서 볼 때 곁다리로 본 조지오웰의 다른 책에 있는 내용이다. 제목이 뭐였더라. 였나 였나. 약 1년뒤 수첩에서 오늘 아침 발견. 수첩은 맨날 잃어버리니까 여기에 적어둔다. 조만간 쓰고 싶다던 그 소설이 1984인 셈. 내용은 괴롭고 문장은 눈부신 그 책. 엄지작가 쓰기로 한 꼭지 올린 후 더 내 마음을 후벼파는 저 문장.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2023. 1. 18.
가슴 아픈 사건 2022년 10월 한달 간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을 읽었다. V-club 선생님이 텀블벅 펀딩으로 발행한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매일 아주 짧은 분량 - 10줄에서 20줄 내외- 원서를 읽고 녹음하고, 생각하고, 되짚어보고, 짧은 느낌이나 생각을 톡으로 나누고, 그러면서 또 되짚어보게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방에 10명 내외의 사람들과 함께 했다. 마지막 챕터를 읽고 제임스 더피의 완벽한 침묵과 어둠 속에 함께 잠길 때 즈음이 할로윈이었고, 이태원 참사 사건이 발생했다. '가슴 아픈 사건'이란 단어로 담아낼 수 없는 일. 소설 속 신문기사와 그 제목처럼, 당사자에게는 저 단어와 문장으로 닿지 않는 슬픔, 분노, 허망함, 안타까움, 그리움이 있을 것이나. 나로썬 그 근처도 갈 수 없을 것이다. 더피씨의 슬.. 2022.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