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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66

소박한 즐거움 첫 번째 이야기 묶음, volume 1 후반부에 소박한 즐거움에 대한 말이 나온다. If the study to which you apply yourself has a tendency to weaken your affections, and to destroy your taste for those simple pleasures in which no alloy can possibly mix, then that study is certainly unlawful, that is to say, not befitting the human mind. p.56 Mary Shelly, Penguin (1831) 프랑켄슈타인이 독일로 유학 가서 전념한 연구는 생명체를 만들어 생기를 불어넣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 2023. 12. 3.
오필리어 오필리어. Ophelia 많은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온 아름다운 여인. 햄릿을 보지 않았던 때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이런저런 연극 소재로 쓰이거나 영화 주인공 이름이거나,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던가, 그림이 그려졌다. (가끔 나는 오르페우스하고도 좀 헷갈렸음을 고백한다. 물론 오르페우스는 남자이며 음악천재이자, 지하세계로 자신의 그녀 에우리디케를 데리러 갔던 신화 속 남자이다. 오필리어와는 완전 다르다.) 낭독모임하면서 본 오필리어는 그러나 아무 존재감이 없었다. 오빠 레어티스의 길고 긴 충고를 적당히 되돌려줄 때에는 '어 똑똑하네' 싶긴 했다. 햄릿이 야심 차게 준비한 극을 보면서 그의 농담을 받아칠 때에도 '살아있네' 싶긴 했다. 그런데 행동이 없다. 스스로 뭘 하는게 없다. 심지어 물에 .. 2023. 11. 25.
나, 부모, 오만과 겸양, 연금술과 엔트로피 이 소설에는 총 3명의 내가 나온다. 2챕터까지는 두 명의 '나'만 나왔다. 1. 처음 편지를 시작하는 월턴. 그는 북극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지금 막 미지의 세계로 배를 출항했다. 얼음 위에서 죽기 직전의 프랑켄슈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된다. 2. 이야기를 끌어가는 프랑켄슈타인.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난 그가 연금술에 심취하고, 자연 철학(과학)을 공부한다. 3.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 그는 프랑켄슈타인이 성취를 이룬 후 나온다. 이들 '나'는 모두 꽤 설득력 있다. 또 메리 쉘리를 연상시키기도. 무엇보다, 환경은 달라도, 감정적으로 나와 참 많이도 닮았다. 첫 두 주간 챕터 2까지 읽으며 내 마음에 남은 원문 가운데 몇 줄을 옮겨봤다. P.17 My courage and my re.. 2023. 11. 20.
1818년과 1831년 사이 메리 쉘리의 을 1818년에 처음 출간됐다. 그녀가 작품을 쓰던 당시 아시아 어딘가에서 큰 화산폭발이 있었고, 유럽 전역이 한여름에도 우중충하고 서늘한 날씨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 해 여름 여행지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어낸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읽는 원서는 펭귄출판사의 1831년 개정판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1818년 초판을 더 메리 쉘리 답다고 여기는 시각이 주류가 되면서, 대부분의 번역본이 초판본을 따르고 있단다. 내가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접한 문학동네 번역본도 1818년판. 이번에 1831년판 원서를 보면서, 두 버전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확인하게 될 것 같다. 1830년대의 영어가 쉽진 않다. 당시 그녀가 덧붙인 introduction은 몇 문단을 제외하면, 그녀와 얘기하.. 2023. 11. 19.
I have no friend "친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메리 쉘리의 에서 월턴이 마거릿 누님에게 쓰는 편지에서 한 말이다. 월턴은 17**년 미지의 땅인 북극으로 떠났다. 새로운 항로 개척을 위해서다.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고독의 땅으로의(undiscovered solitudes) 모험에, 그는 설레었다. 그리고 그 배 위에서 한 가지 결핍에 시달린다.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것. 배 위에는 물론 선원들이 있었지만, 자신이 이끄는 배의 '선원'과 자신과 마음을 나눌 '친구' 사이에는 거리가 좀 있었나 보다. The absence of the object of which I now feel never as a most severe evil. I have no friend, Magaret. P.19 Mary Shelly Penggu.. 2023. 11. 19.
2막 연극에 진심 2막에서 알게 됐다. 햄릿도, 셰익스피어도, 연극에 진심이다. 햄릿은 슬슬 미친 척 연기하는데, 이는 유령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그 증거란 것은 물증 아닌 심증. 마침 연극배우 몇몇이 햄릿이 있는 덴마크 궁전을 방문한다. 햄릿은 그들의 연기 실력을 직접 확인한다. 배우들에게 베르길리우스의 에서 트로이 왕의 죽음을 언급하는 부분을 읊을 것을 지시했다. 아. 이 부분. 후까시 작렬한다. 영화의 한 장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유혈낭자 스타일에 구스반산트 감독의 서정, 드뇌 빌뵈브의 스케일있는 쿨함이 섞였다. 베르길리우스가 궁금해졌다. 의지와 결행 사이 칼이 잠시 공중에 멈췄다가 트로이의 늙은 왕 프리아모스을 내리치는 장면! 아이네이스의 주인공 즉 아이네이아스는 왕의 죽음을 목격한 후 희.. 2023.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