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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66

릴리펏에서 사람을 뽑을 때 릴리펏에서 공직에 사람을 뽑을 땐 딱 하나만 본다고 한다. 도덕성. 그들은 정부의 행정 업무가 인류에게 꼭 필요하다고 보면서 어떤 지위가 됐든 인간의 평범한 이해력만 있으면 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다. 여느 때처럼 마음에 드는 인물, 끌리는 정책 별로 없다. 차악을 선택하려는 마음은 어느 선거에나 치트키로 등장해서. 이젠 그게 제일 진부하다. 이 와중에 도덕성만 있으면 된다는 릴리펏 사람들의 단순한 논리가 신선하다. 신의 섭리는 공직 수행을 신비한 업무로 보지 않고, 그래서 천재의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놓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은 천재를 위한 자리 아니고. 도덕성과 평범한 이해력을 갖춘 이가 하는 일. 도덕성이 결여된 자는 아무리 .. 2024. 3. 26.
사형보다 만찬 _Day 25, 26, 27 소크라테스 은 마무리로 넘어갑니다. 당시 재판은 하루 만에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원고와 피고 양측이 입장을 이야기한 후 최대 500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유/무죄 표결을 하고( 소크라테스의 법정도 대략 500명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측이 모두 피고 즉 죄인의 형벌을 제안하여, 당일 안에 형까지 확정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형 집행도 보통 며칠 안에 이뤄졌다고 해요. 속전속결. 그는 막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유죄와 무죄의 표차는 단 30표. 사회 분위기상 유죄가 확실시되었던 재판 치고는 의외의 결과입니다. 쨌든 유죄는 유죄. 이제 형벌을 정할 차례입니다. 멜레토스 측은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소크라테스도 스스로의 형벌을 제시해야 합니다. 사형보단 약한 걸로 해야겠죠. 주변 사람들이 제안한 것은 벌.. 2024. 3. 13.
지지받는 경험_ Day 23, 24 소크라테스는 변론 후반부에 자신의 지지자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릅니다.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기소 내용을 언급하면서요. 이제 그의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처음에는 젊었으나 이제는 나이가 지긋해진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는 "젊었을 때 자신들에게 내가 나쁜 조언을 했다는 것을 알" 사람들을 지목합니다. 그와 인연이 오래된 사람들을 가리켜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몸소 연단에 올라 당연히 나를 고발하고 나에게 복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Those s hould come forward as accusers, and take thier revenge. 그렇게 열거되는 이름에 그 유명한 플라톤이 있고,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 받았을 때 도망치게 해 주려던 크리톤도 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온 사.. 2024. 3. 7.
플레인 다이몬_Day 19, 20, 21, 22 소크라테스는 머릿속에서 여러 목소리, 아니 하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크라테스는 그 목소리를 다이몬이라 불렀다. 두 해 전 여름 강원도 해변에서 이 글귀가 적힌 책을 보면서 두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들고 있던 책은 에릭 와이너의 . 당시 저는 헤르만 헤세의 을 천천히 읽은 후 그 여진을 아직 느끼던 때였습니다. '다이몬'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데미안에서 말하던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이라는 이름도 다이몬과 비슷하잖아요. 다이몬 daimon, 데몬 daemon/demon이라는 것은 본래 그리스어에서 '산천 초목을 지배하고 인간 생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초자연적인 힘'을 지칭했다고 합니다. 옥스퍼드 사전에서 연관어로 제시된 것 중 하나가 '영감 inspiring Forc.. 2024. 2. 28.
죽음을 모른다_Day 16, 17, 18 아킬레우스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에게 승리를 안겨준 용맹하고 뛰어난 장수로 전해집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로 아킬레스 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불사의 몸이었다죠. 그는 전쟁에 나가 헥토르를 죽이면 그 역시 죽게 될 것이란 신탁을 받습니다. 다만 그 죽음 이후 이름이 길이 남을 것이라는 첨언이 있었죠. 엄마 테티스는 당연히 전쟁에 나가려는 아들을 말렸지만, 아킬레우스는 '살아남아 웃음거리가 되고 대지의 짐이 되느니 (친구를 죽인 헥토르에) 복수하고 죽고 싶다 Let me die forthwith'고 했다 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 그 보다 부끄러움이 싫은 인물의 표상인 거죠.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싸움은 브래드피트와 피터오툴이 출연한 영화 에 아주 멋있게 표.. 2024. 2. 24.
누스, 이오니아,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초인 _Day 13, 14, 15 소크라테스 변론 계속 읽고 있습니다. 이제 중간 지점을 지나온 것 같습니다. 생각이 머물렀던 자리들이 있는데, 완성된 글로 남기기가 왜 이렇게 어렵나요. 매일 글 쓰는 분들 정말 어떻게들 하시는 것인지. 대단합니다. 글이 되지 못한 생각들이 하루 이틀 자꾸 쌓여갑니다. 귀한 연휴의 마지막 날, 한 꼭지는 남기고 싶은 욕심에, 생각이 머물렀던 좌표만 공유합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소 내용 가운데 '국가가 정하는 신을 믿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멜레토스에게 질문합니다. 기소내용이 소크라테스가 신을 믿지 않는단 것인지, 다른 신을 믿는단 말인지. 멜레토스는 답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무신론자라고. (you are a complete atheist.) 소크라테스가 이런저런 방법으로 추궁하자, 멜레토스는 배심원들을 향.. 2024.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