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 보호구역의 존은 혼자였다.
문명세계 출신인 린다는 그들의 일부일처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미움의 대상이 됐다. 린다의 아들 존은 일단 생김새부터 그들과 달랐다. 미국과 멕시코 중간 어디쯤인 구역 내 원주민들은 대부분 까무잡잡했다. 존은 작가 올더스 헉슬리처럼 백인이었다. 작품 이입을 위해 나는 아시아계였다고 상상해 봤다. 다름은 외로움을 수반하기 마련. 존은 아이들 무리에 끼지 못했고, 어른들도 존이 나이가 찼을 때 신성시해야 할 동물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모든 의식에서 그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어떻게든 함께하려고 하면 돌이 날아왔다.
그를 제외한 마을의 15세 아이들이 성년식(?)을 치르던 날 밤. 그는 창백한 달을 보며 말파이스 계곡에서 죽음을 생각한다.
He looked down into the black shadow of the mesa, into the black shadow of death. He had only to take one step, one little jump. . . He held out his right hand in the moonlight. From the cut on his wrist the blood was still oozing. Every few seconds a drop fell, dark, almost colourless in the dead light. Drop, drop, drop.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 .
He had discovered Time and Death and God.
p.118 <Brave New World> Vintage
그렇게 스스로 신을 찾아냈다. 멋진 신세계 문명 세계에는 없는 것. 과거와 미래, 죽음 혹은 암흑, 그리고 신. 신은 고통과 죽음, 암흑을 함께 건너는 존재. 인간의 깊은 내면 혹은 인간 너머에 존재한다. 신 없이 현재를 살기가 너무 어려울 때 신은 생명을 얻는 것일까. 신과 함께 하는 인간은 빛이 나던가.
따지자면 <멋진 신세계> 속 문명세계의 포드 신은 대량생산의 시초이다. 신으로 칭송되나, 죽음을 통과하며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보통의 신과 다르다. 그러니까 암흑이 없고 늙음이 없고 외로움이 없는 <멋진 신세계> 속 문명세계에서 신은 죽었다. 신은 배제되었다. 신도 철저히 혼자된 후 신을 발견했을까.
슬픔 없는 기쁨은 왜 텅 비어보일까.
절망에는 왜 뭔가 더 있을 것만 같을까.
텅 비어있더라도, 기쁨 속에서 살고 싶은 나는.
월드 스테이트 시민인가.
사춘기 아이의 시련은 예정된 것일까.
신으로부터 너무 멀리 있던 아이는 신과 함께 하고.
신과 함께 있던 아이들은 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이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일까.
최선을 다해 내게 주어진 것을 거부하는 것.
그렇게 절망에 이르는 것이 나의 신을 찾는 길인가.
이런저런 터무니없는 생각들이
희미한 신호를 보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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