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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읽기/Brave New World

John wants to undergo something nobly (13챕터)

by 은지용 2024. 10. 16.

 

No,
of course it isn't necessary. 
But some kinds of
baseness are nobly undergone. 
I'd like to undergo
something
nobly.


 
내가 상대방에게 가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고 싶은 그는 바닥이라도 쓸겠다고 했다. 뭔가 고귀한 고.생.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럴 필.요.가 뭐 있겠냐며, 청소는 진공청소기가 한다고 했다.
 
그의 고향에선 사자가죽을 벗겨 결혼 전 여자에게 바친다고 했다. 영국에는 사자도 없을뿐더러 무엇 하러 그런 일을 하냐고 그녀는 짜증을 냈다. 게다가 결혼이라니 끔찍하다고 했다.
 
그녀와 그는 몹시도 서로 끌렸고, 진심 사랑하고 싶었으나. 도무지 진심이 닿을 수가 없었다.
 
답답했다.
 
앞서 헬름홀츠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들으며 박장대소하는 장면에서 눈치챘어야 하는 건가. <멋진 신세계>의 문명인들은 로미오나 줄리엣의 슬픔에 공감할 수가 없다. 배운 적이 없고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므로. 고독과 상처, 고생에 대해 지독하게 부정적인 수면습성교육을 받아왔으므로.
 
헝그리 정신 별로 없는 요즘 사람들을 보는 꼰대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존이 레니나를 보는 마음?
 
헬름홀츠도 알고는 있다. 그런 고생과 수고로움과 고독이 있어야. 뭔가 제대로 된 일이 이뤄진다는 것을. 세상 공짜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럼 그럼. '자유를 찾아 새장 밖으로 나가면 잠잘 곳과 먹을 것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 <멋진 신세계>의 문명세계는 새장 안이다. 멸균된 세계. 위험이 차단되고 풍족하며, 생산을 걱정할 필요 없이 소비만 하면 되는 곳.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곳. 대용 에덴동산이네 Eden surrogate. 
 
레니나가 존에게 대시하는 부분이 원서로 읽을 때 꽤 폭력적이라고 느꼈다. (나도 내 느낌에 놀랐다) 대화가 완전히 꽉 막혔다. 당신을 너무 좋아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도무지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교미 그 자체를 지나치게 요구하더라. 거의 뭐 레니나의 강간 미수로 보인다. 문명이 오래된 인간 사회를 끌어들이는 방식이 이렇게나 폭력적이었던가.
 
레니나의 가슴이 잘린 사과 같단 얘기에 더욱. 책 속 문명 세계가 대용 에덴처럼 다가왔다. 존은 인간의 오래된 존재 방식. 고생스럽고 먹고 살기 팍팍한? 존은 레니나를 원하긴 하지만, 그래도 대용 에덴동산보다는 차라리 광야에 있고 싶어 보인다. 고생할 것 전혀 없는 세상에 교섭되고 싶지 않아 보인다.
 
(나라면 레니나의 유혹?에 안 넘어가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존은 셰익스피어의 힘인지, 무엇인지, 완전 다른 얼굴을 하고 욕을 해대기 시작한다. 문명에 발작한다.)


저쪽에 쓴 얘기에 조금 보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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