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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그사람은

그사람은 Intro

by 은지용 2010. 5. 17.

방년 32세의 선 자리 실패담이다. 2009년 캐나다로 1년여간 떠난 휴가 전후로 1년씩, 대략 2년이 살짝 넘는 기간에 거의 한 두달에 한 번씩은 선을 봤다. 하긴 휴가 전에는 비단 1년간만 본게 아니라 틈틈이 직장생활하는 내내 봤다고 하는게 맞겠다. 소개팅이라고 말해두고 싶지만, 대부분이 엄마와 이모가 주선해준 것이니 '선'이 맞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결혼에 전혀 마음이 없던 나로선, '엄마와 이모가 지칠때까지'라는 전제 하에 마련되는 자리에 모두 나갔다. 그리고 횟수가 늘어갈수록 옛날옛적 015B(공일오비라고 읽는다)라는 그룹이 여성폄하 물의를 일으키며 히트쳤던 노래, 그 노래의 가사 '어디서 이런 #자들만 나오는거야~~이야이야이야이야이야'에 싱크로율 200%. 엄마와 이모가 지치기 전에 내가 먼저 지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걸 기록해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나와 일생의 2시간 정도를 함께했던 사람들 중에는, 난 참 마음에 들었는데 상대쪽에서 '더 좋은 인연 만나시기 바랍니다'라며 거절당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또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이었구나' 내지는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이었을 수 있겠구나'하는 깨달음 혹은 뉘우침 같은 것을 느낀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이런 저런 경우를 통틀어, 나와 내 친구가 존재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 많음을 깨닫는 자리였다고나할까. 여튼 말이다. 나는 나와 만났던 사람들을 내리깔고 싶어 이 자리에서 떠드려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친구의 조언도 있었다. 많은 소개남들의 특이한(?) 존재방식이 우리의 눈에 관찰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얘기가 될 것 같다는 조언이었다. 나 역시 사진으로 얼굴까지 기록해두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으니까. 편집증적인 편력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나의 입장에서 기록해둘까 한다.
 
뭐 이미 실명같은 건 기억나지도 않으니, 나와 선 봤던 분들, 안심하시길.

ps. 내가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긴 할까. 하하

한편으로 이것은 선 자리에서 느꼈을 법한 불편함 등을 스스로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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