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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그곳에서

고기국수, 그 기념비적 맛

by 은지용 2011. 7. 21.

국수 엄청 좋아한다. 마침 공감블로그가 국수를 주제로 진행된다하니, 기억에 남는 국수집을 정리해볼까 하는데.
사소한 이유로 미뤄온 포스팅을 이런 기회에 하게 되네, 허 참.

소개할 국수집은 제주도에 있다.
위치는 제주도, 식당이름은 보령. 제주시 예하게스트하우스 인근의 보령식당 되겠다.

추천메뉴는 고기국수!
고기국수란 이름은 왠지 모를 원초적 풍요의 냄새가 풍긴다.

쨌든. 그러니까 지난해 겨울 크리스마스 쯤이던가,
이제는 제주도 최소비용으로 여행하기 달인이 된 듯한 친구를 포함해 몇 명과 함께 제주도를 찾았다. 한국의 게스트하우스가 어떤지 궁금해서 제주시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하게된 것이 시작이다.

보령식당은 방을 잡고난 후 밤 10시가 다 돼서 거리를 어슬렁 하다 우연히 찾았다.

아! 그 때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됐더라면,
길을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갔더라면, 
골목길 사이로 비친 보령식당 간판을 '흥 제주에서 왠 충남 보령이야'며 지나쳤더라면,
주인아주머니께서 그 날 누군가에게 육수 선심을 더 써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먹었던 두 그릇 분량이 부족했더라면,


나와 내 친구들은 지금쯤 뜬금없이 '고기국수!'를 외치며 돌림노래 부르진 않을 것이다...

고기국수의 고기는 돼지고기다.
제주도의 명물 돼지고기로 우린 육수에 분홍빛이 도는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얹은, 중면의 국수.
그 고명의 어여쁜 분홍빛이 종종 떠오른다. 사진엔 잘 안나왔지만, 꽤나 인상적인 분홍이었다.


나중에 알게된 것인데, 멸치를 오래 우려내서 쓰는 고기국수집도 꽤 있다고 한다. 원래 그런거라며.
어쩌다 돼지 육수로 국수를 말아주는 집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보령식당은 순대국밥을 같이 파는 집이어서,
처음엔 좀 비릿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주문당시엔 호기심이 70%, 약간의 출출함이 30%였으니까.
하지만 한 입 맛보니, 뭐랄까..  담백하고 깔끔하고, 고소하면서도 얼큰한.

한 마디로 시원한 맛이다.

돼지국물이 어쩜 이리 맑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처음 주문당시
국수가 두 그릇밖에 안된다고 해서,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맛이나 보자며 시켰던 '순대국밥' 한 그릇.

요것도 어찌나 맛이 좋은지, 네명이서 세 그릇만 시킨 것을 아주 후회했다는..
매봉역 인근 베지테리안 샌드위치, 홍합크림파스타, 요런 거 좋아하는 우리가 아주 그냥
그릇에 파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빈그릇은 일행 중 한 친구가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그걸 포스팅 하자니 너무 고난이도라 생략,.)

국수 한 그릇에 5000원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국수를 회상하며 제주여행 달인이 된 친구는 말한다. '그건 정말 기념비적인 맛이었다'고.
완전 공감한다. 기념비적인 맛.

역시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제주여행의 달인 친구가 최근에 다시 가봤더니,
주인이 바뀌었더란다. 아주머니 사진 좀 찍어둘걸 그랬어라는 친구.


그러게 말이다. 그 아주머니 지금은 어디서 고기국수를 팔고 계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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