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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그곳에서

하와이에 다녀왔다 하와이---이

by 은지용 2018. 6. 24.



빨강머리 앤Ann이 그랬다지. 내 이름은 앤이에요. 앤느-Anne.

하와이Hawai도 그렇게 말해줘야할 것 같다. 하와이에 다녀왔어요. 하와이이-Hawaiii-.

 

하와이. 그렇다. 하와이에 다녀왔다. 작년 봄, 2017년 3월에.



 

하와이에선 날씨가 참 좋았다.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 하얀 구름, 가끔 뿌리는 소나기와 그로 인해 종종 보이는 무지개, 키 큰 야자나무, 그런데 벌레는 별로 없는, 그래서 어쩌면 현실이라기보다 꿈같이 청명한 초여름 날씨.

 

하와이에선 모두가 여행중인 것 처럼 보인다.

길에서 모래 묻은 맨살을 드러내고 서핑보드나 부기보드를 들고 있는 사람 흔하고, 문 열린 가게마다 일상인양 쇼핑하는 사람들이 있고, 모두가 항상 여행중인 것 처럼 보이며, 나 역시 그 거리에 서 있다.

 

나의 35일 하와이는 그러나 꿈같지는 않았다. 나의 하와이는 너무 짧았고 확실히 현실적인 등장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내 아들딸! 그리고 남편까지!! 한국나이로 4 6살배기 딸아들이 옆에 붙어있다보니, 하와이에 갔다기보다 아이들과 바닷가에 갔다는 게 맞는 표현같다. 사실 먹여주고 씻겨주고 재워줘야하는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여기나 저기나 그 중심이 아이에게 있기 때문에, 해운대나 와이키키나 별반 차이가 없다. … 3월에 수영할 수 없는가 있는가의 큰 차이가 있긴 하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를 다녀왔다는 특별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 욕구는 어쩔 수 없다. 갑작스럽게 가는 바람에 큰 돈 들이기도 해서 본전 생각도 나거니와, 귀국 후 주말일정까지 아이와 함께 오롯이 7일간을 붙어지낸 휴가였다는 사실 때문일까. 잊기 전에 뭐라도 끄적여 놓으라는 내면의 소리가 아우성이다. 일주일간의 연이은 휴가는, 신혼여행 이후 처음이다. 여기서 출산휴가는 제외하도록 하자....

 

미국 생활 후 귀국여행길에 오른 동생네 가족과 함께 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의 여유가 있었고 또 하와이에서만큼은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한 점이 어쩌면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경험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1년이 지난 지금도 하와이에서-“, “하와이에 또같은 말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내가, 우리가 하와이에서 무엇을 했느냐 하면은.

 

 

이야기를 풀어볼까나>>

 

*내 숨소리 들으며 물고기와 물장구하나우마베이 스노클링

 

하와이를 여행하려면 알라모아나, 하나우마, 부바검프이런 이름에 먼저 익숙해지는게 편안하다. 모아나는 바다, 알라모아나는 아름다운 바다라고 한다. 그래 바다부터 시작하자. 하와이는 역시 바다다. 그 중 하나우마베이는 하와이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해상공원이다. 동행한 동생네 부부도 하나우마베이만큼은 꼭 꼭 꼭 가봐야한다며, 두 번 걸음했다. 한번은 화요일이었던가 휴장일이었다. 렌트를 하루 더 해서 간 하나우마베이. 바다도 잔잔하고 해변 모래사장에서 쉬멍 놀멍 할 수 있는데, 해안가 바닷속에 산호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물고기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주차하느라 줄 서고, 입장표 사느라 줄 서고, 또 줄 서서 점심 치즈버거와 데리야끼 치킨 사고, “산호 절대 만지지 마세요 보기만하세요하는 필수 영상물 기다려 보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던 그 곳. 정말 좋았다. 하와이에 또 간다면 역시 이 곳을 방문하여 하루종일 놀멍 쉬멍하고 싶다.




호텔에서 빌려온 해변의자를 적당한 곳에 놓고 짐을 풀었다. 야자수 그늘 아래 선글라스끼고 코나 캔커피를 마시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첫째는 모래놀이, 둘째는 낮잠중이다. 지금도 그 순간 그 곳에 갈 수 있다. 이런게 여행의 힘일까.


하나우마베이는 스노클링 명소다. 애들 스노클링 장비는 한국에서 챙겨왔고 어른거 한셋트만 현지에서 대여했다. 동생네 가족이 먼저 스노클링 시범을 보이며 하고나왔다. 우리 아이들은 무서운지 벤치를 지키겠다하여, 우리 부부만 바다로 갔다. 바다다 바다. 모아나의 그 바다.


조금 앞으로 걸어가니, 허벅지 높이 바다에서도 물고기들이 내 다리 주변을 헤엄쳐가는게 보인다. 신기하네. 물고기 자세히 보겠다고 얼굴을 바닷물에 넣었다가 스노클링 장비를 통해 들리는 내 숨소리에 깜짝 놀랐다. 세상이 내 숨소리로 가득하다. 깜짝이야.


다시 스노클링 안경을 쓰고 물 속에 얼굴을 넣었다. 내 숨소리 들으며, 물고기를 찾아 헤엄쳐나가는 그 한가한 집중이 색다르다. 물고기들은 나의 간섭이나 스노클링 장비 쓴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일상인양 무표정한 얼굴로 헤엄쳐 지나간다. 그들의 일상이 나의 일탈과 겹쳐지는 지점.


그러다 숨쉬는게 엇박자나니 헉, 스노클링 장비 속으로 바닷물이 들어와서 숨을 못쉬겠다. 헉헉. 이럴수가. 발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 옆에 남편이 있었는데 남편도 발이 안 닿는듯 허우적대고 있다. 젠장.


이 때 손을 높이 들라고 아까 입장전 지루한 동영상에서 얘기했는데. 손을 들어봐도 사진찍어줘 여기야 여기로 보이는 듯 하고, 설사 구급대가 헤엄쳐와준다해도 이미 뇌손상 이후일 것 같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키 180 다 되는 남편이 어딘가에 발이 닿았고 거기서 잠시 그를 의지해 쉴 수 있었다. 다시 숨을 가다듬으며 방금 저 세상 갈 뻔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식.  해변으로 헤엄쳐왔다.


그 날 해변에 있으면서 우리는 비도 보고 구름도, 무지개도 보고 작렬하는 햇빛도 봤다. 하와이의 날씨, 하와이의 바다. 그리고 그 어처구니 없는 씬 레드 라인 (thin red line)’에 웃음이 나오던 순간과 유난히 컸던 내 숨소리가 생생하다.




 

*반짝 반짝 빛나는 내 아이의 성취감...다이아몬드헤드 산행

 

다이아몬드헤드는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화산활동을 했다는 분화구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성산일출봉 같은 곳이랄까. 결혼 전 하이킹을 즐겼고, 성산일출봉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결혼 전 하이킹을 즐겼던 일인으로서 이 곳은 내가 가고 싶어했다.




정상에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 중 절반은 바다이고 와이키키해변과 도시 호놀룰루가 내려다보인다. 나머지 절반은 하와이의 본질인 화산이다. 언젠가 활발히 폭발하고 열심히 활동했던 화산의 분화구를 볼 수 있다. 짧은 여행 중에 다이아몬드헤드 하이킹만큼은 꼭 하고 싶었던 이유다.


글쎄 아이들 놀거리가 별로 없고, 먹을 것도 별 것 없는 이 곳에서 나만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우리집 첫째 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그것은 성취감이었다.


오전나절의 걸음으로 오를 수 있는 높이. 단 아이의 걸음으로는 쉽지 않은 길이. 더군다나 둘째가 아빠에게 의존해 목마타고 가다보니 첫째에겐 좀처럼 오지 않는 어른찬스에 애가 탔을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두 발로 걸어올라가 걸어내려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살 많은 조카의 이끌어줌과 이모의 칭찬이 수없이 양념쳐졌지만. 그 성취감은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날 밤 숙소에와 씻으면서 아이가 말했다. 좀처럼 하루 중 일어난 일에 대해 얘기하는 법이 적고 거의 언제나 현재만을 이야기하는 그 아이가. “엄마 산에 간거 정말 좋았어, 이모가 멋지다고 했어.” 라고. 내일 또 가고 싶다고 했다.


즐겁지만은 않았다. 일단 출발이 늦어졌다. 미취학 아동이 넷 있는 일행은 돌발변수가 많다. 기저귀를 갈아야할 수도, 여벌옷을 갈아입혀야하는 수도 있다. 흔치 않은 10인승 차량을 빌리는데도 시간을 썼다. 산을 내려왔을 때에는 밥 때가 되었지만, 다이아몬드헤드 공원 안에는 밥이 될만한 것이 없다. 기념품과 불량식품 색소 뿌린 얼음 정도. 어른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들은 졸립고 배고프면 즉각적으로 짜증을 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산행에 있었다. 그 성취감, 만족감,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딸에게는 힘들었던 외국 음식

 

다이아몬드헤드를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아 우리는 결국 와이키키로 돌아왔다. 1~5살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먹일 것인가 고민하다, 숙소가 있는 와이키키에 이르렀다. 결국 엄청 크다는 쇼핑몰 알라모아나센터에 주차를 하고 부바검프에 갔다. 부바검프는 프랜차이즈 식당 같은 곳인데, 영화 포레스트검프를 테마로 하고 있다. 그 영화 참 많이도 봤다. TV에서 명절마다 틀어주기도 했거니와 재미도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검프는 어려서부터 다리가 불편했고 보조기구를 달고 있었는데, 그 때문이기도 했고, 좀 어눌하기도 해서 친구에게 괴롭힘을 받는다. 어느날 괴롭힘을 받는 검프에게 제인이 주문처럼 달려 포레스트 달려하고 외치자 마법처럼 보조기구를 하나씩 떼고 한발 한발 내딛어 정말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의 인생사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물리적으로도 미국 대륙을 횡단하고, 역사를 관통하며 어찌보면 이 영화는 판타지 같기도 하고 저찌보면 다큐멘터리 느낌도 있다.


이야기속에서 그는 예수처럼 어부가 되어 새우잡이배에 타기도 하는데, 그 때 큰 성공을 거두어 부바검프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운다. 영화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버렸네. 부바검프라는 이 식당은 영화 포레스트검프의 마법주문 “Run, forest, Run”이 사방팔방에 적혀있고, 매장 앞에는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검프의 가방이 비치된 벤치가 그의 운동화와 함께 있다. 주메뉴도 포레스트 검프가 잡았던 새우이다.


구운새우가 참 맛있었다

메뉴는 괜찮았다. 다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밥시간이 너무 늦었었다. 실제 식사를 시작한게 2~3시였던 것 같다. 어른들은 넘어갈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허기지는 경험이었다. 이때가 둘째날이었는데 우리 둘째, 딸 아이의 힘든 시기가 시작됐다. 뱃속에 탈이 나기 시작한 듯 싶다.


새우까지는 어찌저찌 잘 먹었는데, 본래 치즈 버터 같은 음식 입에 안대는데, 집에서 싸온 햇반과 멸치반찬도 질리기 시작한듯 먹지 않았고. 하나우마베이에서도 치즈버거 거부하고, 방울토마토만 먹다가 그 유명한 치즈케익팩토리에서는 단식에 들어가더니 돌아가는 날 공항 대기 줄에서 두 번 토했다. 대한항공 대기줄에서는 내가 물티슈로 치웠고, 보안검색대에서는 공항직원이 치워줬다.




딸은 장시간 비행도 금식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떡을 먹더라... 그날 동네 누군가 백일떡을 걸어놓고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좋다며 그것 먹고 체했더랬지. 딸 미안해.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 아이는 하와이 이야기 참 많이 한다. 좋았다고 또 가고 싶다고.


도대체 뭐가 좋았던걸까. 아들 딸이 함께 알려주길, 엄마 아빠랑 하루종일 바닷가에서 모래놀이하고 물고기 본 게, 그러니까 함께 한 게 좋았다더라. 그러고보니 여행중엔, 동생네와 함께이기도해서일까, 싸우지를 않았네

파랑새는 정말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했었나, 무엇을 할 것인가 요약>>

 

*일주일이내 짧은 일정. 오아후만. 우버택시 타보기. 차량 렌트. 다이아몬드헤드 하이킹-정상에서 둘러본 바다와 와이키키, 휘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모아나 감성. 주변에 풀어져 있는 닭들 정말 많네. 내 숨소리 들으며 물고기와 물장구치는 하나우마베이 스노클링. 죽는줄 알았음. 알라모아나센터 부바검프에서 새우먹고 테슬라 구경하기. 와이키키 걷기. 애들재우고 야밤산책과 맥주. 치즈케익 팩토리 테라스 자리에서 빅 디너. 에그앤띵스 아침식사 포장. 아사히볼 간식. 하와이 공항에서 아이토한거 치우기.

 

*오가는 길에 아이둘과 비행기 고문. 하와이 공항 원색그림에 감탄하기. 내복차림 비행기. 돌아오는 비행기 앞자리 국방부 직원 회의자료 정리하는거 안쓰러워하기- 전혀 안쉬고 계속 자료정리. 입맛안맞던 둘째가 집와서 떡먹고 체한거 뒷수습. 그래서 부부싸움.

 

*출발전에는 네이버 카페 포에버하와이 가입. 영화 모아나, 디센던트 보고. 데이비드라샤펠 전시회 다녀오고. 숙소 하얏트는 하얏트 홈피 통해 예약. 전자레인지 요청하니 배치해줌. 룸커넥트. 10인승 차량 렌트-한인업체만 가능했음. 8명은 식당 자리잡기도 힘들다.

 

*하와이는 일본의 미국 휴양지 같다. JCB카드 만들어가면 수수료부담도 적고 핑크트롤리도 무료다. 일본인 참 많고, 무스비라는 주먹밥 흔히 판다. 맛있는 우동집도 있다는데, 가보진 못했고. 일본인만 태우는 버스도 있다고 들었다. 나리타공항 경유 비행기도 꽤 많다. 근데, 일본 여행때는 일본사람들 정말 무서울정도로 차례 질서 침묵 잘 지킨다했는데. 하와이에선 정말 너무할 정도로 다르다.


새치기, 큰소리 많이 봤다. 돌아오는 공항 면세점에서 엽서살땐 계산대 새치기하는데 너무 화나서 안되는 영어로 따지기도. 하와이 두번째였던 동생네도 동감한다. 우리끼리 잠정 결론짓기로는 그 일본인들은 모두 하와이와서 일탈의 기쁨을 느낀 걸로. 물론 그런 사람도 있고, 질서잘지키는 사람들도 있다. 세계인이 그렇듯이.

 

*또 가게 된다면. 거북이해변. 새우트럭. 쿠알로아목장. 하나우마베이는 또. 빅아일랜드 라바보트.

 

*단기로 머문다면 숙소는 와이키키해변 앞에. 이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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