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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일기/그곳에서

금토일 경주여행 - 금요일

by 은지용 2021. 6. 19.

5월 가족의 기념일 즈음, 어린이날 주간 직후.

첫째가 학교에서 역사유적에 대해 배울 즈음,

그리고 1년 이상 가지못한 여행에 대한 갈증이 넘쳐날 즈음.

경주에 다녀왔다.

짧게.

 

금요일 오후 늦게 집을 떠나

일요일 오전에 경주를 떠나오는 일정으로.

아쉬움이 남으면 남는대로.

내년에 또 오면 되지 뭐 하는 일정으로

다녀왔다.

 

해가 지는 오후 내내 경기도 도심을 지나 충청도 산을 보고, 문경새재를 정점으로 도로에서 멀어지는 산새와 불 켜지는 마을, 들판을 달렸다. 아주 깜깜해졌을 때 경주에 도착했다. 피곤했지만, 금, 토, 일 일정 중에 금요일 오늘만 비 예보가 없었으므로 첫째가 궁금해했던 첨성대부터 갔다.

 

첨성대는 대릉원 옆에 있다. 5월 대릉원 일대 밤은 젊었다.

 

야트막한 기와지붕 건물들, 평원 위의 언덕처럼 보이는 왕들의 무덤으로 이뤄진 공원, 이색적인 조명이 켜진 금요일 밤 거리에 카페 열린 창마다, 시야가 닿는 곳 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집 주변에서 보아온 어린이나 노인보다 20~30대 커플들이 많아 보였다. 전염병이 창궐한 이후 오랫만에 보는 낯선 풍경이다.

 

길가 빈 자리 주차선 안에 차를 대니, 울타리 너머 왕들의 무덤이 조명을 받아 눈에 띈다. 

둘째가 묻는다 - 저 언덕은 무엇이냐고. 신라 시대 왕이 저기 잠들었다 하니 놀라서 또 묻는다 - 옛날 사람들은 무덤을 저렇게 크게 만들었냐고, - 저 안에 죽은 신라 사람이 누워있냐고.

 

사적지 여행은 확실히 멈춰진 시간에서 시작한다.

유리 문진 속에 넣어둔 역사의 파편으로부터. 1984의 여운이 남은 상태이다보니...

 

나의, 우리 가족의 여행기도 이 때 우리가 느꼈던 바를 어딘가에 넣어두고, 두고 두고 꺼내 보고 싶어서 쓰는 것 아닐까. 능에 대한 둘째의 질문에서 경주에 왔음을 실감했다.

 

첨성대는 맑은 날 저녁이 특히 좋은 것 같다. 탁 트인 공원에 화려한 조명이 비추니 관광 온 느낌이 난다. 아이가 말하길 우리를 포함해 누구나 가방을 들고 있다며, 그래서 다들 여행온 것 처럼 보인단다. 아마도 일상에서 살짝 비껴 선 공간과 시간이겠지?

 

 

 

첨성대는 키가 작다. 높이 9미터 정도. 평원위에 있기에 더 아담해 보인다. 우주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라고 온 몸으로 말하는 것 같다. 천문대라하기에는 왠지 부족해보이지만 그 모양새가 참 단아하고 예쁘다.

 

밤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첫째에게 첨성대는 조금 실망스럽지 않았나 싶다. 허블망원경과는 거리가 먼 천문대이니. 말로는 '멋지다'고 했다, 특히 조명이. 첨성대에 대한 기억으로 첫 아이에게 남은 것은 사실 화려한 조명과, 그 앞 공원에서 판매하는 LED프로펠러다. 

 

첨성대의 쓰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상징적인 건축물이라는 의견에 한 표를 던진다. 전체 벽돌 361개, 하늘에서 보면 우물 정자 모양, 석단 28단은 기본 별자리 28수, 네모난 창 아래 위의 12 석단은 12달 24절기, 둥근 하늘과 네모난 땅 등을 형상화한 퍼포먼스. 

 

현란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별이 잘 보였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것도 아이들의 기억에 남았을까.

 

숙소로 가는 길, 아이들은 길가 큰 나무들과 키 작은 기와지붕 건물들을 연신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는 그런 단어들이 유적지 느낌으로 각인되는 것 같았다.

 

이곳은 아주 오랜기간 동안 신라사람들의 수도였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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